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배외(拜外)사상과 배외(排外)사상

―크리스마스 음악행사의 프로를 보고―

나  운  영

   배외사상(拜外思想)과 배외사상(排外思想)은 비록 발음은 같으나 그 내용은 정반대이다.  오늘날 교회음악계에 있어서도 두 사상의 폐해(弊害)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배외[拜外]: 외국 사람이나 외국의 문화, 물건, 사상 따위를 맹목적으로 숭배함.
                   배외[排外]  외국 사람이나 외국의 문화, 물건, 사상 따위를 배척하여 물리침.
    
  일례를 들어 음악회의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한국사람 가운데 우수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보다 기술적으로 열등한 외국인을 내 세우는 것이나,  곡목선택에 있어서 세계 각국 캐롤 순례에 한국 것만을 제외한다는 것도  배외사상(拜外思想)의 하나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금년도 크리스마스 음악행사에 있어서 그 프로를 볼 때 그 전부가 외국 작품 일색인 것은 심각히 생각해야 할 문제이며 더욱이 그 작품이 우수한 작품이라면 모르되 실로 음악 이전에 속하는 곡을 택하여 연주하는 데는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기 곤란하다.  이것은 배외사상(拜外思想)이라기 보다 도리어 배내사상(排內思想)(?)이라고 해두는 것이 적절하지나 않을까?   우리가 외국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일 시대는 이미 지났을 뿐만 아니라 그 받아 들이는 방법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이를 한국적으로 섭취해야 할 것인데 우리 문화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와 같은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배외사상(拜外思想)에 대하여 논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배외사상(排外思想)이라고 본다. 배외사상(拜外思想)이 사대주의와 통한다 한다면 배외사상(排外思想)은 국수주의(國粹主義)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직도 후진성을 극복하려면 외국문화를 한국적으로 섭취해야 할 단계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를 배격한다면 완전히 고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외사상(排外思想)에 앞서 배내사상(拜內思想)(?)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음악회의 출연자 선정이나 곡목선택에 있어서도 우리의 것을 위주로 하여 이를 사랑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은 특히 소위 한국작품에 외국명작의 모방에 그친 것은 배격하고 어디까지나 민족적인 형식과 내용을 갖춘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혹자의 말에 의하면 성가에 있어서는 구태여 민족적인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하나 이는 자기의 기술부족을 캄푸라치(카무플라주:위장) 하려는데 불과하다.  왜냐하면 도시 시대성과 민족성을 떠난 작품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헨델 작곡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세계 각국의 케롤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생리적으로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외국작품의 모조품이 아닐 뿐 아니라 더욱이 국내작품의 모조품이 아닌―민족적이며 아울러 독창적인 작품이 외국작품과 어깨를 겨누어 연주 소개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비록 그 발음은 같으나 拜外思想과 排外思想은 내용이 정반대라고 먼저 나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을 찾고 우리의 것을 창조 보급시키는 일에 있어서는 이 두 사상이 꼭 같은 해독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런 점에서는 拜外思想과 排外思想은 일맥상통되는 점이 있는 것을 또한 느끼게 되는 것이다.

 < 1957. 12. 한국기독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