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집 '독백과 대화'
 

민족음악 운동을 일으키자

나  운  영

   서양음악사는 마치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사의 느낌을 준다. 즉 전고전파의 베토벤,  낭만파의 바그너, 브람스,  근대파의 쉔베르크,  현대파의 스톡하우젠 등이 모두 독.오의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그너의 음악이 온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에 이의 반동으로서 생겨난 것이 소위 「러시아 5인조」(1862년)와 「프랑스 국민음악협회」(1871년)이며 이에 호응하여 체코의 드보르작,  노르웨이의 그리그,  스페인의 팔랴,  필란드의 시벨리우스,  헝가리의 바르토크,  이탈리아의 카셀라,  영국의 본 윌리암즈,  브라질의 빌라 로보스,  멕시코의 샤베즈,  미국의 코플랜드 등이 각각 민족음악운동을 전개하여 오늘날 찬란한 민족문화의 꽃이 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음악은 외래음악인 중국음악(아악, 당악), 양악(찬송가와 째즈를 포함)과 일본음악(유행가)의 영향이 너무도 큰 탓으로 우리의 고유음악인 향악, 속악(판소리, 농악, 민요를 포함)이 제대로 발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요즈음에 와서는 외래음악과 고유음악의 분간조차 하기 힘들게 되어 버렸으니 민족적 자각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5인조」나 「프랑스 국민음악협회」와 같은 민족음악운동이 하루속히 일어나야 하겠다. 우리는 첫째로 찬송가, 창가 등 서양음악의 낡은 고전적 양식에서 벗어나야 되겠고, 둘째로 미야꼬부시(都節)를 비롯한 일본색과 흑인들의 음악인 째즈조에서 벗어나야 되겠고, 셋째로 민족적 아이디어와 현대적 스타일이 결합된 민족음악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우리나라의 교회음악계를 살펴볼 때 나는 더욱 한심스러운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아직도 무서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서양풍의 곡은 성스럽고, 한국적으로 된 곡은 속되다」, 「고전적 양식으로 된 곡에는 은혜가 있고, 현대적 양식으로 된 곡에는 은혜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민족성과 시대성을 망각한 그릇된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외국문화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하루속히 세계성을 띤 고유문화를 가져야겠고 이것을 구미 각국에 수출함으로써 국제적인 문화교류를 서둘러야 할 것이 아닌가? 서양에서는 별로 부르지도 않는 낡은 찬송가만을 즐겨 부르고 만족하거나 작사자와 작곡자의 이름을 모르고 들어서는 서양찬송가와 별로 다름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되는―서양찬송가의 모작(模作)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별로 부르려 들지 않는 이러한 민족성을 개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미 10여년전에 「도드리 장단」으로 찬송가 <이제 이곳에서>(김상돈 작사)를 작곡하였고 「판소리」식으로 부활절 교성곡(交聲曲) 중 <골고다의 언덕길>(김병기 작사)을 작곡하여 교회음악계에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이 문제가 완전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동시에 「민족음악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일어나야겠다는 것과 우리 기독교인들이 그 선봉에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1966. 5. 8 연합기독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