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집 '독백과 대화'
 

총천연색 음악
 ―관현악법에 대하여― 

나  운  영

   옛날에는 리듬, 멜로디, 하모니(화성)를 가리켜 음악의 3요소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는 음악의 요소라고 하면 리듬, 멜로디, 음색, 하모니를 가리켜 말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이것은 음악에 있어서 음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증명하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곡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피아노독주로 듣는 것과 합창으로 듣는 것과 관현악으로 듣는 것과는 그 기분이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한 악기 또는 같은 종류의 악기로 연주되는 곡을 흑백영화로 비유한다면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으로 연주되는 곡은 총천연색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총천연색적 음악」이란 제목 아래 관현악법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관현악 발달사에 의한 것은 생략하기로 하고 관현악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다면 관현악법에는 악기의 음색,성능,주법 등을 연구하는 악기법과 악기의 음색배합, 음량의 균형 등을 연구하는 악기편성법과 편곡법의 세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작곡가는 물론이고 관현악곡을 감상하는 사람도 이 세 가지에 대한 지식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먼저 각 악기의 음색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색체적 관현악법의 대가인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그의 저서  『관현악법원리』에서 각 악기의 음색에 대하여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플루우트(Flute): 찬(冷)음색으로서 장조의 곡에서는 우미(優美)한, 가벼운, 또는 매우 밝은, 그리고 단조의 곡에서는 얕은(淺), 외면적인, 비통한, 애절한 음색이다.
   클라리넷(Clarinet) : 유연한,표정적인 음색으로서 장조의 곡에서는 쾌활한, 명상적 성질의 멜로디, 또는 매우 밝은 멜로디에 적합하며, 단조의 곡에서는 명상적인 슬픈 성질의, 또는 매우 극적인 성질의 멜로디에 적합하다.
   파곳(Fagot) : 장조의 곡에서는 늙은 조소적인 음색이고, 단조의 곡에서는 쓰라린, 슬픈 음색이다.
   트럼펫(Trumpet) : 명랑한 음색으로서 포르테(强音) 때에는 선동적이고, 피아노(弱音) 때에는 고음은 충실한 음색이고, 저음은 고뇌에 찬 듯한, 운명적인, 재화(災禍)의 인상을 준다.
   혼(Horn) : 이 악기의 음색은 저음역은 비교적 음울하고, 고음역은 둥굴고 충실하여 詩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에 가득 차 있으며, 중음역은 파곳과 매우 흡사하다.
   트럼본(Trombone) : 최저음역은 어둡고 위협하는 듯한  음색이고, 고음역은 광채 있는 개가를 올리는 듯한 음색이다.
   바이올린(Violin) : E선(제1선,고음부의 현)은 광채가 있고, A선(제2선)과 D선(제3선)은 다른 현보다 조금 약하고 부드러우며, G선(제4선, 저음부의 현)은 다소 탁한 음색이다.
   비올라(Viola) : A선은 다소 예리한, 그리고 조금 비성(鼻聲)의 음색이고, D선은 다른 현보다 조금 약하고 부드러우며 G선과 C선은 다소 탁한 음색이다.
   첼로(Cello) : A선은 조금 명랑하고 사람의 흉성(胸聲)의 음색과 비슷하고, D선은 다른 현보다 조금 약하고 부드러우며 G선과 C선은 다소 탁한 음색이다.
   더블베이스(Double Bass) : G,D선(고음부의 2현)은 예리한 음색이고 A, E선(저음부의 2현)은 다소 둔중한 음색이다.

    그러나 본래 음색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므로 실제로 악기의 음색을 듣거나 레코드 라디오 등을 통해서 각자가 기억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제 각 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잘 살린 악곡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플루우트 ...  (가) 차이코프스키 작곡 <호두까기 인형 조곡> 중의 노적(蘆笛)의 춤과 <다(茶)의 춤>
                      (나) 림스키 코르사코프 작곡 <세헤라자데> 중의 <젊은 왕자와 왕녀>
                      (다) 모짜르트, 이베르 작곡 <협주곡>
                      (라) 드뷔시 작곡 <플루우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마) 바하 작곡 <관현악 조곡 제1번> 및 <브란덴부르그 협주곡 제5번>
  오보 ...(가) 베토벤 작곡 <영웅교향곡 제2악장>중의 <장송행진곡의 첫 주제>및
                                        <전원교향곡 제3악장>의 중간 주제
             (나) 슈베르트 작곡 <미완성교향곡 제1악장> 중의 제1주제
             (다) 브람스 작곡 <바이올린 협주곡 제2악장> 중의 첫 주제
  클라리넷 ... (가) 모짜르트 작곡 <협주곡> 및 <클라리넷 5중주곡>
                     (나) 브람스 작곡 <클라리넷 5중주곡>
                     (다) 차이코프스키 작곡 <교향곡 제5번 제1악장> 중의 첫부분
                     (라) 웨버 작곡 <협주곡>과 <小협주곡>
                     (마) 스트라빈스키 작곡 <에보니 협주곡>
   파곳 ... (가) 베토벤 작곡 <전원교향곡 제1악장> 중의 중간 주제
               (나) 차이코프스키 작곡 <비창교향곡 제1악장> 중의 첫부분
               (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작곡 <세헤라자데> 중의 첫 주제
               (라) 모짜르트 작곡 <협주곡>
               (마) 스트라빈스키 작곡 <봄의 제전> 중의 첫 부분
   호온.... (가) 웨버 작곡 <마탄의 사수 서곡> 중의 첫 주제
               (나) 베토벤 작곡 <영웅교향곡 제3악장>의 중간부분의 첫 주제
               (다) 차이코프스키 작곡 <교향곡 제5번 제3악장> 중의 첫 주제
               (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 <틸 오일렌 슈피겔>중의 첫 주제
               (마) 라벨 작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의 첫 주제
   트럼펫 ...(가) 베토벤 작곡 <레오노레 서곡 제3번> 중
                  (나) 멘델스존 작곡 <결혼 행진곡> 중의 첫 부분
                  (다) 바그너 작곡 <탄호이저 행진곡>의 첫 부분
                  (라) 하이든 작곡 <협주곡>
                  (마) 차이코프스키 작곡 <이태리 기상곡> 중
                  (바) 스트라빈스키 작곡 <페트루슈카> 중 제3장 <무희의 춤>
                  (사) 졸리베 작곡 <소협주곡>
   트럼본...(가) 바그너 작곡 <타호이저> 중의 <순례의 합창>
                 (나) 베토벤 자곡 <운명교향곡 제4악장> 중의 발전부
                 (다) 스트라빈스키 작곡 <페트르슈카 제4장 사육제의 시장> 중의 <마부의 춤>
                 (라) 베토벤 작곡 <제9교향곡 제4악장> 중의 안단데 마에스토소의 첫 부분
   잉글리시 호온(코르 앙글레)...(가) 드보르작 작곡 <신세계교향곡 제2악장> 중의 주제
                                                  (나) 베를리오즈 작곡 <로마의 사육제(謝肉祭)> 중의 주제
                                                  (다) 시벨리우스 작곡 <토넬라의 백조> 중의 주제
                                                  (라) 바그너 작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의 목가(牧歌)
   색스폰...(가) 이베르 작곡 <소 협주곡>
                 (나) 드뷔시 작곡 <색스폰과 관현악을 위한 광시곡(狂詩曲)>
                 (다) 비제 작곡 <아르르의 여인 조곡> 중의 전주곡
                 (라) 라벨 작곡 <볼레로> 중
                 (마) 무소르그스키 작곡, 라벨 편곡 <전람회의 그림> 중의 <고성(古城)>
   하프... (가) 차이코프스키 작곡 <호도까기인형 조곡> 중의 <꽃의 원무곡>
              (나) 림스키 코르사코프 작곡 <스페인 기상곡> 중 제4악장 <사경(寫景)과 짚시의 노래>
              (다) 드뷔시 작곡 <플루우트, 비올라, 하아프를 위한 소나타>
              (라) 비제 작곡 <아르르의 여인 조곡 제2번 메뉴엣>
   첼레스타...(가) 차이코프스키 작곡 <호도까기인형 조곡> 중의 <사랑의 요정의 춤>
                    (나) 바르토크 작곡 <현, 타악기, 첼레스타의 음악>
   팀파니...(가) 베를리오즈 작곡 <환상적교향곡 제2악장 전원의 풍경> 중의 마지막
                 (나) 베토벤 작곡 <운명교향곡> 3악장끝에서부터 4악장 첫 부분
                 (다) 스트라빈스키 작곡 <봄의 제전> 중의 <대지(大地)의 춤>

   다음으로는 관현악기의 성능, 음색, 주법 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한 곡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웨버 작곡, 베를리오즈 편곡인 <무도에의 권유>입니다. 이 곡은 악기 편성은 2관편성으로서 피콜로, 플루우트(2), 오보(2), 클라리넷(2), 파곳(4), 호온(4), 트럼펫(2), 트롬본(3), 팀파니, 하아프(2)로 되어 있습니다. 본래 이 곡은 피아노 독주곡이었으나 베를리오즈가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피아노곡과 대조하여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로 림스키 코르사코프 작곡 <세헤라자데>입니다. 이 곡의 악기 편성은 대체로 2관편성이나 피콜로, 플루우트(2), 오보(2), 클라리넷(2), 파곳(2), 호온(4), 트럼펫(2), 트롬본(3), 튜바, 팀파니, 타악기, 하아프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제4악장에 있어서의 바이올린의 카덴짜, 호온과 트럼펫과 작은북(小鼓)의 합주, 하아프의 글리산도, 피콜로와 플루우트와 클라리넷의 반음계적 주구(走句) 등등 극적이고 다이나믹한 효과는 과연 음악사상의 귀재(鬼才) 스트라빈스키의 스승으로서의 귀록(貴祿)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셋째는 무소르그스키 작곡, 라벨 편곡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이 곡의 악기 편성은 3관편성으로서 플루우트(2), 피콜로, 오보(3), 클라리넷(2), 베이스클라리넷,파곳(2), 콘트파파곳, 색스폰, 호온(4), 트럼펫(3), 트롬본(3), 튜바, 팀파니, 타악기, 첼레스타, 목금, 철금, 하아프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곡에는 프로므나드(산보(散步))란 곡이 네번 나타납니다만 그 때마다 편곡이 다른 점과 제2악장 고성에 파곳과 알토색스폰의 독주, 제8악장 <가다콤바>와 제10악장 <키에프의 대문>의 색채는 특기할 만합니다.
   넷째는 차이코프스키 작곡 <호도까기인형 조곡>입니다. 그런데 이 곡은 대체로 2관편성이나 악기 편성이 비정상적인 점에는 특색이 있습니다. 즉 제1악장 <소서곡(小序曲)>에서는 첼로, 더불베이스, 트럼펫, 트롬본이 없고 피콜로, 트라이앵글이 사용되었고 제2악장의 <행진곡>에서는 팀파니가 없고 베이스클라리넷, 잉글리시 호온, 첼레스타 현악5부의 피치카토가 사용되었고 <러시아의 춤―트레팍>에서는 잉글리시 호온, 베이스클라리넷, 베이스트롬본, 튜바, 탬버린이 사용되었으며, <커피의 요정의 춤>에서는 금관이 없고 플루우트(3), 오보(2), 잉글리시호온, 클라리넷(2),베이스클라리넷, 파곳(2), 탬버린과 현악5부의 콘 소르디노가 사용되었고 <다정(茶精)의 춤>에서는 오보, 트럼펫, 트롬본이 없고 플루우트(2), 피콜로, 클라리넷(2), 베이스클라리넷, 파곳(2), 호온(2), 철금과 현악5부의 피치카토가 사용되었습니다.
   다섯째는 푸로코피에프 작곡 <피터와 늑대(Peter &Wolf)>입니다. 이 곡은 대체로 1관편성으로서 특히 이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에 각각 주도동기(Leitmotiv)가 사용되었는데 새는 플루우트로, 오리는 오보로, 고양이는 클라리넷으로, 할아버지는 파곳으로, 늑대는 호온으로, 사냥군의 총 소리는 팀파니와 큰북(大鼓)로, 소년 피터는 현악합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여섯째는 라벨 작곡의 <볼레로(Bolero)>입니다. 이 곡은 대체로 3관편성으로 되어 있으며 특수악기로서는 오보에 다모르, 피콜로 클라리넷, 피콜로 트럼펫, 소프라니노 색스폰, 소프라노 색스폰, 테너 색스폰, 첼레스타, 하아프, 탬버린, 탐탐 등이 사용되었으며 전곡을 통하여 A,B선율이 각 9회씩 반복되는데 그 중에서도 첫번째는 플루우트, 두번째에는 클라리넷, 세번째는 파곳, 네번째는 피콜로 클라리넷, 다섯번째는 오보에 다모르, 여섯번째는 플루우트와 트럼펫의 콘 소르디노, 일곱번째는 테너 색스폰, 여덟번째는 소프라니노 색스폰, 아홉번째부터는 여러 악기의 제주(齊奏)로 되어 피아니시모에서부터 포르티시모에까지 도달되어 클라이맥스에서 그치게 된 곡입니다. 실로 이 곡은 음색과 음량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 역사적인 관현악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총천연색적 음악을 예로 들면 수 없이 많습니다만 지면관계로 소개하지 못함이 유감입니다. 끝으로 이 총천연색적 음악이 바레스(Varese, 1885∼1965)의 극단(極端)주의음악을 거쳐 오늘날 극도로 발전되어 마침내 구체음악과 전자음악을 낳게 되었다는 것을 부언(附言)하여 두는 바입니다.

 < 1959. 5. 신태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