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집 '독백과 대화'
 

공익성과 주체성

나  운  영

   방송은 공익성을 띠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방송은 과연 공익성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방송은 음악 아닌 음악(淫樂)을, 오락 아닌 오락(誤樂)을 제공하지나 않았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 방송은 자녀교육상 해독을 주는 편이 더 많지나 않았을까?
    일부 대중의 여론을 존중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방송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실무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흔히 방송이 새로 나온 대중가요를 유행시키는 경우와 방송이 이미 레코드를 통해 유행된 대중가요를 뒤늦게 퍼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방송은 보다 후자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중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저속한 대중가요를 뒤 늦게 퍼뜨리는 것도 잘못이요 유행이 거의 지나간 뒤에서야 단속을 서두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하물며 레코드 회사의 선전을 방송국이 대행한대서야 될 말인가? 각 방송국이 솔선하여 명랑하고 건전한 대중가요를 제정하고 성의껏 보급시킨다면 퇴폐적이고 저속한 대중가요는 자연도태되고야 말 것이다.

   방송은 국제성을 띠어야 한다. 흔히 국제성과 민족성을 상반된 말로 해석하기 쉬우나 방송이 민족성을 띠어야만 비로소 국제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국 음악을 주로 내보내서야 어느 나라의 방송인지 알아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 방송은 어디까지나 국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작곡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연주한 것을 주로 방송하고 특정한 시간에만 우리가 연주한 외국 음악의 레코드를 방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선 왜색이 짙은 「흘러간 옛 노래」, 「추억의 노래」의 프로를 없애라! 쓰라린 일제시대를 그리워할 까닭이 대체 어디 있는가? 가사만이 다를 뿐 선율, 리듬, 편곡, 무우드, 창법마저 일본 것을 모방한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방송하지 말라! 라틴 아메리카 음악이나 비틀즈 음악의 양(量)을 대폭적으로 줄이라!
   그리고 민족정서가 짙을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대중가요를 방송하라!

   저속한 대중가요 일변도(一邊倒), 외국음악 일변도를 지양(止揚)하지 않는 한 방송의 공익성과 주체성은 찾을 길이 없다.

< 1966. 2. 방송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