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집 '스타일과 아이디어'
 

아마추어적 프로

나  운  영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외출할 때에도 항상 바이올린을 끼고 다녔고 그가 연구에 몰두하다가도 생각이 풀리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 세계 제 1인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크라이슬러와 그 기교가 비등비등했었다고 하니 만약에 그가 음악을 전공했다면 아마도 크라이슬러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연주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그는 바이올린을 곧잘 연주했지만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일반적 수준을 보면 아마추어인지, 프로 인지, 프로적 아마추어인지, 아마추어적 프로인지 -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 때가 이따금 있으니 어찌 된 일일까?
   며칠 전 「전국대학 문화예술축전」에서 서울 및 전라도 지구예선 심사를 맡아본 일이 있다. 이번의 음악 콩쿨만은 음악대학(음악과)학생을 제외한 - 비 전공생만이 출연할 수 있었으며 독창, 중창, 합창, 독주, 중주, 합주 부문에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이에 참가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아마추어적 프로>란 말에 대해 실감할 수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의과대학이나 공과대학 학생이 음악대학 학생은커녕 일류음악가 이상으로 훌륭한 솜씨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주를 듣는 동안 다음과 같은 독백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음악을 해서는 안될 사람은 음악을 전공하려 들고, 음악을 꼭 해야 할 사람은 다른 과목을 전공하니 그야말로 넌센스로구나…」
   모름지기 프로는 프로로서의 자격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 제 아무리 아마추어가 잘 한다 해도 절대로 우리들 프로를 능가할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아마추어들을 주시해야겠다. 만약에 프로가 아마추어보다도 그 수준이 떨어진다면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을 보라. 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러나 그의 테크닉은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했다고 하니 우리는 아인슈타인을 본받아 자기 전공 이외에 적어도 한 가지쯤은 취미로 공부하되 전문가를 능가하리만큼 되려고 노력해 보아야겠다.
   학식과 교양은 다르다. 세상에는 학식은 있어도 교양이 없는 자가 많은가 하면 반대로 학교문전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 중에도 교양이 있는 사람이 있다.
   대학교수나 대학생 중에서 유행가 「동백아가씨」를 즐겨 부르는 사람은 교양인이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 고상한 음악과 유치한 음악 등을 구별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온통 음악(淫樂)과 성가(性歌)로 뒤 끓고 있는 요즘에 피아노소나타, 바이올린협주곡, 예술가곡, 현악 4중주, 합창등등을 진지하게 연주하는 <아마추어적 프로>를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우리는 <프로적 아마추어>가 되 버리지 않도록 자기 전공에 좀 더 충실해야겠다는 것을 서로 다짐해야겠다.

 <1970. 9. 21. 연세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