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집 '스타일과 아이디어'
 

국민교양

나  운  영

   나는 28년만에 일본구경을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8년만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느낀 바가 많았다. 첫째로 그들은 국제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을 섬나라로만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나 보다. 그들은 유럽이나 미국을 마치 이웃집 드나들 듯하니 말이다. 따라서 국제문화교류가 빈번히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부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질서가 잡혀있다는 점이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질서 정연하다. 가장 눈에 띄는 교통질서를 예로 들면   교통신호를 지키는 일이라든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라든가 - 경찰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서로가 지키는 것을 볼 때 민도가 높아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셋째로 거리가 깨끗하다는 점이다. 길에 휴지를 버리거나 코, 가래침을 뱉거나 하는 일을 볼래야 볼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일부러 지하도나 육교같은데서 코, 가래침을 찾아보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그만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으니 생각만 해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우선 이 세가지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우리나라에서는 어째서 출국하는데 수속이 그토록 까다롭기만 할까? 한 사람이라도 더 밖에 나가서 견문을 넓히고 돌아와 일하는 것이 국가 장래를 위해 좋을 것인데 마치 죄인(?)이나, 해외 도피자와 별다를 것 없는 취급을 당하는 듯한 인상마저 받게 되니 이래가지고서야 언제까지나 고립상태를 모면하기 어렵지 않을까? 둘째로 교통질서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지키고 서 있어야만 지키고, 교통안전 주간이니 뭐니 하는 그 단속기간이 지나면 당장에 질서가 다시 문란해져 버리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둘째로 거리에 함부로 코, 가래침을 뱉는 버릇을 왜 못고칠까? 위생상 나쁜 점은 더 말할 것 없고 이처럼 야만적인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나 이렇게도 거리가 더러워서야 그들에게 우리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밖에 안되지 않는가?
   셋째로 예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새삼 놀란 것은 일본에 가니 우리나라 유행가와 거의 같은 노래를 손쉽게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미 10여년전에 우리나라 유행가 중 그 8할이 일본 고유 음계인 미야꼬부시(都節)로 작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일이 있었는데 「어쩌면 멜로디에서부터 창법, 편곡, 무드에 이르기까지 이다지도 같을 수가 있을까?」하고 감탄(?)해 마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재일교포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은 민족적 긍지를 가지고 살라」는 말을 해주었다. 우리문화는 일본문화와는 완연이 다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일본 것을 무비판적으로 흉내내야만 하는가? 오늘날 적어도 노래에 있어서만은 너무나도 퇴폐적이요, 염세적인 무드의 일본 미야꼬부시가 유행되고 있어 마치 이것이 우리나라의 것인 양 그릇 인식하게 되고 말았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나는 교통위반자를 단속하거나 거리에 침 뱉는 사람을 처벌하는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일본 유행가를 표절하거나 모작하는 사람은 물론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까지도 나라 법으로 강력히 다스려 주었으면 싶다. - 단속하는 자가 없어도 이런 짓들을 아예 하려 들기조차 하지 않는 국민교양이 아쉽기만 하다.

<1971. 4.16. 주간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