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집 '스타일과 아이디어'
 

두 개의 우화

나  운  영

 1
  「어떤 사람이 천당엘 가보니 그곳에는 두 개의 서랍이 있는데 한쪽 서랍을 열어보니 혀만 수두룩하게 들어 있기에 이게 웬일이냐고 물으니 이것은 모두가 목사님들의 혀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서랍을 열어보니 귀만 수두룩하게 들어 있기에 이것은 또 웬일이냐고 물으니 이것은 모두가 신자들의 귀라는 것이었다. 즉 목사님들은 좋은 말만 했기 때문에 혀만 천당에 와 있고 신자들은 좋은 말만 들었기 때문에 귀만 천당에 와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행이 일치되기가 어렵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고 듣는다 하더라도 이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중인격자, 위선자, 거짓말쟁이, 실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만다. 선거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새해 또는 새 학기가 되면 누구나 공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반년쯤 지나고 보면 이미 그것은 공약(空約)이 되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니 말과 행동의 일치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위의 우화를 하나의 농담으로 생각해 버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목사님들의 혀와 신자들의 귀만 천당에 올라가서 있고 나머지는 모두 지옥에 떨어졌다는 뜻이 되니까 말이다.

2
  어떤 사람이 천당과 지옥을 돌아보고 와서 하는 말이 우선 지옥엘 가보니 그곳에는 큰 식탁이 마련되어 있고 식탁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데 모두들 음식은 먹지 않고 싸움만 되풀이하고 있기에 그 까닭을 물으니 수저가 너무도 길어서 아무리 먹으려 해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음엔 천당엘 가보니 거기에도 지옥과 꼭 같게 식탁이 있고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긴 수저로 먹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서로 상대방사람을 먹여주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즉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욕심만 부리고 먹지 못해 바짝 말랐고 싸움과 욕이 끊일 줄 모르는데 천당에 있는 사람들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가 배불리 나누어 먹어 신수가 훤하고 환담과 찬송이 끊일 줄 모르더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많기 때문에 죄를 저지르게 된다. 허기야 욕심이 전혀 없어도 안되겠지만 욕심에도 한도가 있어야지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린다거나 남을 해쳐서까지 내 욕심을 세우려 들다가는 국영호텔 아닌 교도소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여 서로 돕고 아껴야만 다 잘 살수 있는 법인데 잘 알면서도 그대로 행하지 못하니 실로 죄 많은 인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 등산 객들이 있다고 하자.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할지라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끌어 올려주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해서 함께 올라가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 사회는 먼저 올라간 사람이 밑에 있는 사람을 끌어올려주기는 커녕 매정스럽게도 보고도 못 본체 자기만 가 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못올라오도록 방해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나무 위에 올라가게 해놓고 밑에서 흔들어 떨어뜨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위의 우화를 하나의 만담으로 생각해 버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수저가 자기 팔보다도 길면 제 입에 들어갈 수 없으니 먹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럴 때에 마음을 잘 쓰면 제아무리 수저가 길더라도 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존공영, 상부상조란 말이 있듯이 동료간에는 물론 특히 스승과 제자간에, 선배와 후배간에 서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씨를 가져야만 천국백성이 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 두 가지 우화를 우화로 가볍게 받아 넘겨서는 안되겠다. 도의교육이니 종교교육이니 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과 '남을 위해야만 나도 산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학식이 있는 사람 중에 위선자와 악덕인이 많고, 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한 촌로들 중에 마음이 착하고 인심이 후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오늘날의 도의교육이니 종교교육이니 하는 것이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아 자기를 속이고 남까지 속이는 사람', '서로 도울 줄 몰라 자기도 못살고 남까지 못살게 하는 사람'이 없는 지상천국은 언제나 오려나--- 온갖 사회악의 연쇄반응 속에서 허덕이고 또 허덕일 때마다 언젠가 들었던 이 두 개의 우화가 생각난다.

 <1972. 연세 제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