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집 '스타일과 아이디어'
 

현대음악의 문제점

나  운  영

   현대음악의 문제점을 논하기 전에 [현대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다.
1. 현대음악의 시대적 구분
   현대음악(Contemporary Music)이 근대음악(Modern Music)과 혼동되는 일이 많으니 이것부터 정리해 놓아야겠다. 즉 흔히 근대음악과 현대음악을 구분 짓지 않고 통틀어서 현대음악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계 제 1차대전 직후(1918년)부터를 근대음악이라 부르고 세계 제 2차대전이 끝난 직후(1945년)부터를 근대음악이라 부른다. 따라서 Debussy, Vanghan-Williams, Schoberg, Bloch, Villa-Lobos, Bartok, Stravinsky, Webern, Varese, Berg, Prokofieff, Honegger, Milhaud, Hindemith, Gershwin, Chavez, Copland, Carter, Shostakovich, Ginastera 등은 근대음악가에 속하고 Jolivet, Messiaen, Cage, Lutoslawski, Xenakis, Ligeti, Hiller, Babbitt, Berio, Nono, E.Brown, Bussotti, Kagel, Penderecki, Davidowsky 등은 현대음악가에 속한다.

2. 현대음악의 종류
   인상파음악, 원시주의음악, 표현파음악, Jazz, 신고전주의음악, 극단주의음악, 미분음음악 등은 근대음악에 속하고 12음음악, 점묘주의음악, 구체음악, 전자계산기음악 등은 현대음악에 속한다,
 그렇다면 소위 전위음악은 어디에 속하는가? 이는 우연성음악, 행동음악 등등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3. 현대음악의 특징
   현대음악의 특징을 논하기 전에 음악의 5요소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옛날에는 Rhythm, Melody, Marmony를 음악의 3요소라고 말했었고, 낭만파 이후부터 Rhythm, Melody, Harmony, Tone color를 음악의 4요소라고 말했었고,  요즈음에는 Rhythm, Melody, Harmony, Tone coler, Form을 음악의 5요소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현대음악에 있어서는 Tone color가 가장 중요시 되고 있다.
   이제 현대음악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아래와 같다.
   1. 조성의 파괴---Wagner 이전까지는 조성이 뚜렷했었다. 즉 장조가 아니면 단조로서 오직 전조를 통해서 변화를 가져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Wagner에 이르러 점차로 조성에서 이탈하려 드는 경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1924년 Schonberg에 이르러 조성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것이 현대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늘날 12음기법을 구사하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조성의 파괴로 말미암아 조성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자재로 작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리듬]의 혁명---Stravinsky는 [리듬]을 파괴한 대표적 존재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리듬]을 자주 바꾸거나 서로 틀리는 [리듬]을 동시에 결합시킨 결과에 불과했다. 그런데 1935년 Messiaen은 인도의 [리듬], [그리스]의 [리듬], 새소리의 [리듬]을 연구하여 마침내 비정상적인 [리듬]을 구사함으로써 그야말로 [리듬]의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요즈음 우연성음악에 있어서는 즉흥연주가 매우 존중되고 있는데 이것 중에는 비정상적인 [리듬]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3. 화성의 파괴---전통이나 12음음악은 모두 화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Cowell이 Tone Cluster(Cluster chord)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오늘날 Ligeti, Penderecki등은 이 Tone Cluster수법을 더욱 확대시켜 마침내 화성을 파괴하고 말았다.
   4. 음색의 혁명---1938년 Cage가 Prepared Piano(Grand Piano줄 사이에 나무, 유리, 양철, 고무, 대까치등 물체를 끼워서 연주하도록 한 것)을 사용함으로써 악기를 전혀 쓰지 않고 자연음 만을 Tape에 녹음해서 연주하는 구체음악, 재래의 악기를 발전기를 통해 음색을 변화시키거나 Synthesizer로 어떤 음색이든 만들어 연주되는 전자음악, 그리고 전자계산기음악 등등은 음색의 혁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5. Improvisation--- Cage의 우연성 음악이 더욱 발전되어 음 높이만 지정해 주고 [리듬]을 마음대로 연주하거나 [리듬]만 지정해 주고 음 높이를 마음대로 연주하거나, 음 높이와 [리듬]을 모두 마음대로 연주하거나 이에 강약, 속도, 발상기호까지도 마음대로 연주하게 함으로써 연주가로 하여금 재 창조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니 비록 같은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한다 하더라도 매번 다르게 연주되는 점이 또한 현대음악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다.

4. 현대음악의 문제점
   현대음악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현대음악은 앞으로도 부단히 발전할 것일까?  혹시 현대음악은 이미 벽에 부딪친 것일까?  이제 그 문제점에 대해서 논하기로 하겠다.
   1.맹목적인 모방--- 새로운 경향, 새로운 기법을 되도록 빠르게 섭취해야 할 것은 물론이나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Schonberg의 12음기법, Varese의 타악기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 Cage의 우연성 음악을 도입한 불확정성음악, Penderecki의 Tone Cluster를 주로 하는 음악등의 모방이 유행되고 있음을 볼 때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소위 전위음악은 <해프닝 쇼>와도 같은 것이어서 최초로 누가 먼저 했느냐 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모방한다면 아무 뜻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려 들 것이 아니라 내 것, 내 나라의 것, 내 민족의 것을 창조하는데 큰 뜻이 있다.  외국 것을 모방하다가는 그만 외국 2세적인 것이나 국적불명의 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르는 자는 항상 남에게 뒤지는 법이니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는 자, 남보다 앞장을 서는 자가 되어야겠다.
   2. 민족적 경향의 감퇴--- 국제문화교류시대에 있어서 민족적 경향을 운운하는 그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같이 느껴질런지 모르나 이는 민족음악이 수립된 나라 사람만이 말할 자격이 있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겠다.
 우리는 아직까지 서양음악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한 편 내 나라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작곡학적으로 체계를 세우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결과적으로 서양음악의 모방, 추종을 일삼고 있으니 민족적 음악을 창조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즉 민족적 아이디어와 현대적 스타일이 결부된 음악을 작곡해야만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국제음악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윤이상씨의 음악이 주목을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아악을 연상케 하는 유장(悠長)한 Melody, 한국적인 장식음 사용, Heterophony적 작곡기법 등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국악의 현대화에 깊은 뜻이 있으나 민족적 경향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겠다.
   나는 <Symphony No.9>에서 아악의 현대화를 시도했고,  <Symphony No.13>에서는 농악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더욱이 <Symphony No.9>은 산조형식으로 작곡했다. 나는 국악의 현대화만이 우리의 나아가야 할 길인 동시에 이런 작품을 남기는 데에 오직 우리 작곡가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단언한다.
   3. 전위(前衛)음악과 전위(全僞)음악--- Cage가 1954년에 발표한 피아노 독주곡  <4분 33초>라는 우연성음악이나 1962년 Grand Piano를 돌과 나무판때기로 부셔 버리는 행동음악이나 백남준씨의 섹스음악은 과연 전위(前衛)음악인가? 그렇지 않으면 전위(全僞)음악인가? 또한 전위(前衛)음악만이 현대음악인가?
   현대음악에 있어서 전통음악과 전위(前衛)음악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주장한다. Graphic Notation(도형악보)으로 작곡된 곡만이 현대음악이 아니요, 5선보로 작곡된 것도 훌륭한 현대음악이 될 수 있다. Synthesizer나 Computer로 연주된 곡만이 현대음악이 아니요 재래의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도 훌륭한 현대음악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위 전위적인 것만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과연 현대음악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종말을 예언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사이비 전위음악을 경계해야겠다. 이는 곧 전위(全僞)음악인 까닭이다. 오늘날 전통적 현대음악을 경시 또는 무시하려 드는 데에 곧 현대음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4. 새로운 형식의 모방--- Schonberg도 Webern도 Messiaen, Varese, Cage, Stockhausen, Penderecki도 새로운 형식만은 발견하지 못했다. 즉 그들이 Rhythm, Melody, Harmony, Tone Color를 극도로 발전시킨 것이 사실이나 형식만은 옛날의 Variation form, Rondo form, Fugue form - 심지어는 Sonata form까지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형식에 담아야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음악에 형식이 필요하느냐고 반문하는 자가 있으나 문학, 미술과 달리 음악은 순간적인 예술이므로 반드시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된다.

   흔히 광시곡 또는 환상곡이란 것이 있으나 이는 말하자면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니 결국 형식을 무시할 수 없다. 저 Webern은 10소절도 못되는 순간적인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음악 중에는 짤막한 곡이 많다, 너무도 자극적인 음악은 짧을수록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도 짧은 음악은 전혀 인상에 남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긴 곡이 요구되나 그럴 때에는 형식이 문제가 된다.
   현대 작곡가들은 현대음악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과연 어떤 형식이 발견될 것인가? 소위 Serial Technique(음열기법)라 하여 Melody와 Harmony뿐만 아니라 Rhythm, Dymamics, Tone Color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조직적인 방법이 구사되고 있는 오늘날 오직 형식에 대해서만은 혁명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과 같이 나는 현대음악의 문제점을 4가지로 집약해 보았다.
   과연 유행을 따라 같은 경향의 것을 만들어야만 현대음악이 되는 것일까? 과연 Cosmopolitan음악이 현대음악일까? 과연 전위음악만이 현대음악의 종착역일까? 과연 형식이 없거나 재래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해야만 현대음악이 되는 것일까? 혹시 현대음악이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철저한 파괴작업, 혁명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1927년 Stravinsky는 "Bach to Bach"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나는 Bach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원시음악으로 돌아가서 재출발해야만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 일단 원시음악으로부터 시작되는 현대화 작업이야말로 앞으로의 현대음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원시음악은 현대음악과 가장 거리가 먼 것만 같다. 그러나 음악은 지구와도 같이 돌고 도는 것이어서 어쩌면 원시음악과 현대음악은 가장 거리가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원시음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4. 11. 월간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