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집 '토착화와 현대화'

4도화성·2도화성·한국화성의 화음표기법의 체계화

나  운  영

   1956년부터 1969년까지 『화성학』· 『대위법』·『음악형식론』 · 『작곡법』 ·『관현악법』등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판했던 것을  수정· 증보하여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세광음악출판사에서 『음악이론총서(전10권)』를 다시 출판하는 동안 나는 많은 고심을 했었다.
   특히 『현대화성론』을 출판함에 있어서는 1949년 조판 중 6· 25사변으로 말미암아 빛을 보지도 못하고 말았던 『화성학』의 「제25장 근대화의 개설」을 쓸 때부터 언젠가는 현대화성론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30년이 넘은 1982에서야 이 책을 내놓게 된 데에는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즉 세계 각국의 현대화성론 책을 모조리 구해 봐도 체계가 세워진 것이 별로 없고, 심지어 4도화성· 2도화성에 대한 화음표기법 조차도 개발된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한편 현대화성은 무조음악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성음악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니-그렇다면 고전화성학과 마찬가지로 화음의 분류 · 종류· 위치·선율화성법· 비화성음· 변화화음· 전조 등등의 체계를 세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고 삼아 이 책의 차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강 3도화성
  제2강 부가화음
  제3강 병행법과 투영법
  제4강 4도화성
  제5강 2도화성
  제6강 복합화음
  제7강 복조화음
  제8강 기타화성
  제9강 12음열 화성
  제10강 한국화성

  그런데, 특히 제10강을 쓰는데 있어서 나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만 했다. 즉 1961년에 발표했던 논문 「한국적 선율의 화성화에 관한 시론」과 1982년 초에 발표했던 논문 「한국적 선율의 화성화에 관한 고찰」을 토대로 삼아 드디어 <한국화성>을 더욱 체계화한-그야말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현대화성에 관해서는 두가지 견해가 있는 듯 하다. 즉 「현대화성과 고전화성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라는 관념이 첫째요, 「현대화성과 한국화성도 전혀 별개의 것이다」라는 관념이 둘째인데 이 두가지 오해를 우선 청산해 버리는데서부터 현대화성은 시작된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현대화성론』은 현대음악에 관심을 가진 작곡학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연주가 지망생 ·음악교육자 ·음악애호가 등에게도 절대로 필요한 것임을 재강조하는 바이며 아울러 - 어디까지나 나의 창안에 속하는 4도화성·2도화성·한국화성의 <화음표기법>이 온세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음악이론총서』의 총결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나의 『현대화성론』의 필독(必讀)을 권한다.


<1989. 4. 월간 음악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