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집 '토착화와 현대화'

음악조기교육

나  운  영

    <음악조기교육>이란 음악에 대한 재능을 되도록 어릴때 부터 길러 주자는 것입니다. 즉 음악은 어릴때부터 가르쳐야만 진보가 빨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것을 잘못 이해하여 어린이의 발육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가르치기 시작하여 되도록 빠른 기간에 콩쿠르에 입상시킴으로써 부모의 야망을 채워 보려는 경향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읍니다. 이러한 부모들은 조기교육을 마치 <속성교육>으로 착각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한 몰지각한 부모들과 이들의 비위를 맞춰 무책임한 교육을 자행하는 <사이비 레슨선생들> 로 말미암아 수 많은 어린이들이 난치병 환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40년 이상 교육에 종사해 온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이를 이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다섯가지 점을 지적 ·논평코자 합니다.  
   첫째는 기초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모래 위에 높은 집 짓는 격이 되지 않도록 교본에 의해 박자감·리듬감·음정감·화음감·형식감 등등의 기초를 닦아주어야 합니다. 기초를 닦는데 소요되는 기간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기간입니다. 그러므로 기초교육을 등한시 하고서는 절대로 성공을 기약할 수 없읍니다.  
   둘째는 종합교육을 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바이올린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바이올린 만을 연습시켜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솔페지(고정음명창법훈련)와 악곡분석(화성 및 형식 분석)과 피아노를 함께 지도해야만 상상 외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에 있어서 특히 고정음명 창법에 의한 솔페지는 절대 음감을 기르는 데도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셋째는 교본 (에튜드)과 곡(레퍼토리)은 병행시켜야 합니다. 옛날에는 곡보다 교본을 중요시 했었고 요즈음은 교본 보다 곡에 치중하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이것은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읍니다. 따라서 먼저 교본과 곡의 수준이 같은 것을 선택한 다음에 이를 병행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교본과 곡의 수준의 차이가 심하여 교본은 극히 초보에 머물러 있는데도 멘델스존이나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강제로 가르치는 악풍이 돌고 있으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읍니까?
   넷째로 교본 선정이 무엇 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교본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바이엘>과 <체르니> 등 만으로는 근대·현대 음악을 연주는 고사하고 이해 조차 할 수 없으므로 이에 계속하여 <바르토크의 미크로코스모스 전6권> 또는 <토호의 에튜드 전8권> 등등을 가르쳐야만 근대·현대곡에 대한 운지법을 습득할 수 있고 아울러 그 리듬법· 선율법· 화성법 등에 익숙해질 수 있읍니다. 더욱이 근대·현대 음악은 어릴때 부터 그 감각을 길러 주어야만 특효가 있는 것이므로 <체르니> ·<클레멘티>·<크라머> 등등 만을 고집하거나 이런것 이외에는 교본이 없는 것으로 속단하여 아예 교본 없이 곡만 연습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다섯째로 레코드 감상을 자주 시켜야 합니다. 레코드 감상을 통하면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물론 -음악적인 센스를 기를 수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연주법(악곡해석법)과 작곡법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어릴때 부터-국악을 포함하여-광범위하게 각양각색의 음악을 감상시켜야 합니다.  
   이상과 같이 다섯가지 점에 유의하여 그릇된 음악조기 교육으로 인한 폐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가 우리나라에서, 아니 운경동산에서 속속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 <속성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한번 잘못 배운 버릇은 고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기초가 제일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읍니다」


<1986. 9.15  운경동산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