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집 '토착화와 현대화'

천사의 음성
- 미국 캘리포니아 한국소년소녀합창단의 모국방문 연주를 듣고

나  운  영

   8·15 해방 후 장수철·박재훈·안병원·손대업 등과 함께 우리 나라 동요계를 이끌어 왔던 권길상 선생 인솔하에 지휘자 김동현, 반주자 구자형 선생과 단원 37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의 연주회는 점점 시들어만 가는 듯한 우리 나라 어린이 합창계에  커다란 자극을 던져 주었다고 생각된다.
  창단 7년을 기념하는 이번 연주를 듣고 첫째로 느낀 것은 우리 나라 사람은 - 마치 이태리 사람들 처럼 선천적으로 목소리가 좋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즉 무리가 없는 자연스런 발성으로 천사의 음성을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외국어 발음이나 모국어 발음이 정확하여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특히 이 점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일이다.
  셋째로 선곡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스타일의 곡을 잘 소화해서 연주하였으니 무엇보다도 지휘자와 반주자의 탁월한 지도력과 높은 음악성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무릇 합창단이란 독창자의 집합체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개성을 죽이고 한 목소리로 연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성3부합창의 경우 여러사람의 소리가 우선 세사람의 소리로 집약돼야 하고 나중에는 한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려져야 하는 것이 이상이니만치 발성-발음-리듬-음정-감정표현 증이 일치돼야 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는 법인데 이 합창단은 그 어려움을 드디어 극복한 셈이니 앞으로 저 <빈 소년합창단>이나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수준에 도전하는 국제적인 합창단으로 날로 날로 성장하기를 축원하는 바이다.
  다만 이번 공연에 좀 아쉬움이 있다면 외국노래의 경우 적어도 한절쯤은 번역 가사로 노래했으면 좋겠고, 청중등에게 잘 알려진 노래를 더 많이 불렀으면 하는 점이다. 그래야만 더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반젤 소년소녀합창단>(김주영 지휘)의 우정출연은 금상첨화란 말을 실감케 해 주어 매우 흐뭇했다.



<1989. 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