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집 '토착화와 현대화'

어설픈 국악조

나  운  영

   이 땅에 서양음악이 들어온 지도 벌써 100년이 지났다. 1884년 개신교가 들어올 때에 찬송가가 함께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치원 - 초등학교 - 중고등학교에서는 주로 서양 음악만을 가르쳐 왔으니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은 그야말로 서양음악 일변도라고 말해도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기야 요즈음은 초등학교에서 우리 민요도 가르치고 피리나 북 · 장구도 가르친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요 그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 아닌가? 이렇듯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서양음악만을 배운 사람들이 자라서 작곡가가 되니 누가 들어도 틀림없이 서양 사람이 작곡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 서양식 곡조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만 해도 교가나 창가 · 동요곡을 국악조로 작곡하면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요 비음악적이라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동요곡 「흥부와 놀부」(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놀부 살았대‥‥ 강소천 작사)를 작곡했고, 예술가곡 「접동새」(김소월 작시 )와 성가곡 「골고다의 언덕길」(김병기 작시)등을 판소리 풍으로 작곡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이 요즈음에 와서는 너도 나도 국악조로 작곡을 한답시고 법석을 떨고 있으니 참으로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고나 할 까‥‥
   뒤늦게나마 크게 깨달아 국악조로 작곡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경하해야 할 일이지만, 국악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국악조를 흉내 내다보니 온통 '어설픈 국악조'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즉 '파'와 '시'를 빼고 그저 5음음계로 쓰면 저절로 국악조가 되는 줄 알거나, 서양조의 멜로디에 장구장단을 곁들이면 되는 줄 알거나, 국악조의 멜로디에 서양 고전화성, 즉 3화음 만을 붙이거나 하는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다시 말해서 어설픈 국악조란 국악조와 서양조가 뒤섞인 것을 비롯해서 창작적 요소가 별로 들어 있지 않은 극히 상식적인 것을 말하는데 이 모두가 국악을 모르면서 흉내만 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상 우리의 민요, 단가, 판소리를 자주 들어야 하고, 장구장단을 칠 줄 알아야하고, 장구장단을 자기가 직접 치면서 노래 부를 줄 알아야만 국악의 맛과 멋을 알게 된다.
   중국음악이 우리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사실이나, 중국음악과 일본음악은 공통점이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 음악은 중국음악과도 다르고 일본음악과도 다르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 나라 음악의 고유성과 우위성이 증명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도 내 나라의 음악을 가르치지 않고 서양음악만을 가르쳐 온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즉 어린이가 자랄 때 먼저 모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우리는 0세 (零歲)- 즉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국악을 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국악->동양음악->서양음악의 순으로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내 나라의 음악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음악을 먼저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내 나라의 음악을 모르면서 무시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내 나라의 음악을 철저하게 배운 다음에 이를 발전시켜서 현대화하는 것만이 정도(正道)임을 알아야 한다.

<1953.5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