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5집 '토착화와 현대화'

교회음악의 토착화와 현대화는 요원하다

나  운  영

   1984년은 천주교 200주년 ·개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였다. 그런 뜻에서 천주교에서는 1985년 3월에 (통일)가톨릭 성가가 나왔고, 개신교에서는 1983년 12월에 (통일)찬송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두 책은 편집을 너무 서두른 탓으로 여러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말았으니 한마디로 말해서 교회음악의 후진국으로서의 부끄럼을 세계만방에 노출시키고 만 셈이다. 이제 천주교의 성가집과 개신교의 찬송가의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그 문제점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첫째로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찬송가 또는 성가집의 출판 역사를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천 주 교

발행년도

개 신 교

 

1892

찬미가 (27장, 무곡)
 

1894

찬양가 (117장, 4부)
 

1908

찬숑가 (266장, 4부)
죠션어 셩가 (62장, 단음)

1924

 
 

1930

부흥성가 (242장, 4부)
 

1931

신정찬송가 (314장, 4부)
 

1935

신편찬송가 (400장, 4부)
가톨릭성가 (214장, 단음)

1938

 
 

1949

(합동)찬송가 (586장, 4부)
가톨릭성가집 (181장, 4부)

1951

 
정선 가톨릭성가집 (182장, 4부)

1957

 
정선 가톨릭성가집 (182장, 4부)

1957

 
 

1959

청년찬송가 (224장, 4부)
 

1962

새찬송가 (671장, 4부)
 

1967

(개편)찬송가 (620장, 4부)
새전례 가톨릭성가집 (279장, 4부)

1975

 
가톨릭 공동체의성가집 (550장, 4부)

1975

 
 

1983

(통일)찬송가 (558장, 4부)
 (통일)가톨릭성가 (398장, 4부)

1985

 
 위의 일람표를 보면
  1. 개신교의 첫 찬송가가 1892년에 나온데 비해 천주교의 첫 성가집은 1924년에 나왔으니 개신교보다 선교100주년이 앞선 천주교 측이 개신교 측 보다 32년이나 뒤진다.
  2. 개신교의 찬송가는 1894년부터 4부(혼성4부합창)로 되어 있는데 비해 천주교의 성가집은 1950년까지는 단음으로 되어 있으니 개신교 측 보다 56년이나 뒤진다.
  3 개신교의 두번째 찬송가인 찬양가가 117장인데 비해 천주교의 첫번째 성가집인 조션어셩가는 62장 뿐이니 개신교측보다 55장이나 적다.  
  4. 개신교의 최근의 찬송가가 558장인데 비해 천주교의 최근의 찬송가는 398장이니 개신교 측보다 160곡 이나 적다.

  둘째로 우리나라 사람이 작곡한 찬송가(또는 성가)가 얼마나 들어 있는가를 조사해보면 다음과같다.

천 주 교

개 신 교

가톨릭성가집    3곡 (합동)찬송가    1곡
정선 가톨릭성가집   27곡 청년찬송가   20곡
새전례 가톨릭성가집   35곡 새 찬송가    0곡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 160곡 (개편)찬송가   27곡
(통일)가톨릭성가 126곡 (통일)찬송가   17곡
  위의 일람표를 보면,
  1. 외국인의 곡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곡의 비율은,
    a) 새전례 가톨릭 성가집이 279장 중 35곡인데비해 (개편)찬송가는 620장 중 27곡이고,
    b)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이 550장 중 160곡인데 비해 (개편)찬송가는 620장 중 27곡이고,
    c) (통일)가톨릭 성가가 398장 중 126곡인데 비해 (통일) 찬송가는 558장 중 17곡이다.

  2. 우리나라 사람의 곡의 수는  
    a) 새전례 가톨릭 성가집이 35곡인데 비해 (개편)찬송가는 27곡이니 천주교 측이 8곡이 많고,
    b)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이 160곡인데 비해 (개편)찬송가는 27곡이니 천주교 측이 133곡이나 많고
    c) (통일)가톨릭 성가가 126곡인데 비해 (통일)찬송가는 17곡이니 천주교 측이 109곡이나 많다. 

  3. 천주교 성가집에 실린 우리나라 사람의 곡 중 개신교 신자의 곡의 수는,
    a) 새전례 가톨릭 성가집과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이 각각 2곡이고,
    b) (통일) 가톨릭 성가가 1곡이다. 즉 이것은 교회일치(敎會一致)를 지향하는 뜻에서볼 때 그나마도 주목할만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로 천주교의 성가집에 들어있는 우리 나라사람의 곡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새전례 가톨릭성가집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

(통일)가톨릭성가

35곡 중 160곡 중 126곡 중
    최 병철    16곡
    이 문근     8곡
    기타        11곡
     원 선오   84곡
     이 종철   43곡
     김 대붕   13곡
     기타       20곡
      최 병철   38곡
      이 문근   22곡
      김 대붕   14곡
      기타       52곡
위의 일람표를 보면,
  1. 새전례 가톨릭 성가집 중 최병철의 곡이 거의 1/2을 차지하고 있고,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중 원선오의 곡도 거의 1/2을 차지하고 있고. (통일)가톨릭성가 중 최병철의 곡이 거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2. 성가집 한권에 들어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곡 중 1/2 또는 1/3이 한 사람의 곡이라는 점-그 자체는 별로 문제삼을 일이 못된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곡들이 모두 좋은 곡이냐가 문제인데 거의 대부분이 서양조(西洋調)라는 사실이 매우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리듬이나 멜로디나 화성에 있어서 동양조(東洋調) 내지 한국조(韓國調)를 별로 의식 조차하지 않고(못하고) 작곡을 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니 <교회음악의 토착화와 현대화>는 요원한 느낌마저 든다. 한 사람의 곡의 수야 많든- 적든- 선곡에 있어서좀더 신중을 기해야만할 것이 아닌가?
  우리의 맛과 멋이 물씬 풍기는 우리의 찬송(또는 성가)을 부를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 올 것인가‥‥‥‥‥.


<1986. 봄호 교회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