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민족음악수립의 당면문제

나 운 영

민족음악의 수립은 먼저 그나라의 문화적 유산의 올바른 계승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민족음악 발달사를 들추어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자기나라의 고전인 민속음악을 수집, 연구한 사람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국의 포스터, 맥도웰, 영국의 본 윌리암스, 이태리의 피젯티, 서반아의 페드렐, 러시아의 발라키레프, 노르웨이의 그리크, 헝가리의 바르토크, 코다이, 체코의 스메타나, 브라질의 빌라 로보스, 멕시코의 샤베스등이 곧 그들입니다. 특히 18세기까지 음악 열등국이었던 러시아가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조직된 「5인조」로 말미암아 일약 세계적인 음악국이 된 것을 볼 때 민속음악의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민속음악이 흔히 주석(酒席)에서 불리어질 뿐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민속음악에는 가사(歌詞), 시조(時調), 가야금산조, 창악(唱樂), 민요, 잡가, 농악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농악 장단은 저 스트라빈스키도 따를 수 없을 만한 독특한 것이며 창악은 훌륭한 오페라입니다. 또 민요만 하더라도경기, 서도, 남도 등 제각기 지방색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민속음악을 철저히 연구해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민속음악은 민속음악만으로 창조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 궁중악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려조의 가곡(歌曲), 이조의 여민락(與民樂)과 영산회상(靈山會上)등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고유의 궁중악입니다. 또 그밖에 우리는 외래음악을 섭취해야 할 것입니다. 즉 아악(雅樂)과 당악(唐樂)이 중국에서 들어온 후 우리 국악의 중요한 요소를 점(占)하게 되었으므로 우리는 아악 중의 문묘악(文廟樂), 당악의 보허자(步虛子), 미환입(尾還入), 낙양춘(洛陽春)등을 또한 탐구해야 할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미국음악의 발전과정을 살펴 보는 것도 무익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첫째로 캬드맨 맥도웰에 의하여 「아메리카 인디안」의 원시적음악이 수입되었고, ?둘째로 포웰 골드마크에 의하여 「아프리카 니그로」의 음악이 수입되었으며, 셋째로 거슈인에 의하여「째즈」가 순수음악에 흡수되었고, 넷째로 코플랜드등 젊은 작곡가들에 의하여 「인디안」과「니그로」음악의 요소를 떠날 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신대륙의 음악을 작곡하고자 하는 급진적인 현대파등으로 발전된 것입니다. 즉 그들이 '어찌하면 유럽의 영향에서 벗어난 민족음악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 온 것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고민을 우리 한국의 작곡계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며 또한 느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나라의 고유의 음악인 향악(鄕樂), 속악(俗樂)과 외래음악인 중국의 아악(雅樂), 당악(唐樂), 그리고 구미(歐美)의 음악인 양악(洋樂) ―'이 세가지 요소를 어떻게 섭취해서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우리 민족음악을 수립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허다한 난점이 있습니다.
1. 3분손익법(三分損益法)에 의한 과학적인 악기제작 및 개량
2. 미분음부호(微分音符號) 사용에 의한 정확한 선율채보(旋律採譜) 완성
3. 선율과 장단의 동시적인 채보 완성
4. 「생황」기타의 악기에 의한 화성법 연구
5. 선율수식법(旋律修飾法)(변주법)의 개량 연구
6. 악식론, 대위법, 작곡법, 관현악법, 음악사 등의 연구 기타

구전(口傳)에 의해서 계승되는 우리의 고전은 명인의 서거와 함께 그 자취가 없어져만 갑니다. 우리는 고적(古蹟)을 보존하는 데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국악을 보존하는 데도 착안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구미의 현대음악이 고대음악 또는 자국의 민요의 발굴에서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이 타국의 고전까지도 연구하여 거기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있는 경향을 볼 때 민족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됩니다. 우리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우리음악이 외국인에 의하여 연구되고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불란서 작곡계의 명장인 메시앙은 인도,「자와」 그리고 「극동음악」의 정통자(精通者)란 말을 들을 때 아시아인으로서의 수치를 통감하게 됩니다.

양악에 관하여 너무도 무지한 국악인 !!
국악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은 양악인 !!
양악인과 국악인은 어느 때까지 평행선상을 방황할 것입니까?

<1953.5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