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음악이 보다 한국적이려면
  ―먼저 일본색과 서양색을 일소해야 한다―

나  운  영

   우리 민족은 36년간 일본통치하에 소위 유행가를 통하여 주로 일본음계인 미야꼬부시(도절)에 의한 노래를 불러 왔고 한편 70여년간 낡은 양식의 서양찬송가와 창가를 통하여 주로 전음계에 의한 노래를 불러 왔고,  더욱이 8.15 해방과 더불어 미군이 진주한 이래 부기우기, 맘보 등등 째즈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어 이것들이 우리 몸에 완전히 배어 있어 한국적인 것을 모색하는데 있어서도 적지 않은 지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원에서는 서양음악만을 가르치고 있고 사회에서는 일본색 유행가,  째즈,  샹송 들이 뒤끓고 있는 관계로 제 아무리 한국적인 것을 찾으려고 해도 도시 어떤 것이 우리 것인지를 분별하기조차 힘이 드는 형편이니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경음악인 가운데는 아직도 일본색이 짙은 대중가요를 짓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한편 순수음악인 가운데는 아직도 서양찬송가나 창가와 비슷한 국민가요를 짓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생리에 맞는 한국적인 노래가 없어 싫든 좋든 간에 외국노래 또는 외국풍의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음악이 보다 한국적이려면 네가지 과정을 밟아야 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제1단계는 일본색과 서양색의 잔재를 일소해야 할 것이다.
   「미, 파. 라, 시, 도」 즉 , 일본 고유음계인 미야꼬부시로 된 선율과 「도, 레, 미, 파, 솔, 라, 시」로 된 서양 전음계 가운데서도 「파」와 「시」가 많이 나오거나 이 두 음이 연결되어 나오는 증4도,  감5도 음정의 선율,  그리고 반음계적 선율,  짚시풍의 증2도 음정이 많이 나오는 선율등을 의식적으로라도 피하면 될 것이고 반박자 쉬고 나오는 전형적인 일본색 선율의 리듬과 정3화음(주3화음, 속3화음, 하속3화음)을 주로 사용하는 서양 찬송가식 화성을 가급적으로 피하면 될 것이다.

   제2단계는 국악 가운데서 민족적 요소를 발견하여 그것을 소재로 하여 작곡해야 할 것이다.  국악에는 아악(雅樂), 당악(唐樂),  향악(鄕樂),  속악(俗樂)이 있으나 전자는 외래음악이고 또한 고대 중세의 것이어서 원시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선 후자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생각해 볼 때 우리 음악에 있어서의 정적인 면은 가곡, 가사 등에서 주로 찾아 볼 수 있고,  동적인 면은 창악,  남도시나위 등에서 주로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음계인 평조와 계면조로 된 선율과 우리의 장단인 도도리,  타령,  굿거리 및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의 리듬을 가급적으로 많이 사용하면 될 것이다.
   제 3단계는 중국의 아악,  당악을 포함해서 외국음악 가운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섭취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사스지방,  아프리카,  남미 등의 음악 가운데서 특이한 리듬,  선율과 관현악법 등 우리의 생리에 맞는 것을 섭취하면 우리 음악도 많이 발전될 것이다.  특히 아악에 있어서의 생황의 화음(12種 )을 활용하거나 동남아시아의 관현악에 많이 나오는 합주법의 원시형태인 헤테로포니(Heterophony)나 부르동(Bourdon) 즉 드론베이스(Drone-bass)등을 적절히 응용하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제4단계는 이상의 세가지 단계를 토대로 삼아 한국음악을 창조하는데 적합한 실제적 기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기법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 민요를 테마로 하는 기악곡을 작곡할 것
    2. 박자기호에 있어서 6/8,  9/8 , 12/8 계통의 것을 가급적으로 사용할 것
    3. Waltz의 장단을 피하고 장고(북)의 장단을 활용할 것
    4. 가급적으로 전음계적인 선율을 작곡할 것
    5. 가급적으로 4도화성을 토대로 한 선율을 작곡할 것 (4도 음정을 많이 쓸 것)
    6. 6/8의 선율에 있어서 「4분음표+8분음표」+「8분음표 +4분음표」 또는 「8분음표+4분음표」+「4분음표+8분음표」의 리듬을 가급적 많이 사용할 것
    7. 정3화음보다는 부3화음을 많이 사용할 것
    8. 부가(附加)화음을 애용할 것
    9. 4도화성,  5도화성을 많이 사용할 것
  10. 2부를 편곡할 때에는 주선율에 대하여 4도 아래의 음을 제2성부가 노래하도록 할 것 (그러나 계명의 「미」가 주선율에 나올 때만은 3도 아래의 음 즉 「도」를 제 2성부가 노래 할 수도 있다)
  11. 화음의 병행(竝行)법과 투영(投影)법을 활용할 것
  12. 화성적인 처리보다 대위법적인 처리에 중점을 둘 것 (주선율에 대하여 아름다운 대선율을 붙일 것)
  13. 국악의  맛을 살리기 위하여 미분(微分)음부호를 사용할 것
  14. 무조(無調)적인 것보다는 복조(複調) 또는 다조(多調)적인 기법을 활용할 것
  15. 대체적으로 템포가 빠르고 변화가 많도록 작곡할 것

   끝으로 '민족성과 시대성을 떠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작품이라 할 수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따라서 형식뿐만 아니라 특히 내용까지도 한국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하여 앞으로도 끊임 없는 모색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음악이 보다 한국적이려면 이상의 네가지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1959. 9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