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새 술은 새 부대에

나  운  영
 

   20세기 후반부의 한국사람은 마땅히 민족적 현대음악을 창작,  연주,  감상,  교육해야 될 것입니다.  18세기의 외국의 낡은 성가(聖歌)만을 애창하는 것은 복고취미요, 사대사상,  배외사상(拜外思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고취미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사대사상,  배외사상은 민족사상을 좀 먹는 사상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외국 문화의 노예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옛것을 무시하려 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온고(溫故)하고 지신(知新)하라」라는 뜻입니다만 나는 이것을 멋대로 「온고(溫故)해야 지신(知新)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바꿔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모든 새로운 것은 전통에 근거를 두어야만 합니다.  고전 즉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작품을 연구해야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머무르는 것은 썩는 것을 의미합니다.  퇴보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전진해야 합니다.  더욱이 역행이란 절대로 안 될 말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날로 날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여기에 신고전주의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스트라빈스키가 외친 'Back td Bach'의 뜻과도 같습니다.  신고전주의란 것은 형식은 고전적이고 내용은 현대적인이란 뜻입니다.  즉 형식과 내용이 일치되지 않는 것입니다.  성경말씀에는「새 술을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 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술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태복음 9장 16절-17절)」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고전주의란 것은「새 술을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신고전주의 음악을 가리켜「시들은 음악」,「맥 빠진 음악」,「부자연스러운 음악」이라고 종종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고전주의를 무시하려 드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보다 새로운 현대음악을 창조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즉 보다 새로운 것을 낳기 위한 오랜 진통이 마침내 오늘날의 구체음악, 전자음악을 해산한 것으로 생각해 볼때 절대로 신고전주의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나 이것 자체가 완전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뿐입니다.    예술작품에 있어서 그 형식과 내용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입니다.  요즈음 한국청년들이 교회음악이나 사회음악,  교육음악에 있어서 서양 고전풍의 것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복고취미,  사대사상,  배외사상인 동시에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넣는 격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은 한국적인 내용과 현대적인 형식(작곡기법)에 의해서만 창조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