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음악 교육 개혁론 10개조 

나  운  영

 

   음악교육에 종사한지 10년을 맞이하는 나로서 그 동안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음악교육을 연구, 실천해 오는 가운데 통감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나 이제 그 일단 피력하고자 한다.
 제1조 악전교육은 사보(寫譜)로부터
   악전은 주로 기보법에 관한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종래의 교수법을 보면 거의 매년 첫 시간에 온음표라든가 높은음자리표 등을 형식적으로 가르치는 체하다가 그만 두고 청창법(聽唱法)으로 옮기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왔다.
   즉 가창지도와 관련 없이 악전을 가르쳐 왔으므로 악전의 필요성 자체를 모르게 되고 또 악전공부에 취미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사보를 먼저시키고 그 다음에 틀린 것을 고쳐 줄 때에 이론을 설명하라」고 나는 외친다.  
   즉 처음부터 이론을 가르치지 말고 무조건하고 사보를 시킨다면 마치 그림 그리듯 그려 놓을 것이다.  예를 들면 높은음자리표 또는 #♭의 위치가 틀리거나 박자수가 모자라거나 남거나 하여튼 상당히 많이 틀리게 써 놓을 것이다.  이렇게 먼저 사보를 시킨 다음 틀린 곳을 지적해 주고 틀린 이유를 설명하고 고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든지 잘못했을 때에 주의시키는 것이 수신(修身)시간의 공부의 몇 배 이상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론이다.  이 방법으로 음표, 쉼표는 물론 박자,  음정,  조표,  장식기호, 생략기호,  기타 일절(一切)을 그때 그때마다 가르치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이렇게 되면 좀 더 흥미있게 또한 능률적으로 악전교육을 시킬 수 있다.

   제2조 리듬교육은 행진 또는 체조, 무용으로부터
    우리나라 음악가들은 리듬이 나쁘다는 말을 외국인들에게 종종 듣게 된다. 우리 국악에는 저 스트라빈스키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리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본 리듬조차도 정확하게 연주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리듬은 박자와는 다르다. 박자에 장, 단의 변화가 생길 때에 리듬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흔히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거나 또는 보표 위에서만 이론적으로 가르쳐 왔다 그러므로 박자 자체가 틀리는 관계로 리듬까지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좋은 방법은 「반드시 행진을 시키며 리듬 훈련을 시키라」는 것이다. 다리에 고장이 없는 이상 누구든지 행진 만은 정확한 박자로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 그러므로 한 박자씩 나누어서 생각하면서 행진을 시키면 저절로 재미 있게 또는손쉽게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2, 4박자 계통의 리듬은 행진이나 체조를 통하여 그리고 3, 6박자 계통은 무용을 통하여 지도할 것이다.  예를 들면 바이엘 교칙본 86번 같은 것은 행진을 시키면서 지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다음으로 초보자들이 제일 잘 틀리는 것은 절분법(切分法) 리듬이다.  이것도 악보상으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행진을 시키면서 가르치는 것이 좋다.  가령 계명의 「도」를 예로 들 때 8분음표 다음에 4분음표와 8분음표가 계속될 때에는 「도도오도」로 생각하여 「도도」을 왼발로 디디고 「오도」를 오른발로 디디면 될 것이다.  그리고 쉼표는 음악이 아닌 듯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이것도 행진, 체조, 무용을 통하여 적절히 훈련시키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제3조 청기(聽記)법 교육은 반응훈련에서부터
    청기법이란 청음을 하여 즉석에서 보표에 적는 것을 말한다.  청기법에는 세가지 기본조건이 있다.
      가, 반응 훈련을 시킬 것
      나. 기억 훈련을 시킬 것
      다. 빠르게 적는법을 훈련시킬 것
    물론 빠르게 적는 훈련도 필요하나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 번 들은 것을 즉시로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하여 적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잘 받아 쓰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결 문제는 반응 훈련이다.  즉 멜로디가 들려 올 때 그것을 즉시로 흉내 내거나 또는 한 박자 늦게 ―마치 윤창과 같이 뒤 따라가며 계명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리듬 반응에서부터 멜로디,  화음에 이르기까지 먼저 듣고 반사적으로 그것을 흉내 내며 기억하면서 빠르게 적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이 청기법은 창작교육 즉 작곡지도로 유도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긴요한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4조 고정음명(固定音名) 창법을 병행하라
    고정음명 창법은 일제시대에 절대음감 교육자들이 제창했던 것으로서 물론 이것에는 여러가지 난점이 있으나 분명히 절대음을 기억하는 데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제창하는 뜻은 비단 절대음감 교육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요나 창가 정도의 곡 또는 양악에 있어서의 고전음악,  전기 낭만파시대의 음악까지는 임시 기호가 얼마 없으므로 이동계명법에 의하여 「도」의 위치를 발견한 뒤에 바꾸어 읽으면 되겠으나,  후기낭만파 이후 근대,  현대음악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무조음악,  12음음악 등 조성이 없는 음악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동계명 창법으로는 읽을 도리가 없게 된다.  또 설혹 조성이 확실히 있다고 해도 너무 자주 임시기호가 나오거나 전조(轉調)가 빈번한 경우에 일일이 이동계명 창법으로 바꾸어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쯤 되면 악기로 소리를 들어 보기 전에는 혼자서 음을 정확하게 불러낼 수 없게 되므로 이동계명 창법은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가령 「콩코네 50번」이라는 성악 교칙본만 해도 이동계명으로 바꾸어 볼 때에 자주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야 국민학교나 중. 고등학교 가창 교재에서는 이런 곤란한 문제가 별로 발생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동계명 창법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고정음명 창법만으로 훈련을 시키면 마치 피아노에 있어서 임시기호가 나올 때마다 「검은 건반」을 짚으면 되는 것과 같이 . . . 조성이 있는 곡에 있어서도 조성을 잘 느낄 수 없게 되므로 조성이 있는 곡에서는 이동계명 창법을 함께 쓰는 것이 좋다.  
   결국 조성이 있는 음악(조성음악)에 있어서는 먼저 고정음명으로 연습시킨 뒤에 이동계명으로 다시 연습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이의 반대의 순서라도 허용된다.  그리고 음명도 이태리,  불란서식으로 도레미 . . . 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오늘날 구미 각국의 작곡가들이 무조 내지 12음음악을 작곡하고 있는 이 때 우리가 그런 새로운 수법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이 고정음명 창법을 모르는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동계명 창법과 고정음명 창법을 병용함으로써 아무리 임시기호가 많이 붙었거나 조성이 없는 곡이라도 정확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조금이라도 절대음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
   절대음감 교육자들은 절대음만을 기억시키기 위하여 고정음명 창법만을 고집하였고 이동계명 창법을 배격하였으나 나의 주장은 그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두가지 창법을 병행하는 것만이 관계음감(關係音感)과 절대음감(絶對音感)을 아울러 기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확신하는 까닭에 . . .

  제5조 감상교육은 절대음악으로부터
   현재까지 음악감상 지도에 있어서는 묘사음악을 제일 먼저 들려 주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여러가지 점으로 보아 해로운 수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악 그 자체―리듬,  멜로디,  하모니,  음색,  형식 등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이 기본조건인데,  묘사음악 감상에 있어서는 곡 자체에는 전연 터치하지 않고 다만 그것을 문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손쉬운 탓으로 이것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이런 지도방법에 의하면 곡은 듣지도 않고 다만 곡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공상하게 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먼저 묘사음악을 감상시키는 것 자체를 나는 배격하며 아울러 절대음악을 문학적으로 설명하는 교수법까지도 하루 바삐 시정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실례를 들면 베토벤  <월광곡>을 극히 문학적으로 설명하여 '여기는 달이 떠오르는 장면이라든가,  또 여기는 '눈 먼 여인이 베토벤의 음악에 도취하여 듣고 있는 장면일 것이다'는 등 . . .  이것은 가장 막연하고도 유치한,  그릇된 지도법이다.  「묘사음악이나 표제음악 그리고 가곡,  가극 이외의 것은 그 음악의 내용을 규정 지을 수도 없는 일이고 또한 규정 지어서도 안될 일이다.  그러므로 흔히 레코드 감상회 등에 있어서 절대음악을―일본의 노무라 아라에비스나 호리우찌 게이조씨 식으로―문학적으로 달콤하게 설명하거나,  작곡자와 연주자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은 좋지 않은 지도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곡과 듣는 사람과의 거리를 점점 떼어 놓는 역할밖에는 못하리라.」
   우리는 이런 방해물을 제거하고 직접 음악의 본질과 부딪쳐서 리듬,  멜로디,  하모니,  음색,  형식 등의  변화를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 아울러 이런 능력을 길러 주는데 전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재언(再言)하는 것이지만 문학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어려워서 알아 들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구태여 묘사음악,  절대음악,  표제음악 등 기악곡을 먼저 감상시킬 것이 아니라 민요,  가곡,  가극 등 가사가 붙어 있는 성악곡을 먼저 감상시키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  이상 5개조 가운데 1, 2, 3은 기초교육에만 국한된 것이고,  4, 5는 중등, 고등, 대학 및 일반에게까지 절대로 필요한 것이며,  특히 4는 우리나라 작곡가,  연주가들도 반드시 마스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6조 국악교육은 장고 장단 지도에서부터
   국악은 흔히 아악, 당악, 향악, 속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중 아악,  당악은 외래음악이고,  향악, 속악은 우리의 고유음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고로 아악,  당악, 향악을 숭배하는 나머지 속악을 너무도 천대해 왔고 그뿐만 아니라 속악중에서도 12가사, 시조 등을 숭상하는 나머지 창극,  12잡가,  민요,  시나위,  산조,  농악 등을 천대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악교육에 있어서도 의례 아악,  당악,  향악을 주로 감상시키고 실제지도는 속악중에서도 시조로부터 시작하여 시조에서 끝마치는 것이 상식 아닌 상식으로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시조란 영시(詠詩)에 가까운 것이므로 선율에 변화가 적고 속도가 느려 현대인의 생리에 거의 맞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법은 역효과를 발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에 「국악교육은 장고 장단 지도에서부터」라는 것을 나는 제언한다.
   국악은 장단이 기본이니만큼 이 장단을 모르고서는 작곡,  연주,  감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 나의 지론을 적어 보겠다.
1. 감상교육
    가. 국악기의 연주법의 견학
    나. 동양적 색채가 농후한 양악의 감상
    다. 동양음악의 비교감상
    라. 장고 장단을 중심으로 한 속악감상
2. 실기교육
    가. 장고에 의한 기본장단의 지도(세마치―타령―굿거리―도드리)
    나. 신 민요―민요―잡가―단가―시조의 지도
    다.피리, 가야금의 지도
   다만 신 민요,  민요에 있어서 비교육적인 가사는 다소 수정해야 할 것이며,  특히 기본장단은 무용을 통해서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요컨대 속악중에서도 가장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민요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악에 이르기까지 장고장단을 중심으로 지도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제7조 화성학지도는 화성분석에서부터
   작곡이론에는 화성학을 위시하여 대위법,  악식론,  관현악법,  작곡법 등이 있다.  그중 화성학을 지도함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화음의 화성적 연결법,  숫자저음법을 지도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신하며 그보다도 먼저 화성학개론을 지도한 뒤에 화성을 분석시키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어떻게 씌어졌는가?」를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
   1. 화성분석 . . . 3화음, 7의 화음 , 비 화성학, 변화화음, 전조
   2. 선율 화성법,  4성작법.  Piano Figuration
   1600년부터 1750년까지 즉 바하,  헨델시대를 지배하던 화성법인―과거의 유물인 숫자저음법이란 숫자부류에 속하는 것이고 오늘날에 와서는 전연 필요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어늘 이런 것으로 까닭 없이 학생을 괴롭히는 일은 하루 바삐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숫자 저음법은 따로 습득치 않는다 하더라도 선율화성법을 통해서 모든 것을 더욱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또한 아무리 고전 화성학일지라도 우리는 현대에 적응된 화성학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스러운 수법을 더욱 중시해야 할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대화성학,  현대화성학에 이르기까지 지도해야 할 것을 말해 둔다.

   제8조 대위법 지도는 자유 대위법에서부터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대위법보다 화성학을 먼저 지도하고 있으나 구미 각국에서는 화성학에 앞서 순수대위법을 먼저 지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외국서적은 모두 음정만을 생각하며 연구하는 2성부 대위법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화성학을 끝마친 학생들에게 음정만을 생각하는 순수대위법의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2성부 대위법에 있어서도 음정을 생각치 말고 화음을 생각할 것이며 장, 단음계에 의한 정선율을 가지고 G. F Clef으로 학습시키는 자유대위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이 방법만이 대위법 학습으로 고민하는 학생을 구출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팔레스트리나 스타일」의 순수대위법만을 지도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하 스타일의 자유대위법」을 지도하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제9조 작곡법 실습지도는 피아노곡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작곡법을 실습지도하는데 있어서 두 가지 모순이 있는 듯하다.
   그 하나는 「적어도 화성학, 대위법, 악식론의 학습을 끝마치기 전에는 작곡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또 하나는「성악곡부터 작곡시키는 것」등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첫째로 이론을 공부한다는 것이 물론 중요한 일이나 이론공부가 끝나기 전에는 작곡하는 것이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가 유해한 판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론공부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론공부와 작곡은 병행되어야 할 것을 나는 극력 주장한다.  이론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반드시 작품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론공부와 작곡은 별개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화성학의 1페이지를 배우기 전에도 작곡은 할 수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창작의욕과 창작능력이 없는 사람은 이론공부를 아무리 쌓아도 그것은 교양에 그칠 뿐이고 창작이 저절로 되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작곡실습과 이론공부를 병행시키는 것이 절대로 옳은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머리가 앞서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론가는 될 수 있을는지 모르나 작가는 되기 힘든 일이다.  이론공부가 끝날 때까지 학생에게 작곡하는 것을 금하는 완고한 작곡교수법이 이 땅에서 하루 속히 없어지기를 바란다.
   둘째로 작곡실습지도에 있어서 성악곡을 먼저 쓰게 하는 것이 유해하다는 것은 다년간의 나의 작곡실습지도의 경험에서 얻은 귀한 결론이다.  물론 추상적인 내용의 기악곡(절대음악)을 작곡하는 것보다는 내용이 규정된 성악곡을 작곡하는 것이 착상하기에는 쉽게 생각될는지 모르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나는 도리어 추상적인 내용의 기악곡(절대음악)이 더욱 작곡하기 힘든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문학적 내지 철학적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비상한 표출능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슈베르트, 슈만, 볼프, 포레 등의 가곡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  성악곡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시의 내용을―선율뿐만 아니라 특히 반주부에 충분히 표출해야 할 것이므로 엄격히 말하자면 표제음악의 작곡기법이 능숙하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작곡실습지도에 있어서 제 1단계로 악곡형식을 체득시키기 위하여 추상적인 내용의 기악곡(절대음악)을 작곡하도록 하고,  제 2단계로 내용이 규정된 기악곡(표제음악)을 작곡하도록 하고 , 제 3단계로 성악곡을 작곡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옳은 순서라고 확신한다.  기악곡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성악곡을 쓸 수 있어도 성악곡만을 쓰던 사람은 기악곡을 작곡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것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끝으로 나의 작곡실습지도 체계를 소개하려 한다.  먼저 「모티브 발전법」과 「피아노 피규레이션」을 적절히 훈련시킨 후에
    1. 바이올린 소곡
    2. 주제와 6변주곡
    3. 피아노 조곡 . . . 5악장
    4. 인벤션(2성)
    5. 예술가곡
    6. 주제와 12변주곡
    7. 인벤션(3성)
    8.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 . . 3악장
    9. 칸타타
  10. 푸가
  11. 5 전주곡
  12. 현악 4중주곡 . . . 4악장
  13. 피아노 3중주곡 . . . 4악장
  14. 관 5중주곡 . . . 4악장
  15. 관현악을 위한 서곡
  16. 관현악 조곡 . . . 5악장
  이상 16과정에 있어서 5, 9만이 성악곡이고 2, 3, 4, 6, 7, 10, 11은 피아노 독주곡이다.

   제10조 연주법 지도는 악곡 분석으로부터
    연주법이란 악곡해석법 또는 악곡표현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주법이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으나 이것은 연주,  감상,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론 중에 하나이다.  연주란 각자의 기분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만고에 각자의 기분대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정신병자의 연주법이 가장 독특하여 세인의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
   연주법에는 반드시 그 기준이 있다.  그러므로 가령 갑과 을이 같은 곡을 연주함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악보 자체를 면밀히 분석한 후에 연주한다면 그 연주법에는 공통점이 많을 것은 필연적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소한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정반대의 해석법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서 연주법의 체계가 세워지는 것이다.  이 연주법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서적이 거의 없으므로 각자가 연구해야 할 것이나 이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명 연주가에 의한 같은곡의 연주법을 레코드를 통해서 비교 연구할 것」
 「다음으로는 이 때에 발견된 연주법의 공통점을 이론적으로 해명할 것」 등이다.
   특히 이를 이론적으로 해명하려면
   첫째로 악곡의 화성을 분석할 것―비화성음, 변화화음, 전조 및 선율에 있어서의 주요음과 후속음 등의 표현법의 발견 등등
   둘째로 악곡의 형식을 분석할 것―「인트로덕션, 테마, 코다」 등 및 모티브, 테마의 발전법, 클라이막스의 위치의 발견 등등
   셋째로 프레이싱(구절법)을 검토할 것
   넷째로 각 악기의 특수기교상의 연주법과 각 선율,  리듬형태에 따르는 연주법을 연구할 것 등이다.  강약,  속도,  발상 등 일절의 해석은 모두 이것에 기준을 두어야만 어디까지나 근거있는 또한 책임감 있는 연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사는 반드시 그 연주법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뒤에 실제지도를 해야 할 것이며 학생들은 반드시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교사의 지시에 순종해야 할 것이다.  비판 없는 순종은 맹종이며 이론적 근거가 없는 연주법의 지도는 강제가 아닐까 ?  오늘날 우리나라의 연주계가 비약적인 발전을 못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 연주법 지도의 결함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악전교육,  리듬교육,  청기법교육,  고정음명 창법지도,  감상교육,  국악교육,  화성학지도,  대위법지도,  작곡법 실습지도,  연주법지도 등 10개조에 걸친 나의 소론을 마치는 바이다. 

< 1956. 3. 연희춘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