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조기교육과 속성교육

 ― 어린이들을 위한 제언 ―

나  운  영

   음악 조기교육이라는 것은 음악에 대한 재능을 되도록 어릴 때부터 길러 주자는 것입니다.  즉 음악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만 진보가 빨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것을 잘못 이해하여 어린이의 발육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가르치기 시작하여 되도록 빠른 기간에 콩쿨에 입상시킴으로써 학부모의 욕망을 채워 보려는 경향이 나날이 늘어 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한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을 마치 속성교육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무지한 학부모들과 그들의 비위를 맞춰 무책임한 교육을 자행하는 사이비 음악선생들로 말미암아 허다한 어린이들이 난치병환자 내지 불구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를 이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가지고 이하 몇 가지 점을 지적 논평하고자 합니다.
   첫째로는 기초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사상누각격이 되지 않도록 교본에 의하여 박자감, 리듬감, 음정감, 화음감, 형식감 등등의 기초를 닦아 주어야 합니다.  기초를 닦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절대로 아까운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기간입니다.  기초교육을 등한히 하고서는 성공할 것에 대하여 과히 염려 안해도 좋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종합교육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바이올린만을 연습시켜서는 기형적인 교육이 되므로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솔페지(고정음명창법 훈련)와 악곡분석(화성분석과 형식분석)과 피아노를 함께 지도해야만 상상외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있어서 특히 솔페지는 절대음감을 기르는 데도 중요한 것임을 첨언합니다.

   셋째로는 교본(Etude)과 연주용 악곡(Repertory)은 병행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연주용 악곡보다도 교본을 중요시했었고 현재에는 교본보다 연주용 악곡에 치중하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이것은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먼저 교본과 연주용 악곡의 정도(급)가 일치되도록 선택한 다음에 이를 병행시켜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교본과 곡의 정도의 차이가 심하여 교본은 극히 초보에 머물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강제로 가르치는 악풍(惡風)이 돌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  여기서 또한 아울러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이올린에 있어서 스즈끼씨의 바이올린 교본을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 되어 있는 듯한데 물론 이것은 교본에서 해야 할 것을 곡을 통해서 공부시킨다는 것이니 일견 매우 요령이 있고 이상적인 것 같으나 이것은 일종의 속성교육이므로 확실성과 영구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즉 단기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는데는 매우 능률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기초가 부실하여 결과적으로는 어느선까지 도달한 후부터는 조금도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닦아 놓았던 기초가 가속도로 허물어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는 비참한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로 말미암아 희생의 제물이 되지 않기를 재삼 바라는 바입니다.
   넷째로는 교본 선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교본에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Beyer과 Czerny 등만으로는 근대,현대음악을 연주는 고사하고 이해조차 할 수 없으므로 이에 이어 Bartok의 Mikrokosmos(全 6권) 또는Tooh의 Etude(全 8권) 또는 Bertram의 8 Kleine Klavierstuke(全 2권) 등을 가르쳐야만 근대, 현대곡에 대한 운지법을 습득할 수 있고 아울러 그 리듬법, 선율법, 화성법 등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더욱이 근대, 현대음악은 어릴 때 부터 그 감각을 길러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므로 Czerny, Clementi, Cramer 등만을 고집하거나 이것 이외에는 교본이 없는 것으로 속단하여 교본 없이 곡만을 연습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다섯째로는 국악을 포함하여 레코드감상을 자주 시켜야 합니다.  레코드감상을 통하여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물론 음악적인 쎈스를 기르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연주법(악곡해석법)과 작곡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어릴 때부터 광범위하게 각양각색의 음악을 감상시켜야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상술한 바와 같이 다섯가지 점에 유의하여 음악조기교육으로 인한 과거의 폐해를 완전히 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가 속속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 1950. 4.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