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일본색 유행가란 무엇인가  

나  운  영

   나는 유행가를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1. 일본고유의 음정인 소위 「미야꼬부시」(都節)로 작곡된 것
         (예) 이별의 부산 정거장, 목포의 눈물, 용진가, 청춘고백 등
  2. 일본음계인 소위 「이나까부시」(田舍節)로 작곡된 것
         (예) 울려고 내가 왔던가, 홍도야 우지마라, 목장아가씨, 방랑시인 김삿갓 등
  3. 서양 창가조나 자연적 단음계나 Jazz식을 절충시켜서 작곡한 소위 절애조(折衷調)의 것
         (예) 신라의 달밤, 먼동이 터온다네, 즐거운 목장, 서울 부기 등
  4. 한국민요풍으로 작곡된 소위 신 민요조의 것
         (예) 노들강변, 앞강물 흘러흘러, 원포귀범, 정든 항구,둔청가(純淸歌) 등

   이상 네 가지 중에서 우선 이제 문제 삼는 것은 「미야꼬부시」의 유행가입니다.
   그러면 과연 「미야꼬부시」란 어떤 것인가를 노래해 보십시오. (악보Ⅰ 참조).
   [악보1]
    이것이 일본 고유의 음정인 소위 「미야꼬부시」의 기본형입니다. 이 「미야꼬부시」로 작곡된 멜로디의 한토막을 노래해 보십시오(악보 2 참조).
    [악보2]
    이런 음악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샤미셍」(三味線)으로나 연주한다면 격이 잘 맞을 것입니다.

   요즈음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중가요집을 분류해 보니 100곡 중에서 「미야꼬부시」가 70곡, 「이나까부시」가 20곡,  절충조가  8곡, 신 민요조가  2곡이었습니다.  이렇게도 「미야꼬부시」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우연히 헌 책방에서 이번에는 일제시대에 발행되었던 진짜 일본유행가집을 구하게 되어 분류해 보니 그 책에 들어 있는 「미야꼬부시」의 멜로디와 우리의 대중가요집에 들어 있는 「미야꼬부시」의 멜로디가 어찌도 그리 신통히 같은지 한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 이것은 웃어 버리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하루 바삐 이 「미야꼬부시」를 한국 국토에서 몰아 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미야꼬부시」의 노래는 우리 한국 사람의 생리에 맞지 않는 멜로디입니다.  그러나 혹시 여러분 중에는 이와 반대의 의견을 가지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그만큼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 정책,  즉  다시 말하면 「미야꼬부시」의 유행가를 통한 소위  황민화(皇民化)운동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완전히 정복당해 버렸다는 뚜렷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거리에서, 다방에서, 공장에서, 심지어는 학원에서까지 일본색 유행가가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샤미셍음악」, 「미야꼬부시의  멜로디」를 이 땅에서 몰아내기 전에는 건국이니, 방일(防日)이니, 민족문화 발전이니 하는 것은 잠꼬대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나는 경음악을 무조건 배격하는 비진보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나는 경음악과 유행가를 분별하지 않으려 드는 아량이 부족한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일본색을 없애자는 것, 「미야꼬부시」의 음계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만이 나의 주장입니다.
   앞으로 경음악인, 순수음악인, 그리고 국악인이 다같이 합심하여 대중음악속에 아니 대중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이 일본색의 「미야꼬부시」를 뿌리째 뽑아 버리고 좀 더 민족적인, 현대인의 감각에 잘 맞는 건전하고 명랑한 씩씩한 대중음악을 만드는데 힘써야 되겠다는 것을 통감하는 바입니다.

     < 1956. 3. 「왜색풍 가요 배격 계몽 강연회」 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