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음악정책을 수립하도록

나  운  영

   건의에 앞서 한국음악이 발전되지 못하는 근본원인을 살펴보면,  첫째로 작곡가와 연주가가 교단생활에 얽매어 있는 까닭에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탓과,  둘째로 민족적 아이디어와 현대적 스타일이 결여된 작품을 쓰는 작곡가와 우리 작품을 연주하지 않는 연주가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탓과,  셋째로 올바른 음악정책이 세워져 있지 않은 탓이라고 나는 본다.
   그러므로 작곡가와 연주가의 권익을 옹호하는 음악저작권법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 작품을 초연하는 경우에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는 일과 음악회 면세조치를 단행해야만 이 근본원인이 제거될 것이다.
   그러면 본론에 들어가서 다섯가지를 건의코자 한다.

   1. 「음악회때마다 한국사람이 작곡한 국민가요 1곡과 예술작품(독창곡, 합창곡, 독주곡, 실내악곡, 관악곡, 관현악곡 등) 1곡 이상을 연주하도록 할 것」
   ―브라질에서는 외국인까지도 브라질 국내에서 음악회를 가지려면 반드시 브라질 작곡가의 작품을 1곡 이상 연주해야 하는 음악법령을 시행한 결과 음악수준이 급속도로 향상되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음악문화 교류에 지대한 실적을 남기게 된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정기공연을 가지는 교향악단을 비롯하여 어떤 형식의 음악회이든 우리 작품을 의무적으로라도 연주하도록 하지 않으면 민족음악 창조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2. 「우리 작품이 초연되는 경우에 한하여 작곡자와 연주자에게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도록 할 것」
―무릇 초연이라는 것은 미개지를 개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힘든 일이므로 이를 적극 장려하는 의미에서  연주자에게 보상금을 주어야 할 것이며,  이에 앞서 심혈을 기우려 작품을 창조한 작곡자를 표창하는 뜻에서 또한 합당한 보조금을 주어야만 우리의 신작이 많이 생산되는 가운데 역사에 남을 만한 걸작이 나오게 될 것이다.

   3. 「국민회당을 전용음악당으로 개방하고 음악회의 입장권을 면제해 주도록 할 것」
―시민회관, 국립극장, 국민회당 중 그 환경과 규모와 음향관계 등으로 보아 음악회장으로 가장 적당한 곳이 국민회당인 만큼 이곳을 전용음악당으로 개방하고 사용료를 대폭적으로 인하하여 음악인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발표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며,  5. 6년전에 정부에서 취한 국산영화 입장세 면제조치가 오늘의 국산영화의 질적, 양적 향상을 가져온 것처럼 음악회에도 면세조치를 취해 주어야만 음악운동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4. 「문교부 주최 전국음악경연대회를 부활시킬 것」
―국전과 동격인 음악경연대회에 대하여 예산이 없다는 명목으로 이를 폐지했다는 것은 역사에 남을 만한 張정권의 업적 중에 하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부활시키고 국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상 수상자에게는 국비로 외국유학 시찰을 보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음악에 비하여 미술이 월등하게 진흥된 원인의 하나가 국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5.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교수를 국가에서 초빙해 줄 것」
―물론 개인적으로 외국유학을 떠나거나 한 두 사람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악단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의미에서 좋은 일이나 그보다도 저명한 외국교수(연주가, 작곡가)를 초빙하여 그들에게서 장기간 지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고 있는 현하(現下) 악단인을 구제하는 길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상 다섯가지 건의는 오직 우리의 민족음악 문화수립을 위한 하나의 선행조건에 불과한 것이다.
   끝으로 과거에 있어서나 현재에 있어서나 국고금을 낭비한 감을 주는 점이 없지 않으니 예를 들어 최고회의 공보실, 공보부, 재건국민운동본부, 방송국에서 각각 국민가요를 별도로 모집제정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예술작품도 아닌 국민가요 1편에  60만원이란 거액을 지불한다는 것은 괴이한 일이며,  또한 환영음악회, 경축음악회등 갑작스런 행사본위의 음악회에 막대한 경비를 물  쓰듯이 쓰는 대신에 이것을 위에서 말한 오직 민족음악 창조운동에만 사용하게 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새로 탄생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가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 1962. 1.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