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동서합작의 신기원 
―김동진 작곡 가야금 협주곡을 중심으로―

나  운  영

   만인의 주시 가운데 발표된 김동진씨의 <가야금협주곡>은 국악기와 양악기의 합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양의 작곡가 가운데서도  바르토크  같은 사람은 4분음을 적당히 사용하여 헝가리 민속음악과의  악기조율상에 있어서의 난문제(難問題)를 원만히 해결 짓고 있으므로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오늘날까지 국악인들은 순정률에 가까운 국악기의 조율법을 고집해 왔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없었던 것인데,  가야금을 일단 평균율로 조율해 놓고 잔가락에 있어서만 때때로 미분음을 살려서 국악의 독특한 맛을 잃지 않게 한 것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수년전에 나는「국악개혁론 7개조」 가운데서 '국악은 먼저 원시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율법은 일단 평균율로 통일시켜 놓아야 한다'고 역설한 일이 있으나 이제 와서 이것이 실현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로써 국악기의 특수주법에서 오는 묘미와 원색적인 음색에서 오는 친근감 등등을 살려 민족음악수립이란 공동목표를 향해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금번의 작품을 듣고 몇 가지 느낀점을 말한다면,  첫째로 가야금 3대를 사용하여 같은 멜로디를 제주(齊奏)케 한 관계로 서로 박자가 어긋나서 마치 3연음부의 리듬과 같이 들려진 것과 음정이 서로 맞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연습부족의 탓도 있겠으나 본시 가야금 1대로는 소리가 적어서 관현악과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제주케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마이크를  달리 사용하거나,  여러 개를 사용하거나 또는 소편성의 관현악을 사용하여 어디까지나 가야금 한대로만 연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작품자체가 가야금의 특수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더욱이 진양조,중모리, 자진모리 등 우리 고유의 장단이 서양풍 장단에 깔려 별로 흥미있게 들려지지 않는 점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악기자체의 결함에서 오는 점도 없지 않을 것이나 만고에 작곡자가 <가야금 협주곡>이라기 보다  <가야금을 포함한 관현악곡>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면 납득이 될 수 잇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좀더 국악장단을 살렸으면 「멋」이 살아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선율법과 더욱이 화성법 그리고 가야금을 포함한 관현악법 등에 대하여는 작곡을 전공하는 우리 모두가 장구한 시일을 두고 이론과 경험을 통해서 해결 지어야 할 문제이므로 언급을 보류하려 하나 다만 좀더 자연발생적이 아닌 새로운 선율과 화성으로 작곡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 형태로서는 재래의 국악과 비교적 흡사하여 현대성이 희박하므로 이것으로 인해서 창작적 가치가 반감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우려가 다분히 있는 까닭이다.

< 1959. 7.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