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

나  운  영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것은 분명히 바하,베토벤,바그너,드뷔시,쉔베르그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그들은 대체로 장수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으나 모짜르트,슈베르트,쇼팽들과 같이 요절한 사람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일까 ?
   세계적 현대(?)작곡가 시벨리우스는 작년에 91세의 생애를 마쳤다. 나라에서는 호반에 별장을 지어 주었고 행여 작곡하는데 지장이 되지나 않을까 하여 그의 저택 부근은 음향관제를 실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많은 연금을 수 십년간 주었건만 그는 제7심포니를 완성한 이후로 30년간을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무의도식(?)했던 것이다. 그리고 보면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는 혹시나 인생이 길었던 것이 아닐까 . . .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 이것은 비단 시벨리우스의 경우만이 아니라 나의 경우에 있어서도 아니 여러분의 경우에도 그러하지 않을까 ? . . . 왜냐하면 현재의 우리들의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 시각까지 이루어진 역사적 작품이 있느냐 없느냐 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호흡이 있는 동안 우리는 이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려 일해야 할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아니―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예술이 인생보다 짧을리야 있으련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와 같은 역설이 다시 없는 채찍이 되는 듯 싶다.

  < 1958. 4. 연세춘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