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1집 '주제와 변주'
 

군악(軍樂)의 장래

나  운  영

   육군군악학교 창립5주년을 맞이하여 군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 항상 느끼던 것을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첫째로 군악(관악에 국한함)과 관현악을 구별해야 할 것이다. 한때 군악으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이 유행되는 듯하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군악으로 하게끔 발전(?)되었다. 하기야 바이올린 파트를 클라리넷이나 트럼펫, 쌕스폰으로 연주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흉내이며 또한 거짓이다. 그러므로 대중적 인기만을 위주로 하는 곡목선택은 삼가해야 될 일이다. 만고 이것이 군악으로도 관현악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완전히 군악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군악인은 군악인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 곡목선택에 있어서 그 한계를 넘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둘째로는 군악연주법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군악인지, 경음악인지. 또는 행진곡인지, 째즈인지 알 수 없는 연주를 흔히 들을 때마다 군악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하게 된다. 물론 군악곡으로 왈츠나 째즈를 연주할 때는 별문제이지만 행진곡 서곡 등에 있어서 경(輕)한 그리고 관능적인 연주를 하는 것은 군악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관악기에 있어서의 과도한 바이브레이션,포르타멘토는 생각할 문제가 아닐까? 좀 더 무겁고 건실한 연주가 요망된다.
   셋째로 우리 작품을 많이 연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경일이나 무슨 민족적 행사에 번번이  수우자의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 <워싱톤 포스트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것은 좀 격이 맞지 않는 일이 아닐까? 물론  수우자의 곡을 빼놓고는 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고 또 우리의 작품이 적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겠으나 설혹 우리 작품이 좀 미숙(?)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많이 연주하는 것이 국산군악곡을 생산장려하며 향상시키는 데 절실히 필요한 일이 아닐까? 본격적인 행진곡이나 서곡이 아니라도 가령 군가를 「트리오」에 넣어서 행진곡을 만들거나 우리 민요를 편곡하여 연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넷째로는 악기편성 문제이다. 행진할 때 외관상,  미관상이 이유인지는 모르나 「수우자혼」을  많이 쓰고 「소 베이스」와 「대 베이스」가 적은 편성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정상적이 아니다.  악기편성에 있어서 비율을 생각해야만 음의 균형이 맞는다.
   또 하나는 쌕스폰의 과용이다.  역시 군악은 금관악기가 중심이 되고 이에 목관과 타악기가 적당히 가해져야 될 것이다.
   쌕스폰 중심의 편성은 군악으로는 적당치 않다.  이것은 악취미(?)다.  나는 화성을 중심으로 한 독일식 군악을 항상 동경한다.  군악의 묘미는 금관악기와 타악기에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 1953. 5. 육군군악학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