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민족음악 창조를 위하여

나  운  영

   무릇 시대성과 민족성을 망각한 예술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예술이라 할 수 없다. 아무리 그 작품이 민족적이라 하더라도 현대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골동품적 가치밖에는 없는 것이고, 또한 아무리 그 작품이 현대적이라 하더라도 민족성을 띠고 있지 못하면 외국인의 모방에 그치고 말아 좋게 말해서 2세적인 작품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나는 서양음악을 공부하기는 했으나 동양음악 내지 한국음악을 더 사랑하며 우리 음악을 현대화하기 위하여 서양음악의 작곡기법을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주체성을 살려 서양음악의 모방이 아닌 동시에 동양음악 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음악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악을 창조해 보려고 부심(腐心)하는 중에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우리 민족이 문화적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수하다고 믿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특히 일본사람에 비하면 훨씬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일본사람들은 구미의 유행을 재빠르게 받아들여 유사품, 모조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해 버리는 문화상(文化商)적인 근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직까지도 자기네들의 민족문화를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
   배외(拜外)사상과 배외(排外)사상은 그 발음은 같되 전연 상반된 것이나 민족문화를 창조하는데 있어서는 똑같이 큰 해독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보다 배외(拜外)적이라면 우리는 혹시 배외(排外)적이나 아닐까? 즉 우리가 민족성을 운운하고 주체의식을 내세우는 것은 좋으나 자칫하면 외국문화를 섭취하는데 있어서 일본보다 뒤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민족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나 세계적인 흐름, 현대사조를 모르는 까닭에 부지불식간에 이에 역행하는 편에 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문화적으로 고립되어서는 민족성이고 주체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외국 문화를―소위 선진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제3국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직수입하되 우리 민족문화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외국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까닭에 거의 중독상태에 빠져 있지나 않나?  우리나라의 대학은 구미의 대학의 출장소의 역할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뚜렷하고도 올바른 목적의식을 가지고 오로지 민족성과 시대성을 띤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예술을 창조하기 위하여 「재출발 아닌 새출발」을 다짐해야 할 것이 아닌가?

 < 1966. 1. 22  대구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