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현대음악의 방향
 ―12음 음악과 Graphism에 대하여―

나  운  영

   현대음악의 년표를 뒤져 볼 때 첫째로 1913년에 Russolo(1885∼1947,伊)가 미래파 선언을 함으로써 타자기, 재봉기, 기적, 발동기 기타 일체의 타악기를 사용하여 「소음주의음악」을 창조하였고,  둘째로 1920년에 Busoni(1866∼1924,伊)가 후기낭만파의 주정성(主情性)과 표제음악적 경향의 반동으로서 고전파와 그 이전의 절대음악적인 형식성, 객관성에의 복귀를 주장하는 대위법적 수법을 중시하여 「신 고전주의」를 제창했고,  셋째로 1924년에 Schoenberg(1874∼1951,墺)가 12음으로 된 음열로 순정적인 무조음악을 작곡하는 소위 12음기법을 완성하여 「12음악」을 창조하였다.
   한편 Varese(1885∼1965,佛)가 사이렌, 타악기만으로 또는 관현악기의 최고음, 최저음을 주로 사용하는 악기법 상에 있어서의 「극단주의음악」을 , 그리고 Haba(1893∼  ,체코)가 온음(長2도 음정)을 4등분하여 24음을 구사할 수 있는 「4분음악」을 각각 창조함으로써 오늘날의 구체음악, 전자음악 등의 기초를 닦아 주었다.  
   넷째로 1927년에 Stravinsky(1882∼  ,露)가 현대적인 형식(기법)과 고전적인 내용을 결합시킨 신고전주의를 선언함으로써 「Back to Bach」를 제창하였고,  다섯째로 1938년에 Cage(1912∼   ,美)가 피아노 현에 나사못, 고무, 댓가지 등 물체를 끼워서 음색과 조율을 변화시키는 Prepared piano에 의한 음악을 창조하였다.
   여섯째로 1948년에 Schaeffer(1912∼   佛)가 일체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현실음을 일단 Tape에 녹음한 뒤에 빠르게, 느리게, 반대로 회전시키거나 또는 2種 이상의 테이프를 결합 편집하여 작곡하는 구체음악(Musique Concrete)을 창조하였다.
   일곱째로 1953년에 Eimert(1897∼   ,獨)가 전자음향장치에서 얻은―악기사용에 의한 전자음을 가지고 구체음악과 같은 수단 방법으로 작곡하는 전자음악(Elektronische Musik)을 창조하였다. 그런데 이 전자음악은 구체음악, 12음 음악, 미분음 음악 등을 종합시킴으로써 멀지 않아 현대음악의 왕좌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며 한편 Renaissance시대에 고찰(考察)된 종래의 5선 악보로는 구체음악, 전자음악 등등을 도저히 기보할 수 없어 소위 Graphism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도표와 같은 새로운 기보법이 속속 발명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위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 음악 가운데서 가장 현대음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12음기법」과 「Graphism」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음악사상 부조적인 작풍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Wagner(1813∼1883,獨)일 것이다. 그가 악극 <Tristan und Isolde>에서 변화화음을 무수히 사용하거나 전조를 자주하거나 장조와 단조를 방황(彷徨)하는 등의 혁신적인 수법을 구사한 이래  Franck(1822∼   ,佛),  Reger(1873∼1916,獨),  Mahler(1860∼1911,獨), RichardStrauss(1864∼1949,獨), Debussy(1862∼1918,佛), Honegger(1892∼1955,佛), Stravinsky(1882∼,露), Bartok(1881∼1946,洪), Hindemith(1895∼1963,獨) 등이 작품을 통해 부단히 무조적 기법을 모색하던 중에 Schöenberg(1874∼1951,墺)에 의해 창조된 것이 12음 음악(Twelve tone Music, Dodecaphony)이다.
   12음 음악이란 것은 12음 음계에 의한 12음을 골고루 사용해서 작곡되는 순정적 무조음악을 말한다. 즉 중심음과 중심화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철저한 무조음악인 것이다. 이제 12음 음악에 의한 작곡기법 즉 12음기법(Twelve tone Technique, Serial Technique)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
   첫째로 이 기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음열(Serie, Tone row)이다. 즉 이 음열은 작품을 쓰는 데 있어서의 골자 또는 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것을 가지고 멜로디도 화음도 만들게 된다. 그런데 Eimert의 학설에 의하면 음열은 4억7천9백만1천6백종이나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하나의 음열을 가지고 원형(Original form)을 만들거나 왼편으로 뒤집어서 역행형(Retrograde form)을 만들거나 또는 아래로 뒤집은 것을 다시 왼편으로 뒤집어서 전위역행형(Retrograde Form of Inverted Form)을 만들어서 자유자재로 멜로디를 작곡할 수 있고,  셋째로 이러한 멜로디의 도수를 바꾸어 즉 이도(移度,Transposition)하게 되면 원형, 전위형, 역행형, 전위역행형을 각각 12종씩 합해서 48종이나 만들 수가 있고,  넷째로 이번에는 음열 자체의 순서를 변경시킬 수도 있다. 즉 1,2,3,4,5,6,7,8,9,10,11,12의 순서를 1,6,12,4,9,2,7,12,5,10,3,8,이나 1,8,3,10,5,12,7,2,9,4,11,6  또는  1,6,7,12,2,5,8,11,3,4,9,10 등등 얼마든지 바꾸어 그것에 둘째와 셋째의 수법을 적용하면 또한 수없이 많은 멜로디를 작곡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로 화성법에 있어서는 음열을 4등분해서 1,2,3음과 4,5,6음과 7,8,9음과 10,11,12음을 가지고 각각 화성을 만들거나 또는 3등분해서 1,2,3,4음과 5,6,7,8음과 9,10,11,12음을 가지고 각각 화성을 만들되 그 화성의 사용법에 있어서는 멜로디와 화성이 철저하게 어긋나도록―다시 말하면 멜로디에 있는 음이 절대로 화성에 동시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멜로디와 화성에 같은 음이 중복되면 그 음이 중심음이 되거나 조금이라도 조성을 느끼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로 대위법에 있어서는 원형(O),전위형(I),역행형(R),전위역행형(RI)을 서로 동시에 결합시키면 O+I, O+R, O+RI, I+R, I+RI, 0+R+RI, O+I+R, O+I+R+RI의 8종이 되는데 역시 Eimert의 학설에 의하면 1천8백17억7천6백만6천1백44종이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12음기법은 원칙적으로 Schöenberg의 System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작가에 따라서 또는 작품에 따라서 이System을 엄격하게 따르지 않거나 독자적인 수법에 의해 작곡하기도 한다. Berg(1885∼1935,墺), Webern(1883∼1945,墺), Krenek(1900∼   ,墺),  Fortner(1907∼   ,墺),  Henze(1926∼   ,獨), Boulez(1925∼   ,佛), Stockhausen(1928∼   ,獨)등을 비롯하여 20세기 각국의 작곡가들 중에는 이 Schoenberg의 System을 전자음악에까지도 활용하여 역사적인 작품을 남기고 있는 것이므로 12음음악을 가리켜 단순히 지적작업이나 음악파괴행위로 규정 지으려는 것은 너무도 무서운 오해이다.

   Cage는 그의 작품  <FontanaMix>의 악보로서 Graph를 전시하였다. 하얀 종이 복판에 금망처럼 옆으로 퍼지는 방안지적 도형, 그 위에 착종(錯綜)한 실처럼 얼기설기된 검은 곡선, 그 선들이 분활되어 이지러진 공간에 흩어진 흑점, 그리고 화면 위에는 또 하나의 공간이라고 할 셀룰로이드의 정규(定規)가 놓여 있고, 그것이 자유롭게 화면 위를 움직이게 되어 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방안지의 종축은 음향의 고저를, 횡축은 음향의 시간을 표시한다.
   그리고 <Aria witlh Fontana Mix>란 작품은 Mezzo Soprano 독창에 현실음을 사용한 Musique Concrete가 반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독창이라고 해도 매우 기묘한 것이 가수는 무대 위에서 주로 소성(笑聲), 비명,박수, 기성(奇聲)을 발하며 노래한다기보다 더구나 회장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회화(會話), 전화소리, 라디오의 소음같은 현실음이 요란하게 포효(咆哮)하여 듣는 사람은 의식의 저변에 잠자고 있던 것이 백화(白畵)에 끌려 나온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리하여 문제가 된 것이 Graphism이다. 지금까지의 음표로는 가수의 소성, 비명 등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없다. 여기에서 현대음악은 기보법의 여러가지 개혁만이 아니라 형식의 혁명 즉 Graphism을 꾀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악보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의 현실음과 전자장치에 의한 무한의 음향은 현대인의 음악미의 관념을 파괴시켰다. 기묘한 도형과 기호로 메워진 구체음악이나 숫자, 선 또는 철도(鐵道)의 타이어의 도표처럼 착종(錯綜)하는 전자음악의 제작, 콘티도 이러한 Graphism에의 출발점이 되었다. 5선보에 상징된 유럽 전통음악의 테두리 속에 묶여 있는 고전적인 시간, 공간의 관념을 파괴하고 새로운 음향의 비젼, 새로운 리얼리티를 대담하게 넓히기 위하여 전위적 음악가는 Graphism의 새로운 문제 제기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1962. 6. 미사일誌 1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