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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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집 2집
 

존 케이지와 우연성음악

나  운  영

   20세기에 있어서의 수 많은 작곡가 중에서 대표적인 사람을 뽑는다면
    1. Schöenberg(1874∼1951)
    2. Bartok(1881∼1946)
    3. Stravinsky(1882∼  )
    4. Webern(1883∼1945)
    5. Varese(1885∼1965)
    6. Gershwin(1898∼1937)
    7. Messiaeu(1908∼  )
    8. Cage(1912∼  )
    9. Boulez(1925∼  )
   10. Stockhausen(1926∼  )

   이상 열 사람이 될 것이다.  특히 쉔베르그는 순정적인 무조음악인 12음음악을 창조했고,  베베른은 점묘(點描)주의음악을 창조했고,  거슈인은 심포닉 째즈를 창조했고,  케이지는 우연성음악을 창조했고,  스톡하우젠은 전자음악을 창조했다.
   그런데 이 열 사람 중에서도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을 다시 든다면
    1. Schoenberg
    2. Varese
    3. Cage

   이상 세 사람이 될 것이다. 즉 쉔베르그가 12음기법을 완성한 이래 베베른, 베르그, 불레즈, 스톡하우젠 등을 통하여 12음음악이 날로 날로 발전되고 있고,  바레스는 전자음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며,  케이지는 구체음악을 창조하는데 간접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우연성음악을 창조했고 한걸음 나아가서 톱으로 피아노를 썰거나 도끼로 피아노를 때려 부수는 소위 행동음악을 창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20세기 음악은 12음음악으로 시작되어 구체음악, 전자음악, 우연성음악을 거쳐 행동음악까지 발전(?)되었으니 바하, 베에토벤, 바그너,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등을 즐기던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변모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나는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세 사람만을 뽑았었다. 그런데 다시 그 중에 한 사람만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느 서슴치 않고 케이지를 지명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는 분명히 20세기 음악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음악사상 최대의 혁명아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는 코웰과 쉔베르그의 제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모든 음향 재료를 모아 타악기만으로써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연주활동을 한 일이 있었으며,  1938년에는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를 발명하였는데 이것은 보통 피아노 줄에 나사못, 고무, 유리, 댓가지, 핀 등을 끼워서 음색과 음정(4분음적으로)을 변화시킴으로써 다양한 음향을 창조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소나타와 간주곡>을 들어 보면 마치 피아노와 타악기의 합주와 같은 느낌을 준다.  유리, 댓가지, 생철 등의 소리 즉 자연음을 작품에 도입시킨다는 아이디어가 더욱 발전되어 구체음악을 낳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케이지는 또한 구체음악의 선구자임이 틀림없다.
   그 후 1951년 5월에 그는 <Imaginary Landscape No. 4>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12대의 라디오 수신기에 두 사람씩 배정되어 케이지가 「역(易)」에 의해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이것을 조정한다.  따라서 각각 수신기에서 음악, 강연, 드라마 등이 들려 오는데 이것이 혼합된 것이 <Imaginary Landscape No. 4>란 작품이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곡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걸작(?)이 1954년에 발표되었다.  곡명은 <4분  33초>이다.  이 곡은 3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피아니스트가 연미복을 입고 무대에 나타나 정중하게 절을 한 뒤에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은 다음 한 번도 피아노를 치지 않고 다만 피아노 옆구리를 손으로 만지기도 하고 피아노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가 나오는 등 괴상한 행동을 할 뿐 4분 33초 후에 일어나서 절을 하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 동안에 들려오는 소리―웃음 소리, 떠드는 소리, 기침 소리, 숨 소리, 하품 소리 등―즉 작곡가의 주체성과 완전히 연(緣)이 없는 음이 이 음악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케이지는 이런 작품 행동을 통해서 불확정성 음악, 우연성음악을 창조했는데 이 아이디어가 요즈음 스톡하우젠에 의해 예술적으로 활동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발표된 나의 작품 <교향곡 제3번>에도 이와 같은 수법이 활용되고 있다.  즉 카덴짜에서 피아니스트가 오른손 주먹으로는 흑건을 때리고 왼주먹으로는 백건을 때린다. 또 첼레스타 주자는 오른손가락으로 흑건을 그리산도로 훑고, 왼손가락으로는 백건을 그리산도로 훑는다. 그런데 이때에 연주자는 어떤 음을 어떤 리듬으로 연주하든 절대 자유이다.
   이와 같이 케이지의 우연성음악은 세계 각국의 전위작곡가들에 의하여 활용되고 있어 이에 따라 20세기 음악도 나날이 변천되어 가고 있으니 매우 주목해야 할 일이 아닌가?  더욱이 20세기 음악이 행동음악으로까지 발전(?)되어 가고 있는 이때에 이러한 음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진취성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게 되기를 바란다.

 < 1965. 12. 중동교지(中東校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