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여성과 음악

나  운  영

   음악을 즐기는 것은 여성의 본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모두들 음악을 몹시도 사랑하는 까닭에 해마다 음악대학 문을 두드리는 여학생들이 늘어만 가고 있어 각 음악대학 학생 수의 3분의 2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자랑(?)인가 봅니다. 한편 음악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수가 한 해에 5백명이니 자그마치 3백여명의 여성 음악가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연주나 작곡활동을 하는 사람은 10명 미만이니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물론 음악을 즐기는 것은 여성의 본능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여성은 모두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즉 자기에게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지도 않고 무턱대고 음악을 전공하기 시작하는 까닭에 성공하는 자보다 실패하는 자가 많은 것이 또한 우리나라의 실정입니다. 다시 말해서 음악을 즐기는 것은 좋은 취미이며 하나의 교양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나 음악을 전공한다든지 직업으로 삼는 것은 참말로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음악을 전공하려면 첫째로 성악에 있어서의 성대, 또는 기악에 있어서의 손가락 등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야만 되고,  둘째로 리듬감, 음정감, 화음감 등 음감이 좋아야 되고,  셋째로 가령 피아노나 현악의 경우 매일 7,8시간 이상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야 되고 , 넷째로 일생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흔히 여성들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교편생활로 들어감과 동시에 전공을 소홀히 하게 되거나 결혼 후 가정생활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전공을 졸업(?)해 버리는 사람이 대다수이니 이는 절대로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실로 중대한 일인 것입니다.
   물론 남성과 달라서 여성은 살림도 해야 하고 어린이도 길러야 하는 관계로 모든 정력과 정열을 전적으로 음악공부에만 쏟을 수는 없는 일이니 이런 점도 충분히 고려하여 굳은 결심과 각오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이미 「여성과 피아노 교습소」란 글에서도 언급하였습니다만 연주가가 되어 보겠다는 꿈보다도 결혼 후 집안에 교습소나 차려 놓고 말로만 적당히 가르치는 무책임한 직업인이 될 바에는 아예 음악을 전공하려 들지 말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음악을 취미로 삼는 것은 한없이 행복스러운 일이지만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데는 한없는 고난이 따를 뿐입니다.
   따라서 이 고난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기쁨이 오는 것입니다. 하이페츠를 길러낸 위대한 스승 레오폴도 아우어가 말한 바와 같이 「예술은 기술이 끝난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즉 완벽에 가까운 기술의 소유자라야만 창조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술이전이나 음악이전이어서는 안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음악을 전곡하기에는 남성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하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게 나는 음악을 취미로만 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남성들을 물리치고 앞을 달릴 각오가 서 있는 사람만이 음악을 전공해 주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음악대학 학생 수의 3분의 2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한국적인 기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과연 끝까지 연주나 작곡생활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조국을 빛낼 음악가가 여성 가운데서 얼마나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만이 문제일 따름입니다.

  < 1965. 11. 25.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