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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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집 2집
 

미야꼬부시를 몰아내자 

나  운  영

   1956년 3월에 왜색풍(倭色風)가요 배격 계몽강연회가 문교부와 국민개창(皆唱)운동추진회의 공동주최로 당시의 시공관에서 열렸을 때 나는 강연을 통해서 우리나라 대중가요 중 7할이 일본 고유의 음계인 미야꼬부시(都節)로 된 것이라는 사실을 토로(吐露)한 일이 있다.
   그 후로부터 왜색가요가 논의되면 의례히 미야꼬부시란 말이 등장하게 된 모양이다. 이제 좀 더 이론적으로 이에 대해서 논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로 한국음계와 일본음계에 대해 설명하면 한국음계에는 평조(平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다.
   평조는 「솔. 라. 도. 레. 미. 솔」로 되었고 계면조는 「라. 도. 레. 미. 솔. 라」로 된 것이다(악보 1).
  
   한편 일본음계에는 양음계(陽陰階),  즉 이나까부시(田舍節)와 음음계(陰音階),  즉 미야꼬부시(都節)가 있다.
   이나까부시는 「솔. 라. 도. 레. 파. 솔」(上行形), 「솔. 미. 레. 도. 라. 솔」(下行形)로 된 것이고,  미야꼬부시는 「미. 파. 라. 시. 레. 미」(상행형), 「미. 도. 시. 라. 파. 미」(하행형)로 된 것이다.
   즉 일본음계는 상행형과 하행형이 각각 한 음씩 달라지나 일반적으로는 하행형인 「솔. 라. 도. 레. 미」(이나까부시)와 「미. 파. 라. 시. 도」(미야꼬부시)의 5음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악보 2).
   

    둘째로 한국음계와 일본음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평조와 일본의 이나까부시(하행형)는 음계 자체에 있어서는 똑 같다. 그러므로 음계를 구성하는 5음만으로 한국색채와 일본색채를 분간할 수 없다.
   한편 한국의 평조에 있어서 둘째음(라)과 다섯째음(미)을 반음 내리면 일본의 미야꼬부시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악보 3).
  

    즉 일본의 미야꼬부시는 한국의 평조를 단조화(短調化)한 것으로서 한국의 음계와는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본 고유의 민족음계인 것이다. 따라서 이 음계를 사용하면 어느 나라 사람이 작곡하더라도 모두 일본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이제 미야꼬부시를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려면 <닐리리야>와 <사꾸라>(일본의 대표적인 민요)를 비교해 보면 된다.
   즉 <닐리리야>(라라라솔, 라도라솔, 미미미미레도, 레미레도라솔 . . .)에 있어서 라와 미를 반음 내리면 미야꼬부시가 되어 버린다. (파파파미, 파라파미, 도도도도시라, 시도시라파미 . . .)(악보 4).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외국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그러므로 이 외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우리 멋과 맛이 풍기는 건전한 노래를 만들려면 제1단계로 미야꼬부시를 추방해야 하고, 제2단계로 째즈調를 추방해야 하고, 제3단계로 이나까부시를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나까부시는 평조와 흡사하므로 음계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고 다만 리듬, 선율법, 무드(mood) 등으로 구별지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이것이 퇴폐적 내지 염세적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3차적으로 취급하자는 것이다.
    둘째로 6.25이후 오늘날까지 왜색가요가 범람하게 된 원인에는 방송국의 주도적 역할이 너무도 컸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나 이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방송음악 담당자들이 모여 금지된 왜색가요에 대한 작품, 작곡자, 작사자, 가수를 공포(公布)하고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마치 「병주고 약주는 격」 또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긴 하나 어쨌든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금할 수 없는 일대용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한계와 대상이 문제이다. 막연하게 무드만 가지고 왜색이라 단정한 것은 좀 지나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그들이 1차적으로 적발한 7곡을 분석해 보면 미야꼬부시로 된 것이 2곡(동백 아가씨, 삼천포 아가씨)이고,  서양 장조 또는 한국의 평조, 일본의 이나까부시로 된 것이 4곡(마도로스 부기, 무정한 그 사람, 쌍고동 우는 항구, 영등포의 밤)이고 서양단조로 된 것이 1곡(여자가 더 좋아)이다.
   즉 7곡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미야꼬부시가 아니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오히려 나로서는 미야꼬부시로 된 <돌아가자 남해 고향>, <영산강 처녀>등이 어째서 대상에서 제외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끝으로 샤미셍(三味線), 샤꾸하찌(尺八) 고도(琴)를 연상케 하는 미야꼬부시와 반박자 쉬고 나오는 리듬과 멜로디가 일본 유행가의 전형적인 발성법, 창법에서 벗어난 한국적인 민요풍의―건전하고도 명랑한 대중가요가 많이 생산되어야겠다는 것을 통감한다.

 < 1965. 9. 23. 서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