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가요의 모작과 표절

나  운  영

   「표절」이란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곡을 몽땅 또는 부분적으로 남 모르게 가위질하는 도둑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어제까지의 히트곡이 오늘에 와서 표절곡으로 낙인이 찍혀 방송금지 처분을 받게 되는 일이 점점 늘어만 가니 이것은 절대로 묵인해 버릴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표절행위는 사기, 절도와 꼭 같게 다룰 수밖에 없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표절문화를 추적한다」라는 여론이 일어나게끔 되었으니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큰 수치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국방송윤리위원회」 산하에 있는 「방송가요 심의회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표절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하려 한다.


표절에 대하여
    표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주로 일본 유행가의 곡 전체를 완전무결하게 베껴낸 것과 이것을 부분적으로 베껴낸 것이 있는데,  전자는 어디까지나 의식적으로 또는 양심적으로 도둑질한 것이고, 후자는 지능적으로 가위질을 해서 남들이 손쉽게 눈치챌 수 없게 사기한 것이다. 물론 곡 전체를 표절한 것과 부분적으로 표절한 것이 그 비중이 다르다고 변명할 자가 있을지 모르나 도둑질과 사기는 결국 같은 파렴치한 행위요 우리 문화를 좀 먹는 범법행위에 틀림없다.
    한편 이에 대하여 표절 상습범들은 극구 변명하기를 「하루에도 십 수곡씩 대중가요를 쓰다 보니 우연히 같은 곡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고 말을 한다. 물론 이 말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곡조 전체가 꼭 같거나 부분적으로 편집 조작해 낸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는 곡을 놓고 어떻게 우연의 일치라고만 버틸 수 있느냐 말이다. 차라리 좀 급해서 남의 것을 베꼈다고 깨끗이 자백하는 것이 신사적인 태도가 아닐까? 하기야 대중가요란 절대로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음악에 대해서 무식한 대중들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통속적이요, 가장 예술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보다 개성적이 아닌―말하자면 자연발생적 노래인 까닭에 어쩌다가 보면 좀 비슷한 부분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일지 모르나 내가 논하려는 것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남의 것을 실례한 뚜렷한, 속일 수 없는 증거가 나타나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니 한심스럽게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제 예를 들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대 서울>이란 곡이 있다.
   이 곡과 일본곡을 비교해 보면<악보 1>에 있어서 제1, 제2소절과 제12소절은 리듬을 앞당겼고 제4, 제13소절은 조금 고친 것 뿐이고 제3, 5―11소절은 정직하게 베껴진 것이다. 이러고도 우연의 일치니 창작이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다음은 이보다도 더 양심적으로 표절한 <젊음의 찬가>란 곡을 소개하겠다.
   <악보 2>에 있어서 제1―16소절, 21―26소절은 완전히 일본곡과 같고 다만 제17, 제18소절에서 리듬만을 고쳤고, 제19―21소절 첫 박자까지와 제25, 제27, 제28소절은 약간 손질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뚜렷한 증거가 있는데도 표절이 아니라고 버틸 수 있을까?
  
    이번에는 <섬마을 선생님>이란 곡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악보 3>에 있어서 제1, 제2소절은 완전히 같고, 제3소절부터는 상당히 고심해서 지능적으로, 기술적으로 손질한 흔적이 눈에 띈다. 즉 이것은 일본곡을 놓고 일종의 변주곡(變奏曲)아닌 변조곡(變造曲)(?)을 만들어낸 셈인데 그 솜씨가 대단한 데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이상 더 분석하고 싶지 않다. 이보다는 표절의 한계에 대해서 말해야겠다. 즉 「무엇을 가지고 표절이라고 하느냐」에 대한 답변인데 이것은 소절 수만 가지고 규정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첫째로 첫 모티브(2소절)가 같아도 표절로 단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곡이란 첫 모티브에 의해서 작곡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소절부터는 아무리 원곡과 다르다 하더라도 첫 모티브가 같으면 안된다.
  둘째로 첫 모티브만은 다르다 하더라도 그 다음부터 같은 부분이 많이 나오면 이것도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해서 표절의 한계를 완전히 밝힌다는 것부터가 그리 이로운 일이 못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것은 뚜렷하게 규정 지어 놓는다면 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지능적으로 표절 아닌 표절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작(模作)에 대하여
    표절과 꼭 같지는 않으나 좀 비슷한 것으로 모작이란 것이 있다. 원곡과 비교해 볼 때 박자표를 바꾼 것이라든가, 멜로디를 조금씩 고친 것이라든가, 장조를 단조로 바꿔 버린 것 등은 모두 모작에 속한다.
   물론 표절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이나 모작은 극히 선의로 해석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구태여 부인하지 않는다. 즉 잠재의식으로 비슷한 것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모작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무의식적이었다 하더라도 모작의 혐의를 받는 불행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모작도 그 한계를 말할 수 있겠으나 이것은 표절의 경우보다는 훨씬 신축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악보를 놓고 분석하는 것보다는 악보 없이 귀로 들어서―무드 만으로 모작의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표절과 모작의 중간형태
   이 밖에 「모작적 표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표절과 모작의 중간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모작 혐의가 짙은 표절― 즉 모작에 가장 가까운 표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중간 형태의 것이 생겨났느냐 하면 방송가요 심의에 있어서 표절과 모작이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어 표절곡 만이 방송금지 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이와 같은 모작적 표절을 일삼는 족속들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표절에 준해서 역시 금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지능적 표절이나 지능적 모작보다도 한층 더 차원이 높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표절 내지 모작, 모작적 표절과 같은 행위가 대중가요계에서 하루 속히 그 뿌리가 뽑아짐으로써 다시는 표절문화란 말이 나돌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비단 일본 것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것이든 간에 원곡을 도둑질하거나 흉내 내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조건, 어떤 환경 아래에서나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양식(良識)을 항상 가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와 관련해서 오페라의 왕인 베르디의 일화를 소개하련다. 특히 멜로디의 천재였던 그였지만 일단 곡이 완성되기가 무섭게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음악도서관이었다고 한다.
   즉 도서관에 가서 선배 또는 동료 후배의 곡을 모조리 조사해 보고 자기의 곡과 같거나 비슷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자신있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양심적인 행동인가?
   우리도 베르디을 본 받는다면 이 땅에서 표절가요니 표절문화라는 말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 같다.


< 1969. 2. 世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