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나의 길을 가련다

나  운  영

   베토벤은 낮에 고요한 숲속을 혼자 산책하면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썩은 사회보다는 대자연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영감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충무로나 명동의 소란한 밤거리를 홀로 걸어 다닐 때 악상(惡想) 아닌 악상(樂想)이 잘 떠오른다. 서점,피아노 상회,전파사,양장점,양화점,다방,술집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이 거리를 거닐 때마다 난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아울러 나의 사명을 완수해야겠다는 것을 다짐하게 된다. 작년에 이어 금년 가을에도 교향악 작품발표회를 갖기 위해 나는 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 오더라도 이 발표회만은 매년 계속하고 싶다. 이것이 곧 '작품을 통한 현실참여'라고 믿기 때문이다.

   외국 음악의 수용,비판 단계를 거친 -창조 단계에 있어서 아직도 국적불명의 작품이나 외국2세적 작품을 내놓고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더욱이 국제 문화교류시대에 있어서 한국적인 현대음악을 창조하려면 꾸준히,묵묵히 - 그러나 굳은 신념을 가지고- 오직 나의 갈 길을 달려야겠다.

<1967. 9.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