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사교댄스와 포크댄스

나  운  영

   (1)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 또는 스트라빈스키 작곡의 <불새>,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 명곡을 생각해 볼 때 음악과 무용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매 예술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무용은 음악 없이는 성립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음악의 형식이나 리듬, 멜로디, 하모니와 관계 없이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등―박자만 세면서 춤을 추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모양이나 본래 무용이란 음악에 맞추어 안무해야 하는 것이므로 음악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선 올바른 춤이 될 수 없다.
  흔히 가정에서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돌아가며 한 사람씩 독창을 시키는 일이 많은데 이런 방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외국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독창보다는 합창, 중창을 하거나 또는 독창에 이어 후렴을 합창하는 것이 상례이니 우리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는데 그치지 않고 음악에 맞추어 여럿이 떼를 지어 춤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네 가정에서는 고작해야 꼬마나 여학생이 혼자서 추는 정도에 그치고 마는 경향이 있으니 이것도 시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즉 가정에 있어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포크댄스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 노릇이다. 포크댄스는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또한 항상 파트너가 바뀌게 마련이기 때문에 골고루 사귈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듯하니 레크리에이션으로서는 가장 알맞은 춤이 아니겠는가?
  이와는 반대로 사교댄스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사고(事故)댄스」라고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사교댄스란 파트너가 바뀌지 않고 줄곧 단 둘이서 은근히(?) 추는 춤인 모양이어서 탈선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나는 진보적이 못 되어서인지 사교댄스를 해 본 일이 없어서 그런지―어쨌든 사교댄스는 사고댄스가 되어 버리기 쉽다고만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할수록 포크댄스를 장려하고 싶어진다.

   (2)
   가정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우리집에서는 독창보다는 중창이나 합창을 하고,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포크댄스를 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아내가 리더가 되어 일가 총동원하여 춤을 추되 나는 자원해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왜냐하면 심로신불로(心老身不老)인지, 신로심역로(身老心亦老)인지―이내 육체적 피로가 오는 까닭도 있지만 두(頭)는 좋은데 뇌(腦)가 안 좋아서인지 늘 바뀌는 동작의 순서가 헛갈려서 이내 정신적 피로가 오는 까닭에 아예 무용가(舞踊家) 아닌 무용가(無踊家)로 행세하기로 작정했다. 그 대신 피아노를 쳐 주면서 춤을 감상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스러운지 모르겠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이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피아노를 침으로써 포크댄스에 참가하는데 큰 의의를 느낄 수도 있으니까 ...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즉 포크댄스를 하는 경우에 외국춤만 즐기고 한국춤은 추려 들지 않으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 한국춤은 대체로 독무(獨舞)여서 포크댄스 같이 여럿이 한데 어울려 출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네들은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독창이나 독무를 시키는 것이 하나의 상식처럼 되어 있는데 이 까닭이 아마도 합심, 단결하지 못하는 우리의 민족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 민족성을 개조하기 위해서라도 중창, 합창 또는 포크댄스, 군무(群舞) 등을 적극 장려했으면 좋겠다. 장고 장단으로 한국춤을 포크댄스 같은 모양으로 여럿이 출 수 있다면 참으로 멋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배외사상(拜外思想)과 배외사상(排外思想)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이것은 중대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네 가정에서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벗이 되나 아빠는 경원(敬遠)을 받거나 그저 무서운 존재가 되기 쉽다. 모성애란 말은 있어도 부성애(父性愛)란 말은 좀 어색하게 느껴지고, 어머니날은 있어도 아버지날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르나 단란한 가정, 민주주의적 가정을 이루려면 레크리에이션에 있어서 먼저 엄마가 리이더가 되고 아빠가 이에 솔선 참가하여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해야 될 것만 같다.
   요는 가정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여성이 리이더가 되어 노래와 춤을 이끌어 나갈 줄을 알아야만 즐거운 가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 1966. 1. 女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