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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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집 2집
 

 스미드손 양과 환상적 교향곡

나  운  영

   표제음악(Program music)의 창시자인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가 의사인 부친의 뜻에 따라 18세 때에 의학을 전공하려고 파리에 유학했으나 끝내 부친의 완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음악으로 전향하여 고학을 한 사실과 「로마 대상(大賞)」을 목표로 작품을 제출하여 첫 번에는 예선에서 떨어졌고 두번째는 본선에서 떨어졌으며 세 번째 가서 2등상을 탄 후 네 번째만에 드디어 1등상(대상)을 탄 사실과 , 진혼곡(鎭魂曲)에서 16개의 트롬본과 8쌍의 팀파니와 2개의 큰북을 사용했으며 400명 이상의 관현악과 수 많은 합창단과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의 합주를 이상(理想)으로 삼는 방대한 편성을 요구한 사실 등등을 예로 들 수 있으나 그것보다도 가장 흥미있는 그의 사생활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미드손 양과의 사랑
   그가 24세 때에 영국의 어느 극단이 파리에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연한 일이 있었다. 이 때에 여주인공으로 나타난 스미드손(Smithson)이라는 여인의 연기에 도취해 버린 그는 즉시로 그녀를 일방적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다음 해에 그는 그녀의 주목을 끌기 위하여 작곡 발표회를 가졌으나 그녀는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후 27세 때에 그녀에 대한 추문(醜聞)을 듣고 반발적으로 모크(Moke)양과 결혼을 해 버린 그가 이듬해에 로마로 혼자서 유학의 길을 떠난 사이에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 버린 사실을 알게 되어 흥분한 나머지 그들을 죽여 원한을 풀려고 파리로 돌아오던 중 차차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되돌아갔다가 다음 해에 로마 유학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 작곡 발표회를 열어 크게 성공을 거둔 끝에 20일 후에 이를 재연(再演)했는데 이때에 비로소 스미드손 양이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또한 서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가 30세가 되었을 때에 파리의 영국 대사관에서 일체의 반대를 물리치고 그렇게도 그리던 스미드손 양과 결혼을 했으니 그때의 그녀의 나이는 33세였다.

    그후 그는 아내가 된 그녀의 막대한 부채를 갚아 주기 위하여 대 연주회를 열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이듬해에는 첫 아들(루이)을 보았으나 그들의 결혼 생활은 원만치가 못해 서로 별거하던 중 38세 때에 가수 레시오(Recio)양과 연애 관계가 생겨 그의 파란 많은 생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다가 드디어 51세 때에 스미드손이 죽은 뒤에 그녀와 정식으로 결혼을 했지만 59세 때에 그녀가 심장마비로 죽었고 64세 때에는 아들(루이)마저 죽어 버리므로 이에 큰 타격을 받아 결국 6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환상교향곡 완성
   다음은 그의 최대 걸작인 환상교향곡과 문제의 인물인 스미드손 양과의 관련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가 24세 때에 그녀를 일방적으로 열렬히 사랑하던 중,  26세 때에 신문을 통하여 영국에서의 굉장한 평판을 알았을 때 그는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숨결을 느끼면서 타는 듯한 정열을 쏟은 대작을 완성시키고자 꿈꾸었던 것이다. 여기에 그가 이듬해 11월에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일단을 소개하련다.

   「나는 아무 동기도 원인도 없소. 무한불멸(無限不滅)의 정열의 고민에 부닥쳐 있소. 그런데도 나는 그녀를 곁에서 느끼고 있소. 나는 심장의 고동을 듣고 그것이 증기기관의 피스톤처럼 나를 뒤흔드오 . . . 나는 요즈음 교향곡을 쓰기 시작하려 하오. 내 정열을 그려낼 작정이오. 모든 것이 내 머리 속에 있소.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소. 기다려 주오.」
    그러나 그의 정열이 아무리 뜨겁게 타오르더라도 상대방의 돌과 같은 마음을 태울 수는 없어 결국 짝사랑에 그치고 말았다.
    환상교향곡은 27세 때에 완성되었다. 이 곡에는 작곡자 자신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표제와 해설이 붙어 있다.

    '병적인 감수성과 치열(熾烈)한 창조력을 가진 젊은 음악가가 사랑의 절망으로 말미암아 아편을 먹는다. 그러나 그 분량이 적어서 죽지는 않고 다만 혼수상태에 빠져 일연(一連)의 꿈을 더듬는다. 이 꿈 속에서 관능과 감정과 환상은 모든 음악적인 현혹(眩惑)으로 바뀌어 그를 둘러싼다. 그리하여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영상을 모든 장소에서 항상 한 멜로디로 마음 속에 그리게 된다.
    제1악장 「몽상과 정열」
       그는 먼저 사랑하는 그녀를 보기 전에 경험했던 마음의 불안, 그 정열을, 우울과 즐거운 때 등을 상기한다. 이에 계속하여 그녀가 돌연 불어 넣은 화산과 같은 사랑을 열에 뜬 고뇌와 질투의 때를 애정의 복귀를 그리고 종교적인 위안을 상기한다.
    제2악장 「무도회」
       그는 무도회에서 화려한 향연의 소란한 가운데서 연인과 다시 만난다.
    제3악장 「전원의 정경」
       시골에서의 어떤 여름 저녁 그는 두 목동의 피리 소리를 듣는다. 이 전원적인 2중주, 전원의 정경,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사랑에서 오는 미래에의 희망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그의 마음에 안식과 유쾌함을 준다. 이 때에 그녀가 나타난다. 그의 심장은 고동을 멈추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만약에 그녀가 나를 버린다면 . . .」이라는 한 목동의 피리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또 사랑은 벌써 가고 없다. 황혼, 먼 곳에서 울려오는 천둥 소리, 고독, 고요.
    제4악장 「악마 축일의 야몽(夜夢)」
        악마의 축일 밤 자기의 장래식에 모인 망령(亡靈), 마술사, 온갖 잡귀(雜鬼)들 틈에 끼어 마녀들의 춤을 구경하고 있는 자기를 발견한다. 괴상한 소리, 신음하는 소리, 높은 웃음 소리,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 이때에 애인의 사랑스러운 멜로디가 들려온다. 그러나 야비하고 그로테스크한 춤으로 바뀐다. 그녀의 도착을 환영하는 악마들의 부르짖음, 장래의 종 소리, 「진노(震怒)의 날」(Diesirae)의 멜로디에 의한 익살맞은 광시(狂詩), 마녀의 원무(圓舞).'

    끝으로 관현악 편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피콜로=1,   플륫=2,   오보=2,   잉글리쉬  혼=1,    클라리넷=2,    파곳=4,    혼=4,    코넷=2,    트럼펫=1,
    알토 트럼본=1,    테너 트럼본=2,    튜바=2, 팀파니=4,    심벌즈,    베이스 드럼,    벨,    하아프=2,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그리고 특수 악기로서 제2악장에서 하아프,  제3악장에서 잉글리쉬 혼,  제3악장에서 코넷,  제4악장에서 잉글리쉬 혼,  제5악장에서 피콜로,  코넷이 각각 사용되고 있어 소위 총천연색적 효과를 충분히 내고 있는 점을 아울러 말해 둔다.

 < 1962. 11. 女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