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귀재 파가니니

나  운  영

   바이올린 하나만 있으면 사람을 울릴 수도 있고,  웃길 수도 있고,  마귀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고,  말이 우는 소리도 낼 수 있고,  종소리도 낼 수 있고,  피리 소리도 낼 수 있었던 세기적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에게는 가지가지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는 8세 때에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고 11세 때에 공개연주회를 열어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 연주회 때에 모인 애호가들은 서로 돈을 모아 파르마란 곳으로 그를 보내서 정식으로 본격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의 기술은 날로 날로 늘어 여러 곳을 순회하여 막대한 수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동(神童)은 이때부터 도락을 시작했습니다. 식도락에,  술을 좋아했고,  여자를 가까이 했고,  돈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도박에 빠져 버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부채는 늘어갈 뿐이었습니다. 드디어 자기의 귀중한 바이올린마저 팔아 버려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건강까지 해치고 말았습니다.

    이 때에 어떤 귀부인이 나타나 그를 자기의 별장으로 데려가서 휴양시켰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3년 쉬는 동안 건강도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귀부인은 기타를 좋아 했기 때문에 파가니니도 그녀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물론 즉시로 명수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에 그는 바이올린의 기교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여 줄을 퉁겨 소리내는 피치카토 주법, 줄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서 휘파람과 같은 소리를 내는 하모닉 주법, 그 밖에 2중 하모닉스 주법, 스코르다투라 주법, 2중음 주법 등을 마음대로 연주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뒤에 고향에 돌아가 1년 동안 있다가 다시 연주활동을 시작하여 오페라 지휘자, 궁정음악 감독으로 임명되기도 했고 제실대가(帝室大家)의 칭호를 받기도 했고 남작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돈을 많이 벌게 되는 동시에 여성들과 가까이 할 기회가 많은 것을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사랑의 장면>이란 곡이 있는데 이것은 바이올린 G선과 E선만으로 연주되는 곡으로서 이 두 줄로 연애를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와 같이 한 줄 또는 두 줄만으로 연주하는 법을 연구하여 어떤 때에는 청중들 앞에서 줄 셋(E, A, D선)을 끊어 버리도록 하고 한 줄(G선)만으로 3옥타브 이상의 음을 마음대로 냈고 하모닉스까지 연주했습니다. 이와 같이 G선만을 위해 작곡된 곡이 <군대 소나타>, <나폴레옹 소나타> 등 입니다.   
    그의 연주가 너무도 능란하여 불란서에서는 사람인지 귀신인지를 증명하기 위하여 증명서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안 된 일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래 그는 몸이 허약한 데다가 방탕과 도박과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건강이 점점 나빠져 1822년에는 심한 기침에 위까지 앓게 되었고 아편중독에 걸려 한동안은 연주가 불가능했었습니다. 그 뒤에 후두염, 폐결핵 등에 걸려 쇠약한 몸을 움직여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어머니는 2년 전에 이미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귀재(鬼才) 파가니니는 58세를 일기로 파란 많은 일생을 마쳤습니다.

 < 1962. 새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