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거슈인과 랩소디 인 블루

나  운  영

   그는 예술적 음악에 민족적 재즈 요소를 가미한 것이 아니라 재즈 자체를 예술화 하였다.
   그의 음악은 춤추기 위한 재즈가 아니라 연주회용 재즈이다.
   그는 미국 최초의 미국인에 의한 미국음악의 기초를 세웠다.
   그는 일개의 유행가 작곡가에서 일약 위대한 교향적 재즈의 대가로 출세하였다.
   거슈인이 출연한 후부터 코플랜드, 라벨, 미요, 오네거,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등 재즈 이디옴으로 작곡하는 세계적 작곡가들이 속출하였다.
   그의 최대의 걸작은 <랩소디 인 블루>이다.

    교향적 재즈음악의 창시자 거슈인(George Gershwin, 1898~1937)의 생애와 <랩소디 인 블루>, <피아노 협주곡>, <파리의 아메리카인>에 대해서는 음악영화 「아메리카 교향곡」과 「파리의 아메리카인」을 통해서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실 줄로 압니다. 그는 위에 말한 작곡 이외에도 민족 오페라 <Porgy and Bess>, <피아노를 위한 3편의 전주곡> 등등이 있습니다만 그의 모든 작품을 통해서 가장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출세작이었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곡은 그가 26세 때에 3주일 간에 피아노 총보(總譜)를 완성한 후에 화이트맨 악단의 편곡자 그로페 (Ferde Grofe)에 의해서 관현악으로 편곡되어 폴 화이트맨의 지휘와 작곡자 자신의 피아노로써 초연되었던 것입니다.
   이 곡은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광시곡(狂詩曲)이며 대체로 3관편성이나 베이스클라리넷, 알토색스폰, 테너색스폰, 벤조 등 특수악기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펫과 트럼본에 Wha Wha Mute와 클라리넷에 글리산도 등 특수주법을 활용하여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Blue Scale> 즉 「C. D. E♭. E. G. A. B♭」으로 된 흑인들의 민속음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다시 말씀드리면 재즈수법에 있어서 재즈의 리듬이나 부가화음(Added Chord)등을 사용하는 것은 상식이나 우울한 기분이 나는 블루음계를 최초로 활용한 작가는 거슈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등등의 재즈적 작품과 거슈인의 작품의 근본적인 차이를 찾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랩소디 인 블루>는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광시곡이나 그보다는 마치 피아노협주곡과 흡사한 느낌을 주리만큼 피아노 독주부분이 네 차례나 나오고 마치 피아노의 독주부분을 세심히 감상해야만 이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의 그의 수법은 분명히 상식을 벗어난 독자적인 Figuration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순수음악으로서의 재즈이고 순수음악과 재래의 재즈와의 중간을 걷는 음악이며 좋은 의미의 대중음악, 어디까지나 건전한 경음악 혹은 동양적 색채가 충만한 근대음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서 교향적 재즈에 있어서의 리듬법, 선율법, 화성법, 관현악법, 작곡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재즈를 무조건 배격하는 분이 계실 줄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재즈란 오늘날에 있어서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는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조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기 전에 먼저 많이 들어 보아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소위 순수음악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결코 망언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재즈가 전부 좋은 것도 아니요  재즈라면 전부 못쓸 것도 아닌 까닭에 우리는 먼저 이와 같은 선입견을 버리고 하나의 청량제 혹은 흥분제로 생각하고 자주 들으면 재즈에 들어 있는 영양소와 독소를 분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영양소와 독소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많으냐고 반문하실 분도 없지 않으실 것입니다만 그것을 판단하시는 것은 여러분에게 맡겨 두기로 하겠습니다.

    끝으로 음악사에 있어서 베토벤 작곡의 <교향곡 제9번>,  베를리오즈 작곡의 <환상적 교향곡>, 바그너 작곡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드뷔시 작곡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스트라빈스키 작곡의 <불새>, 쉔베르그 작곡의 <피아노조곡 작품 26번>과 함께 거슈인 작곡의 <랩소디 인 블루>는 세계의 음악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킨 역사적인 작품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것을 부언(附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