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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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집 2집
 

현대음악과 오리엔탈리즘

나  운  영

   20세기에 있어서의 중요한 흐름은 인상주의(Impressionism), 원시주의(Primitivism), 표현주의(Expressionism),국민주의(Nationalism),재즈(Jazz),신고전주의(NeoClassicism), 12음음악(Dodecaphony: Twelve-tone Music), 구체음악(Musique Concrete), 전자음악(Elek-tronische Musik) 등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신고전주의음악과 12음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구체음악,전자음악 등 새로운 음악이 창조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새로운 음악에 있어서는 먼저 말씀드린 신고전주의의 정신과 12음기법은 계속하여 뚜렷하게 계승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나는 이 20세기음악과 한국음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우리 한국음악을 현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먼저 서양의 현대음악 가운데 비교적 동양적인 색채가 진한 곡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음악 가운데는 의식적으로 동양풍으로 작곡된 것도 있고 또는 5음음계(Pentatonic Scale)를 주로 사용하였거나 전음계적으로 작곡하였기 때문에 우리 동양 사람들의 생리에 잘 맞는 작품들도 많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음악을 듣게 되면 우리네들이 지향하고 있는 한국적 현대음악의 방향을 어느 정도까지는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이러한 생각을 머리에 두시고 코플랜드(Copland,Aron 1900∼90)작곡의 <빌리더키드(Billy the Kid)>를 들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코플랜드는 20세기 전반기에 있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음에는 영국이 낳은 현대작곡가인 본.윌리암스(Vaughan-Williams, 1872∼1958)작곡의 <Concerto Accademico in D minor>의 제2악장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영국의 민요를 많이 수집하여 연구한 작곡가이며 국제민속음악협의회 회장을 지낸 그의 작품은 매우 전음계적이어서 동양적 색채가 강하게 풍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좀 각도를 달리해서 「Hebrew Melodies」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히브리음악은 단조(Minor)의 색채를 띤 음악입니다. 대체로는 집시 음계 즉 헝가리 단음계―다시말하면 La, Si, Do, Re#, Mi, Fa, Sol#, La로 된―증2도 음정이 두 군데나 들어 있는 음계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Jan Peerce가 부른 히브리 성가 가운데 <A Shepherd, A Dreamer>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음악은 코플랜드나 본 윌리암스의 것과는 너무도 그 색채가 틀립니다.
   다음도 역시 히브리음악으로 사민스키(Saminsky, 1882∼  )작곡의 <바빌론 강가에서>(By the Rivers of Babylon)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유태계 러시아 사람입니다만 지금은 미국에 귀화하여 히브리 교회음악을 작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히브리 음악에서 우리가 섭취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가를 생각하시면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빌라 로보스(Villa Lobos, 1881∼1959)작곡의 <Choros No. 7>을 들어보십시오. 그는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현대 작곡가로서 브라질의 민요를 많이 수집 연구하고 이에 현대적 작곡기법을 가미하여 그의 독특한 음악을 창조한 것입니다. 이 「초로스」란 것은 「세레나데」의 일종으로서 그가 만들어낸 독특한 형식의 악곡입니다. 이 곡에서 그는 타악기의 효과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음악을 들어 보시면 우리도 국악장단을 잘 살린다면 이에 못지 않는 한국적인 현대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실 것입니다.

    우리 국악은 화성이 없고 멜로디와 장단뿐이므로 아직도 원시적인 형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한국 멜로디에 서양 고전화성을 그대로 붙여 놓으면 더 어색하게 들리는 것을 여러분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 멜로디에는 서양 현대화성 중의 하나인 4도화성(Quartal harmony)같은 것을 많이 쓰거나 또는 이 4도화성과 서양 고전화성 중의 하나인 3도화성(Tentian harmony)을 절충해서 사용하거나 또는 이와 같이 화성에 치중하지 말고 대체로 대위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는 강조합니다. 따라서 작곡기법에 있어서도 서양이고 동양이고 이와 같은 좁은 관념을 버리고 어떤 음계나 화음을 쓰든 간에 또는 무조적(Atonal)이든 복조(Bitonal), 다조(Polytonal)이든 마음대로 그 기법을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블로호(Bloch, 1880∼1959)작곡의 <4 Episodes for Chamber Orchestra>중의 중국풍(Chinese)이란 표제가 붙은 곡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유태계 스위스 사람으로서 미국에 귀화하여 히브리 민족정신에 입각한 걸작을 많이 내고 있던 그는 이 곡에서 주로 5음음계를 사용하여 중국정서를 적절히 표출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샤베즈(Chavez, 1899∼  )작곡의 <Sinfonia India>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멕시코 태생의 세계적 현대 작곡가인 그는 항가리의 바르토크(Bartok, 1881∼1946), 코다이(Kodaly, 1882∼1967), 영국의 본 윌리암스, 브라질의 빌라 로보스와도 같이 자기 나라의 민요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작곡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강렬한 국민주의 음악을 창조한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곡을 통하여 현대적 작곡기법과 동양적 색채가 매우 잘 조화되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끝으로 호바네스(hovhaness, 1911∼  )작곡의 <Concerto for Piano, 4 Trumpets and Percussion>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작곡가인 그는 부인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와 아시아적인 음악에 도취되어 동양적 원시음악의 요소를 끝까지 추구하고 있으며 이 곡은 지금까지의 화성, 리듬, 관현악법에 의하지 않은 특이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나는 여러분에게 서양 현대음악 중에서 비교적 동양적인―우리 한국음악에 가까운―작품을 소개했습니다. 그 까닭은 첫째로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은 전혀 다르다는 관념과 둘째로 과연 우리 한국음악을 현대화하면 어떤 형태의 것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동양적 색채가 진한 현대음악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1.Gershwin : Folk Opera "Porgy and Bess"
    2. Khachaturian : Piano Concerto
    3. Stravinsky : Les Noces(The Wedding)
    4. Debussy : Rhapsody for Saxophone and Orchestra
    5. Menotti : Violin Concerto
    6. Bloch : Violin Concerto
    7. Orff : Carmina Burana
    8. Newman : Robe
    9. Bloch : Rhapsody for Cello and Orchestra "Schelomo"
   10. Chavez, Moncayo : Music of Mexico
   11. Hovhaness : Concerto No. 1 for Orchestra "Arevakal"
   12.Yardumian : Armenian Suite
   13. Bloch : Sacred Service
   14. Harrison : Suite for Violion, Piano and Small Orchestra
   15. Tcherepnin : Suite (op. 87)
   16. Villa-Lobos : Erosion the Origin of the Amazon River
   17. Chavez : Toccata for Percussion Instruments

    끝으로 20세기 음악에 있어서 신고전주의의 정신과 12음기법이 그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먼저 잠깐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오늘날의 구미 각국의 현대 작곡가들이 다같이 탐구하고 있는 새로운 경향 중의 하나는 이 오리엔탈리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동양취미의 신고전주의음악, 동양적인 12음음악 등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음악감상에 있어서 먼저 현대음악과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 일단 여러분의 주의를 환기시켜 본 것입니다.

< 1959. 3. 신태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