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어머니

나  운  영

   모국(母國),  모교(母校)란 말은 있어도 부국(父國), 부교(父校)란 말은 없다.
   어머니날은 있어도 아버지날은 없다.
   어머니를 부르며 우는 아이는 있어도 아버지를 부르며 우는 아이는 별로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머니의 우위(優位)성을 주장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 아닐까?

     그 몸이 부서짐도 가리지 않으시고
     불초한 저희들을 기르시기에
     고우시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
     머리 위에 서리 또한 마음 아파라.

   이 노래는 나의 아내가 작사하고 내가 작곡한 것으로 나는 이 노래를 가장 즐겨 부르며 이것을 부를 때마다 살아 계실 때에 효도를 못 다한 것이 한이 될 뿐만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되살아나곤 한다.
   우리 어머니는 조용한 분이셨다.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 없이 참으시는 분이셨다. 우리 어머니는 몹시도 수줍어하시는 분이셨다.  70 노인이 되셨건만 구면(舊面)인 나의 친구에게도 얼굴을 붉히시고 존대말을 쓰는 분이셨다. 그러면서도 유우머가 있는 분이셨다.  이상한 얼굴을 보고 「말 대가리 설 삶은 것 같다」느니,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다는 말씀을 「이 집은 대문이 부채질을 한다」는 등 조용하고도 수줍어하시는 분에게서 어떻게 이런 말씀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혹시 나에게도 이런 성격이 있다면 모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일 것이다. 내가 작곡한 노래에서

    사랑하는 어머니
    인자한 어머니
    희생의 어머니
    정숙한 어머니
    마음이 가난한 어머니
    오래 참는 어머니
    기도하는 어머니

  이 모든 표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났다면 그것도 내 어머니가 물려 준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마음 속에 그려 보는 어머니인 것이다.

 < 1966. 5. 21. 서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