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가족계획

나  운  영

   「창간호(創刊號) 겸 폐간호(廢刊號)」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발표회 중에는 첫 발표회이자 마지막 발표회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경제적 타격 때문에 계속이 안 되는―원통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나 그보다도 공부한 것이 없거나 정열과 정력이 부족한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닐는지 ...
    작품을 쓴다는 것은 생리적 현상에 불과하다. 쓰지 않고는 못 배겨 토해내는 것이며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 아닐까? 작품을 쓰는 데는 가족계획이란 해당도 되지 않는다. 작품은 꾸준히 쓰는 동안에―잘못해서 걸작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가족계획이니, 불감증, 불임증이니 하는 말은 흔히 산부인과 의사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말처럼 생각되기 쉬우나 나는 작품을 계속 잉태하고 있고 진통을 겪어 해산하는 등―도시 가족계획이란 것을 생각해 본 일조차 없는 몸이니만큼 특히 후진들을 지도함에 있어서도 혹시나 그들에게 불감증, 불임증의 병세가 있지나 않나 해서 근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며 적어도 작곡에 있어서는 아예 가족계획 같은 것은 해당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는 동시에 그들의 조산부 또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주고 있으며 한편 나 자신도 그들에 못지 않는 우량아를 낳기 위해 다방에서 매일 음악일기장에 테마를 적고 거리를 다니면서 테마를 발전시키며 밤 늦도록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 1967.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