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네 가지 충고

나  운  영

   봄이 찾아 왔다. 벌써부터 대학 문전에 격문(檄文)이 나붙어 있다. 「왕중왕」이니「인정 사정 볼 것 없다.」,「어머니 안심하소서.」등등 별별 플래카드가 다 걸려 있다. 나는 이런 격문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로 느껴지는 점이 있다. 「입학전쟁」이란 말이 있듯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중,고등,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이 전쟁을 겪어내야만 하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학교 아닌 영수학원에 다니느라고 밤낮으로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교육이 무엇인가? 또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중, 고등, 교육이 정말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중, 고등학교가 있는가? 대체 중, 고등 교육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나는 신입생들에게 축사 대신에 네 가지 충고를 할 때가 많다.
   첫째로 「개근 낙제생」이 되지 말라.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는데 낙제하는 학생이 있다. 이는 분명히 자기에게는 영혼과 육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는 노릇일지 모르나 이런 학생을 나는 천재라고 불러 주지 않을 수 없다. 개근하면서 낙제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뒤로 돌아 일등을 하는 학생도 천재라고 생각된다. 힘들여 입학한 바에는 열심히 공부하여 남들에게 그리 뒤지지는 않아야 될 것이 아닌가? 개근하면서까지 희생적으로 낙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학교라 할지라도 개근낙제생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런 천재에게는 학교교육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둘째로 「장학금을 면제 받을 각오를 하지 말라.」
   학교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많은 장학금을 주고 있다. 물론 공짜로 공부한다는 것이 학교 당국에 대해 미안한 느낌이 들지 모르나 주기로 마련된 것이라면 남에게 양보할 것 없이 악착같이 받아야 한다. 선한 싸움에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시험 때에 남을 위해서 시험 공부를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남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서 고의로 자기 성적을 떨어뜨리려는 성자(聖者)(?)가 있을까?

   셋째로 「졸업장이란 등록금 영수증에 불과한 것이다.」
   졸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실력이 있느냐가 문제이다. 대학 졸업장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실력이 없으면 대학 졸업장을 열개 가진들 무엇하랴? 졸업장이나 이력서, 학위가 문제가 아니라 이 민족, 국가, 사회가 요구하는―한 분야에 있어서의 참된 일군이 절실히 요망되는 이때에 소위 간판만이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넷째로 「책을 사랑하라.」
   책난봉이란 말이 있다. 책을 많이 사들이는 것을 난봉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난봉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사서 읽고, 모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교과서와 참고서, 입시 문제집만 의지하고 학교에 다니는 어리석은 학생이 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교양을 높이고 또한 넓혀야 한다. 좋은 책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하며, 모아 두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좋은 친구 중에서 가장 다정한 친구는 책이며, 스승 중에서 언제든지 가까이 모실 수 있는 스승은 책밖에 없다고 믿는다.

< 1967. 3. 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