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전공을 잘 택하라

나  운  영

   음악을 지망하는 모교의 후진들에게 나는 다음의 다섯 가지 충고를 주고 싶다.
   첫째로 음악은 남자가 해야 한다. 오늘날 음악대학 재학생 가운데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여학생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졸업한 뒤에 끝까지 음악을 계속하지도 않을 여학생 때문에 남학생들이 크게 피해를 받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끝까지 계속하려는 남학생들은 입학하기가 어려우니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을까? 그야 입학시험 때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우수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대체로 가정에서 부모님이 딸에게는 소질이 없어도 강제로 음악을 가르치지만 아들에게는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음악을 가르치지 않으려 드는 때문에 실력에 있어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하여 훨씬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혹시 여성들이 들으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를 제외하고 이 밖의 모든 분야 즉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우트, 오보, 클라리넷, 트럼펫, 호온, 트롬본 등 모든 기악과 특히 작곡은 남성들이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하여 얕은 재주가 있긴 하나 지속성(持續性)이 너무도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졸업, 결혼, 가정생활 등에 있어서 외적 지배를 강하게 받아 중도에 그만두게 마련이다. 그러나 남성은 일단 음악을 직업으로 택했을 땐 잘하나 못하나 일생 동안 이를 계속해야 되므로 원칙적으로 음악은 남자들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세계 음악사를 들추어 볼 때 성악가를 제외하고 과연 세계적인 여류 음악가가 몇명이나 됐었던가? 기악, 작곡을 통틀어서 아마 다섯 손가락을 꼽기 어려우리라. 따라서 대통령이나 정치가 꿈들만 꾸지 말고 음악을 지망하는 후진이 우리 모교에서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로 음악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해야 한다. 하기야 무엇이든 머리가 좋은 사람이 해야 할 것이지만 과거와 현재에 있어서 웬일인지 머리가 나쁜 사람이나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음악을 택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왜냐하면 음악은 목이나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머리와 예술적인 머리가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의 경우에 있어서 새까만, 복잡한 악보를 완전히 따로 외워야 한다. 이것은 보통 머리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영어, 수학을 못하는 사람, 학교 성적이 나쁜 사람은 아예 음악을 지망하지 말아 주기를 바란다.
   셋째로 음악은 부지런하고, 인내력이 있고, 건강한 학생이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경우에 있어서 매일 적어도 7,8시간씩 연습을 해야 하니 게으른 사람, 몸이 약한 사람이 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학문 중에서 의학이 가장 힘든다고 하지만 그보다도 몇배, 몇십배 더 힘든 것이 음악이다. 왜냐하면 의학은 10년 공부하면 학위도 따고 개업을 할 수 있지만 음악은 대학을 나오고 7, 80세가 될 때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매일 7,8시간을 연습하지 않으면 당장에 퇴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은 기술연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석, 표현을 잘 해야 한다. 연주의 경우에 있어서 아무리 손가락이 잘 논다 하더라도 그 연주에 맛이 없으면 연주가가 될 수 없다. 「예술은 기술이 끝난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생각할수록 완벽한 기술을 닦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기술을 닦기 위해서는 피눈물 나는 공부를 아니 고행을 각오해야 한다. 음악을 취미로 택하는 것은 행복스럽지만 전공으로 택하는 것은 괴로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넷째로 전공을 잘 택해야 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피아노나 오르간, 바이올린이 없어 학교의 관악기를 빌려서 연습을 하게 되고 관악기가 불기 힘들기 때문에 기악을 단념하고 성악을 택하는데 그나마도 목소리가 나쁜 사람들은 할 것이 없으니 작곡을 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니 이것은 웃지 못할 넌센스이다. 전공 선택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 무조건 피아노를 배우고 피아노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 전공을 택하게 한다. 그리하여 일단 전공을 택했으면 죽을 때까지 이 하나를 가지고 씨름을 한다. 만약에 중도에 전공을 바꾼다면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다섯째로 음악가는 윤리 도덕적으로 절대로 그릇된 행실을 해서는 안된다. 원만한 인격자가 되어야만 훌륭한 연주나 작곡을 할 수 있다. 신문의 3면기사 감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 아닌가? 음악활동이 곧 인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유달리 음악적 전통이 없는 우리 모교의 후진들에게 진정으로 나는 다섯 가지의 충고를 주는 동시에 굳은 각오 아래 음악을 지망하는 계우(桂友)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 1967. 桂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