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사랑의 고백

나  운  영

나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나는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된 것은 작년 7월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연구비를 받고 꿈에도 그리던 이 고장에 와서 성산포, 온평리, 오조리, 성읍 등지를 답사하여 제주도 민요를 녹음, 수집했었던 것입니다. 이 첫번째 여행을 통해서 나는 삼다(三多)를 내 나름대로 가다(歌多), 교다(校多), 비다(碑多)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특히 노래가 많은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노래로 사는 우리나라 제일―아니 우리나라 유일의 음악인구를 많이 가진 고장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나는 이때의 부산물(副産物)로서 교향곡 제6번 <탐라>를 작곡, 발표했던 것입니다.
나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의 두번째 여행은 금년 5월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인솔하고 이 고장을 찾아와서 마음껏 관광을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두번째 여행을 통해서 역시 이 고장이 우리나라 제일―아니 우리나라 유일의 관광지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특히 버스로 일주도로를 달리면서 그 많은 학교들이 재일교포의 희사(喜捨)로 말미암아 계속 증축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나는 제주도를 사랑하렵니다
    이번은 나의 세번째 여행이 됩니다. 다시 연구비를 받아 애월, 납읍, 곽지, 귀덕 등지를 답사하여 제주도 민요를 녹음,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번째 여행을 통해서 불행하게도 제주도는 우리나라 제일―아니 우리나라 유일의 비석과 무덤이 많은 고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불모지(?)와도 다름없는 돌이 깔린 밭 가운데에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무덤과 이 무덤들을 둘러싼 돌담을 볼 때 이런 무덤을 공동묘지에 이장시켜 한 치의 땅이라도 밭을 더 갈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주도는 나의 「마음의 고향」이며 나의 「제 2의 고향」입니다. 나는 제주도 민요를 학술적으로 분석, 연구함으로서 육지의 민요와의 관계, 일본음악과의 관계 등을 철저히 가려내야겠습니다. 나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편단심 사랑하렵니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사랑의 고백이 아닌가 합니다.

 < 1967. 8. 21. 제남(濟南)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