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2 '독백과 대화'
 

가정교육에 대하여

나  운  영

   '인격이 없다','교양이 없다'는 말보다 '가문이 나쁘다', '가정교육이 나쁘다'는 말을 나는 가장 모욕적인 언사라고 생각한다. 최고 학부를 우등으로 졸업했으나 인격이 모자라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다. 반대로 학교 문전에도 가 본 일이 없지만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있다. 이것은 가정교육을 잘 받은 탓이다. 물론 학교교육, 사회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에 있어서 항상 그 바탕이 되는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베토벤은 별로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집에서 10년간이나 기거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가정교육을 받게 된 것이 그로 하여금 대성케 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나는 일곱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비교적 철저한 가정교육을 받아온 셈이다. 남을 욕하지 말 것, 조용조용히 다닐 것, 음성을 높이지 말 것, 싸움을 하지 말 것,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정복(正服), 정모(正帽)를 할 것, 술 담배를 멀리 할 것, 극장에 가지 말 것, 소설책을 읽지 말 것, 무슨 일이 있든지 외박을 하지 말 것 등등 ... 이 모든 계명(?)에 대하여 나는 반항은커녕 그야말로 「이유없는 복종」을 하며 자랐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것은 예의,윤리,도덕 등 도의(道義)교육에 너무도 치중된 느낌이 없지 않다.
   가정교육에는 이 「도의교육」 이외에도 「종교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베토벤이 모든 인생고를 초월하게 된 것은 그가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이며 그가 불멸의 작품 ― <제9교향곡>과 <현악4중주곡>(작품 135번) ― 을 남기게 된 것도 종교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나는 어린 시절에 종교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그러나 나는 항상 어머님의 무섭고도 인자하신 모습을 잊을 수 없으며 생전에 효도 못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세 자녀를 거느리고 있는 나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의교육」, 「종교교육」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술교육」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려면 ― 아니 인생의 참다운 맛과 멋을 알려면 예술을 이해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가정주간」을 맞이하여 나는 가정교육으로서의 「도의」,「종교」,「예술」 교육을 여러분에게 권해 드리고 싶다.

 < 1963. 5. 8.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