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한국 민속음악의 과제

나  운  영

   민속음악을 논하기 전에 국악의 분류에 대해서 정리를 해 놓을 필요가 있다. 즉 국악의 분류는 학자에 따라 모두 다르나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첫째로 아악-당악-향악-민속악(속악)이고, 둘째로 아악-당악-향악인데 이 때에는 향악 속에 민속악을 포함시킨 것이고, 셋째로 아악-민속악인데 이 때에는 아악 속에 당악,향악을 포함시킨 것이고, 넷째로 정악-민속악-종교음악인데 이 때의 정악이란 아악 중에서 연례악,가곡,가사,시조,대취타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 네가지 분류법에 있어서 나는 셋째 방법이 가장 민속악의 개념을 파악하는데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1. 민속음악의 정의
   주로 양반이나 지식층의 음악이던 아악(당악,향악이 포함되어 있음)에 대한 서민층,대중에 뿌리 박은 음악으로서 판소리,단가,잡가,민요,무가(巫歌)등 성악곡과 산조,시나위,농악 등 기악곡을 말한다.
   이 중에서 보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은 판소리,산조이고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은 단가,잡가,시나위,농악이라 할 수 있으며 민속음악의 바탕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민요이다.

2. 민요의 분류
   민요의 분류법에 세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경기민요(경기도,충청도,강원도 민요를 포함함)-남도민요(경상도,전라도 민요를 포함함)-제주도 민요의 세가지로 분류하는 법이요, 둘째는 경기도,충청도,강원도,황해도,평안도,함경도,경상도,전라도,제주도의 아홉가지로 분류하는 법이요, 셋째는 육지부 민요(소위 팔도민요 전부를 포함함)-제주도 민요의 두 가지로 분류하는 법이다. 여기에 있어서 셋째 분류법은 나 자신의 주장이니 제주도 민요가 육지부 민요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나 둘째 분류법에 있어서 모두 제주도 민요가 제외된 재래식의 것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3.민속음악의 녹음 모집
   민속음악은 지금까지 비교적 많이 수집되어 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주로 국문학자들에 의해서 가사만이 수집대상이 되어 왔던 것이다. 무릇 성악곡은 먼저 가사가 있고 이 가사에 의해서 곡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어디까지나 가사와 곡을 한데 붙여서 생각해야 될 것이 아닌가? 따라서 가사만을 떼어 연구해온 국문학자나,곡만을 떼어 연구하려 드는 음악이론가나 모두가 잘못된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국문학자들이 과거에 가사만을 수집해온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짐작된다. 즉 곡을 채보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녹음기가 발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민요를 잘 부르는 사람을 산중 고옥으로 찾아가면 전기가 안들어 오니 전지식 녹음기가 없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내가 1966년 우리 대학원 연구비를 받아 제주도민요 녹음 수집여행을 떠날 때 비로소 이 전지식 녹음기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국문학자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한편 제주도 민요가 소외된 감마저 느끼게 된 것은 지역적으로 너무나 멀고 배를 타고 10여시간을 가야하는 불편과 괴로움 때문에 육지부 사람들로서는 감히 손도 못대었던 까닭이 아닐까 생각되니 요즈음처럼 55분에 제주도에 갈 수 있는 우리들로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4. 민속음악의 채보
   녹음 수집해 놓은 테이프를 부분적으로 되풀이해서 들어가며 오선보에 옮긴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민속음악은 대체로 악보없이 구전(口傳)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각양각색이며 부정확하다. 따라서 한 사람이 노래한 것을 여러차례 들어보아야 제대로 해득할 수가 있다. 이 때에 좁은 식견과 그릇된 판단으로 가령 반음을 온음으로 고쳐 버린다든가 장식음을 모두 줄거리음인양 무조건 복잡하고도 세밀하게 채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양악인이 채보해 놓은 것 중에는 이런 오류를 범한 예가 많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채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줄로 생각된다.

5. 민속음악의 작곡학적 분석 연구
   민속음악을 일단 채보한 다음에는 이를 작곡학적으로 분석 연구해서 첫째로 멜로디의 원형을 찾아내야 하고 둘째로 형식,리듬(자유리듬형과 고정리듬형),멜로디(구성음과 음계 또한 종지음과 음조직)등을 밝혀내야 한다. 나는 이미 연세 논총 제9집에서 '제주도 민요의 작곡학적 연구(1)-음악구조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2년 전에 발표한 일이 있는데 이 작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6. 민속음악의 비교음악학적 연구
   민속음악이란 그 자체의 연구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즉 다른 나라의 민속음악과 비교 연구해야 비로소 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 민요를 놓고 생각해 볼 때 제주도 민요는 몽고의 영향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일본의 영향이 보인다.
   그러나 지리적으로는 오끼나와와 가까우면서도 나로서는 아직까지도 오끼나와의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점등을 생각해볼 때 매우 흥미가 있으며 더욱이 '성읍'이나 '대정읍'에서 불리어지는 민요 가운데는 순수한 제주도 민요가 아니라 육지부에서 건너온 민요가 많은 점을 볼 때 역시 비교음악학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7. 민속음악과 무용,종교와의 관계
   무릇 민속음악이란 그 하나만을 떼어 놓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즉 민속음악이란 첫째로 춤과 관계가 있고 둘째로 종교와 관계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춤을 보면 그 나라의 민속음악을 짐작할 수 있으며 특히 무가(巫歌)나 범패 염불 등을 들어보면 그 종교의 배경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 국문학자들이 민요에 있어서 가사와 곡을 분리시켜 가사만을 수집 연구한 것이 잘못된 방법인 것처럼 민속음악을 춤과 종교와 분리시켜 음악만을 녹음,수집,채보,연구하는 오류를 또한 범해서는 안되겠다.

8. 민속음악과 악기와의 관계
   어느 나라나 민속악기가 있다. 민속음악은 악기와 더불어 자라 왔고 민속악기 또한 음악과 더불어 자라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민속음악과 민속악기를 분리시켜서는 안될 말이다. 이제 제주도 민요를 놓고 예를 들어본다면 제주도 민요는 거의 모두가 노동요이기 때문에 악기가 필요없다. 그러나 유일무이한 악기(?)로 허벅이 있다. 즉 물을 담아 나르는 항아리를 두드리며 소위 허벅장단을 치는 모습을 볼 때 적어도 제주도 민요만은 허벅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 성립된다.

9.민속음악과 기후.풍토와의 관계
   민속음악이란 그 나라의 기후풍토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육자백이>를 들을 때 전라도 사람의 기질을 짐작할 수 있고 <수심가>를 들을 때 평안도 사람의 기질을 알 수 있는 것만 보아도 민속음악과 기후풍토와의 깊은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10. 민속음악의 소재 발굴 및 발견
   민속음악의 작곡학적 분석 연구와 비교음악학적 연구를 비롯하여 민속음악과 춤,종교,악기,기후,풍토와의 관계의 연구를 통해서 그 소재를 발굴한 다음에는 이를 발전시켜서 국제성을 띄운 한국민족음악을 창조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미 1958년에 '방언과 방언'이란 글을 통해서 '민속음악은 향토음악을 말하는 것이고 민족음악은 국제성을 띤 예술음악을 말한다. 이제 음악의 지방성과 국제성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지방성이란 민속음악을 두고 하는 말이요,국제성이란 민족음악을 두고 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즉 민속음악 그 자체만을 연구하는데 그치는 일보다 더욱 귀중한 것은 이 소재가 창작하는데 많이 활용되어야만 비로소 큰 가치가 발휘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생긴 한국민속음악박물관이 한국민속음악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1973.10.22 연세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