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국악과 현대음악

나  운  영

1. 국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편견
   국악과 현대음악은 웬일인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국악이란 말에서는 고대음악 내지 고전음악에 국한된 느낌을 주고 현대음악이란 말에서는 양악에 국한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릇된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즉 국악이 현대적이어서 안된다는 법이 없고 또한 현대음악이 국악풍이어서 안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악,국악 또는 낭만음악을 포함한 고전음악.재즈를 포함한 현대음악으로 엄격하게 구분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런데서 뜻하지 않은 오해와 편견과 마찰이 생겨진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이 굳어지기 까지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로 우리나라 각급학교에서 양악 위주의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국악이 옛 것을 보존하는데만 급급해서 별로 창작다운 창작이 없었던 때문이고 세째로는 국악이 템포가 너무도 느리고 곡 자체가 너무나도 길고 변화가 적어서 마치 시대감각을 아예 외면한 듯한 감마저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악이 새로워질 수만 있다면 국악과 현대음악 사이의 높은 담이 자연히 무너질 수 있으리라.

2. 국악의 현대화에 대하여
  과연 국악은 누가 현대화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국악인에게 맡겨도 좋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양악인이 맡아야 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양악에 조예가 깊은 국악인이 맡아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국악의 맛과 멋을 잘 아는 양악인에게 맡겨져야만 할 것인가? 국악의 현대화 작업은 마땅히 국악을 이해하는 양악인이 솔선해서 착수해야 된다고 나는 단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양악에 있어서의 악전 또는 통론 정도의 지식만을 가지고 마치 양악에 통달이나 한 듯이 생각하고 있는 국악인이 어찌 국악의 현대화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악의 전고전.고전.낭만.근대.현대의 작곡기법을 체득한 다음에 양악과 국악이 다른 점을 발견하여 현대적인 국악을 창조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화하는 문제,대위법적으로 처리하는 문제,연주법의 개발문제,악기의 개량.개조의 문제를 비롯하여 양악의 작곡학(화성학,대위법,악식론,관현악법,작곡법)을 이수한 사람이 아니고는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창악회 주최로 <동서음악의 교류 및 관계>의 심포지움이 열렸었는데 이혜구 교수는 동양 음악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컨대 서양음악이 전통적인 조성을 사용하고 동양음악이 복음을 쓰지 않고 복잡한 리듬과 미분 음정의 선율만을 쓰는 한, 이 양자는 동서는 구별되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동서음악이 피차의 전통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여 가는 마당에서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상대편에서 찾게 되어 교류를 불가피하게 하고 또 앞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교류를 가진 음악은 국악이니 양악이니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은 작곡자 개인의 창작이라고 밖에  생각합니다.
  흔히 국악기를 사용한 신작을 -그게 무슨 국악이냐고-비난하는 소리를 듣지만 그것은 창작품인 이상 기존의 국악이 아님은 명백하기 때문에 그 비난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언하면 동서음악이 다같이 자기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피차의 기법과 재료를 유용하면 대체로 국제성을 띠게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순애 교수는 서양음악면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동서음악 교류의 의미를 서로 이질적인 음악의 내용과 형식을 결부시키는 것이라고는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음악교류는 지배나 추종의 형식이 아닌 상로인정과 보충의 병립관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위법과 화성법으로 집약되는 서양음악의 구조와 멜로디.리듬으로 전개되는 동양음악의 구조가 상호보완작용을 할 때 동서음악의 교류에 의한 새로운 창작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국악이 현대 서양 작곡가들이 지향하는 여러 음악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작곡가들도 국악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러나 음악의 재료를 잘 안다는 것이 좋은 창작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작곡가는 한국이라는 지역적 폐쇄성으로부터 탈피하여 창작의 단어를 늘리는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두 교수는 동서음악의 교류가 이루어져야겠고 국악이 현대화되어야겠다는 점을 강도하고 있다. 그리고 보면 국악이니 현대음악이니 구별 지어 생각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3. 현대음악과 신고전음악과의 관계
  우선 나는 음악의 시대적 양식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1. 고대적 양식...기원전까지의 원시민족.고대문화민족.고대 그리스.고대 로마의 단선적인 민속음악양식
  2. 로마네스크 양식...대체로 7세기부터 9세기까지 로마를 중심으로 발달한 단선적인 교회음악양식
  3. 고딕 양식...대체로 10세기부터 15세기까지 네덜란드와 로마를 중심으로 발달한 다성적인 교회음악양식과 민중음악가들에 의한 단선적인 세속음악양식
  4. 르네상스 양식...대체로 16세기 전반에 걸쳐 문예부흥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단선적 음악양식
  5. 바로크 양식...대체로 17세기 전반에 걸쳐 이태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화성적 단선음악양식과 대체로 18세기 전기에 독일을 중심으로 발달한 대위법적 다성음악양식
  6. 로코코 양식...대체로 18세기 중기에 불란서를 중심으로 발달한 세속적인 화성적 단선음악양식
  7. 클래식 양식...대체로 18세기 후기에 주로 비엔나를 중심으로 발달한 화성적 단선음악양식
  8.로맨틱 양식...대체로 19세기 전반에 걸쳐 주로 독일,이태리,불란서,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발달한 음악양식
  9. 모던 양식...20세기 전기에 주로 불란서,독일,러시아,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음악양식
 10. 컨템포라리 양식...20세기 후기에 주로 불란서,독일,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음악양식
  이를 좀더 쉽게 설명한다면 흔히 고대적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과 바로크양식과 로코코양식을 통털어서 말할 때 전고전음악이라 하고 모던양식과 컨템포러리 양식을 통털어서 말할 때 현대음악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현대음악과 전고전음악은 상통되는 점이 많다. 즉 현대음악 중에는 전고전음악의 정신이나 수법을 받아들여 그것을 현대화한 것도 많다.
  음악양식이란 지구처럼 둥글고 돌고 도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현대음악과 전고전음악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양식 중에는 신고전주의 음악들이 있는데 이는 스트라빈스키가 1927년에 제창한 것으로서 <Back to BACH>를 의미한다.
  한편 컨템포라리 양식 중에는 12음음악이 있는데 이는 쉔베르그가 1924년에 창안한 것으로서 16세기 대위법에서 나오는 전위법.역행법.전위역행법을 서로 동시에 결합시키거나 모방법,확대법,축소법 등등의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음악과 전고전음악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줄로 안다. 요컨대 현대음악이 과거의 전통을 철저히 파괴하고 그 돌파구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아간 곳이 전고전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국악의 분류
  국악 중에서도 아악.당악은 서양의 전고전음악보다 훨씬 앞선 음악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국악의 분류를 간단히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1. 아악...중국의 주시대와 그 이전의 음악이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예종 때에 전해 들어온 것으로서 문묘악이 가장 좋은 예이다.
  2. 당악...당나라 이후 송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이며 중국의 속악의 통칭으로서 보허자,낙양춘 등이 가장 좋은 예이다.
  3. 향악...삼국시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으로서 백제의 정읍,고려조의 가곡,이조의 여민락,영산회상 등이 가장 좋은 예이다.
  4. 속악...가사.시조.가야금 산조.거문고 산조.농악.창악(판소리).민요.잡가 등등을 말한다. 이를 악곡을 통해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1. 문묘악...공자님을 제사하는 문묘 즉 오늘날의 성균관에서 쓰는 제전아긍로서 우리나라에서 쓰는 제향음악은 고려 제16대 예종(1106~1122) 때에 송나라에서 들어온 곡이다.
  2. 보허자...일명 장춘불로지곡이라고도 하는데  고려 때 들어온 송의 사악(詞樂)계통의 음악으로서 이조 세조(1455~1468) 때 개작되어 황세자의 행차나 궁중의 연례 및 무용 반주곡으로 많이 연주되어온 전3곡의 장중한 관악곡이다.
  3. 낙양춘...보허자와 함께 송의 사악(詞樂) 계통의 음악으로서 영조(1724~1776) 때의 속악원보에 전해오며 주로 문초전의 참신 4배례와 가례의 식전에 연주되었던 관악곡(예전에는 현악곡이었었다)
  4. 정읍...일명 수제천이라고도 하는데 약1300년 전 신라시대에 작곡되었다고도 하며 궁중 연례 및 무용 반주곡으로 연주되어오는 전4장의 관악곡이다.
  5. 가곡...일명 만년장탄지곡이라고도 하는데 시조시를 담아 부르며 5장 형식으로 된 관현악 반주의 예술가곡이다.
  6. 여민락...일명 승평만세지곡 또는 오운개서조라고도 하는데 본래는 세종 27년에 대왕의 명으로 정인지 등이 지어 올린 용비어천가 125장 가운데서 수장,2,3,4장 ,졸장을 얹어 노래부르던 곡조이나 오늘날은 관현악으로 연주된다.
  7. 영산회상...관악기를 위한 영산회상을 일명 관악영산회상 또는 표정만방지곡이라고도 하는데 8악장으로 되어있고 무용 반주곡으로서 특출하다.
  8. 가사...가사체의 장가(長歌)를 향토적인 선율로 노래하는 수장한 음악으로서 대체로 이조 중종(1506~1544)이후 선조(1588~1608) 사이에 무르익었다.
  9. 시조...시조시를 담아 부르며 3장형식으로 된 곡이다.
 10. 산조...남도지방을 중심하여 발달한 민속적 기악곡으로서 진양조,중모리,자진모리의 3악장 형식으로 되었으며 가야금 산조는 1880년 김창조가 처음으로 연주했으며 거문고 산조는 1910년 백낙준이 처음으로 연주했다.
 11. 농악...농사 작업할 때나 부락의 제사(당산제,기우제 등)때에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다.
 12. 창악...판소리로서 광대가 부채를 들고 서서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먼저 목을 풀기 위해 단가를 부른 다음에 춘향가와 같은 긴 이야기를 높고 낮은 소리,아니리.광대의 형용.동작을 뜻하는 발림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5. 민족음악 수립의 당면문제
  민족음악의 수립은 먼저 그 나라의 문화적 유산의 올바른 계승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민족음악 발달사를 들추어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자기나라의 고전인 속악을 수집,연구한 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러시아의 발라키레프, 헝가리의 바르토크,코다이, 체코의 스메타나, 브라질의 빌라 로보스, 멕시코의 샤베스 등이 곧 그들이다. 특히 18세기까지 음악열등국이었던 러시아가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조직된 5인조로 말미암아 일약 세계적인 음악국이 된 것을 볼 때 속악의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속악이 흔히 주석에서 불리워질뿐 천대를 받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의 속악에는 가사.시조.가야금 산조,거문고 산조.창악.민요.잡가.농악.시나위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농악장단은 스트라빈스키도 따를 수 없을만치 독특한 것이며 창악은 훌륭한 오페라이다. 또 민요만 하더라도 경기.서도.남도 등 제각기 지방색이 잘 표현되어 있고 더욱이 제주도민요는 너무도 특이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속악을 철저하게 연구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민족음악은 속악 만으로 창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궁중악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려조의 가곡 이조의 여민락과 영산회상 등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고유의 궁중음악이다.
  또 이밖에 우리는 외래음악을 섭취해야할 것이다. 즉 아악과 당악이 중국에서 들어온 뒤로 우리 국악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악 중의 문묘악,당악 중의 보허자,낙양춘,미환입 등을 또한 탐구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의 고유음악인 향악,속악과 외래음악인 중국의 아악,당악-그리고 구미의 현대음악-이 세가지 요소를 어떻게 섭취해서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우리 민족음악을 수립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대체로 구전에 의해 계승되어오는 우리 고전은 명인의 서거와 함께 그 자취가 없어져만 간다. 우리는 고적을 보존하는데만 힘쓸 것이 아니라 국악을 보전하는데도 착안햬야 할 것이 아닌가? 구미의 현대음악이 자기나라의 고대음악과 특히 민요의 발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7년 전부터 '제주도민요의 작곡학적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무진장으로 많은 민요를 보다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제주도 용수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민속음악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끝으로 대개 종합대학에는 음악대학이 있다. 그중에서도 연세대학교나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음악대학 안에 종교음악과가 있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음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성균관 대학교에도 문묘악을 포함한 아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유교음악과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물론 국립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나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등에도 국악과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이런 기관에서는 아악.당악.향악.속악을 종합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유교음악과가 하루 속히 신설되어 마땅하다고 본다.
  국악의 근본은 아악에 있다. 그러므로 유교음악과의 신설이 곧 국악의 중흥을 위하여 뿐만 아니라 한걸음 나아가서 국악의 현대화.세계성을 띤 한국적 현대음악의 창조를 위한 것이 된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는 바이다. 본래 아악이 중국에서 들어왔으나 오늘날 중국에서는 보존되어있지 못하고 한편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아악이 일본으로 건너가긴 했으나 일본식으로 변질되어 버린 마당에 본래의 형태대로 보존되어 있는 우리의 아악을 계속 보존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일에 성균관대학교가 앞장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연성음악.불확정성음악.행동음악.성음악.전위음악 등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온 세계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길은 오직 아악을 통한 동양음악의 부흥운동 뿐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철학이 없는 서양 현대음악.해프닝 쇼를 방불케하는 전위(前僞)음악 아닌 전위(全僞)음악, 종교음악마저 세속화되고 추락화 되어가는 이 세대에 있어서 깊은 동양사상에 뿌리를 박은 한국적인 현대음악을 창조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윤이상씨야말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겠다. 미래음악은 아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973. 5.19 성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