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국제 현대음악제와 현대음악 포룸에 참석하고

나  운  영

   지난해 3월에 나는 Concert Choir를 이끌고 Osaka에 갔었다. 그 때에 우연히도 작곡가 마쯔시다  신이치에게 나의 <교향곡 제 9번>의 스코어를 보여 주었더니 한참동안 검토한 끝에 "이거 올 가을에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는 해마다 국제 현대음악제가 Osaka에서 열리는데 금년이 9회째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동기가 되어 드디어 10월 13일 나는 국제 현대음악제에 참석하는 일로 다시 일본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 배웠다.
   먼저 국제 현대음악제는 10월 19일, 20일 양일에 걸쳐 오사카에서 열렸는데 첫날은 관현악의 밤으로서 일본의 도꾸낭아히데노리 작곡  <Orchestra를 위한 신탁스>,  이태리의 달라피콜라 작곡  <타르티니아나>, <Violin과 Orchestra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체코의 쿠챠라 작곡  <Piano와 Orchestra를 위한 영상> 그리고 한국의 나의  <교향곡 제 9번>이 연주되었다.  연주에는 관현악에 오사카 필하모니 교향악단, 지휘에는 아사히나다까시, 사또오고오따로였다.
  둘째날은 실내악의 밤으로서 독일의 슈토크하우젠 작곡  <콘트라풍크테 제 1번>,  폴란드의 크렌쯔 작곡의 <Concertino>,  일본의 마쯔시다신이치 작곡의 <8인의 주자를 위한 실내 Composition>, 독일의 훔멜 작곡  <목관 5중주곡>,  일본의 미요시노보루 작곡의  <현악 4중주곡 제 2번>이 연주되었다.  연주에는 역시 오사카 필하모니 교향악단이었다.

   나는 이 국제음악제에 관해서 세가지 느낀 점이 있다. 첫째는 그들의 연주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점이다. 즉 아무리 힘든 곡이라도 책임지고 성의껏 연주하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조금도 곡조을 탓하지 않고 각기 집에서 연습을 해가지고 와서 작곡자의 요구대로 성의껏 연주할 뿐만 아니라 작곡자를 존경하고, 작품을 존중하는 그 태도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둘째로 그들의 작품이 각각 개성적이어서 정신없이 남의 나라의 유행을 뒤따르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즉 소위 전위니 음렬기법이니 톤클라스터 등등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어떤 수법을 쓰든 간에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음악성이 높은 자기 민족의 음악, 자기 나라의 음악, 자기의 음악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대음악이 이제는 실험단계에서 한 걸음 벗어나 위대한 창조를 향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셋째로 청중의 진지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교적 적지 않은 청중이었으나 연주가와 더불어 새로운 음악을 재 창조한다는 그 참여의식을 나는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Tokyo에서 현대음악 포룸(강연+음악회+심포지움)은 10월 4일부터 11월 27일 사이에 23회에 걸쳐 개최되었는데 나는 '일본의 전통악기와 현대음악'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전위작곡가인 이시이마끼의 강연에 이어 , 유아사조오지, 미끼미네루, 마미야요시오,이리노요시로가 각각 5분동안 들려준 자기 음악에 대해서 창작 의도라든가 수법에 대해 얘기할 뿐만 아니라 서로 자기의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하나의 공동과제를 놓고 모색에 모색을 거듭하는 것을 보았다.
   특히 그들은 일본의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와의 합주에 있어서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 해야겠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의를 했고 끝으로 청중들의 질문에 응답을 하곤 했다.
   국제 현대음악제와 현대음악포룸에 참석하고 더욱 뼈저리게 느낀 것은 그들은 작곡가가 위촉을 받고 작곡하면 즉시 공개연주가 되고 악보가 출판되고 레코드가 나와 널리 보급된다는 점과 일본 작곡계는 국제 문화 교류시대에 있어서 이미 수용단계에서 비판단계를 거쳐 창조, 수출단계에 접어든 느낌마저 든다는 점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작곡계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 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연주계의 질적인 수준이 매우 높아져야겠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통감했다. 왜냐하면 같은 '교향곡 제 9번'인데도 우리가 연주한 것보다 그들 오사카 필하모니 교향악단이 연주한 것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이다.
   형식감, 강렬한 인상 -한국의 고(古)악기를 사용한 나운영 <교향곡 제 9번>이 호평을 받게 된 것이 혹시 곡 자체보다도 연주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 볼 때 이와 같은 나의 견해가 틀림이 별로 없을 줄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현대음악 포룸에 있어서의 강연제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뷘 아토날악파
                 2. 쉔베르그의 음렬개념의 전개
                 3. 베르그의 음렬기법의 특징
                 4. 베베른
                 5. 스트라빈스키 추도
                 6. 불레즈의 음렬기법에의 공헌
                 7. 50년대, 60년대 -12음음악, 구체음악, 전자음악, 유연성음악 등
                 8. 슈토크하우젠에 있어서의 기법전개
                 9. 일본의 전통악기와 현대음악
               10. 현대음악의 연주가
               11. 음악미학과 언어학
               12. 밖과 안으로 -슈토크하우젠, 유아사조오지
               13. 오늘날의 일본 악단의 상황
               14. 시각음악 -카겔
               15. 톤 클라스터 -펜데레키, 리게티 등
               16. 테이프음악의 기법
               17. 컴퓨터와 음악
               18. 존 케이지의 예술
               19. 도형악보의 의미
               20. 인터 메디아
               21. 앞으로의 음악 -포스트 콘서트의 방향
               22. 현대음악의 제 문제
               23. <심포지움> Credo -쉔베르그는 바하인가?

  <1972. 음악연세 제 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