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자유(自由)와 자유(姿遊)

나  운  영

    (1) 삼천리 반도 강산 새날은 밝아
         찬란히 솟아 오른 역사의 태양
         새로운 붉은 맥박 힘차게 뛰는
         삼천만 한데 뭉쳐 새집을 짓세
         전 민족의 정의와 진리
         오 건국에 피끓는 이 땅의 젊은아
         조국의 마음아

   8·15 해방 직후에 가장 많이 불리어 졌던 노래 중에 「건국의 노래」(김태오 작사)가 있다. 그 당시 나는 23세 홍안의 청년으로서 중앙여자 전문학교(현 중앙대학교)에 재직 중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물론 이 노래 외에도 「독립행진곡」, 「아침해 고울시고」, 「여명의 노래」, 「농군의 노래」, 「독립의 아침」 등등이 있었으나 유달리 내 노래가 애창된 까닭은 첫째로 가사가 좋았고 들째로 곡이 일본 군가조나 서양 창가조가 아니고 웅장했던 때문일 것이다.
     동포여 일어나라 나라를 위해
     손잡고 백두산에 태극기 날리자

   6.25 사변 중 또한 가장 많이 불리어 졌던 노래 중에 「통일 행진곡」(김광섭 작사)이 있다. 나는 부산 피난 때 단칸방에서 가족들과 기거하면서 이 곡을 작곡했는데 그렇게도 많이 불리어질 줄은 미쳐 몰랐었다. 물론 이 노래 외에도 「승리의 노래」, 「민족의 노래」, 「애국의 노래」, 「낙동강」 등등이 있었으나 유달리 내 노래가 애창된 까닭은 역시 첫째로 가사가 좋았고 둘째로 곡이 보다 민족적이고 박력이 있었던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밖에도 「젊은이의 노래」, 「3· 1의 횃불」, 「손잡고 나가야 할 길」, 「키우자 우리나라」, 「싸우자 세우자」 등등 수 많은 국민가요를 작곡했으나 「건국의 노래」 나 「통일 행진곡」처럼 방방곡곡에 보급된 노래는 없는 듯 싶다. 특히 「통일 행진곡」은 4·19와 5·16때 데모대의 대가(隊歌(?)로도 즐겨 불리어졌는가 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바퀴 뒷바퀴 자동차바퀴'란 가사로 바꿔 불리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어쨌든 무던히도 오랫동안 불리어졌었구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째서 국민가요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을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볼 때 대중가요와 팝송과 CM송이 T.V,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가정에까지 침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중가요 중에는 퇴폐적인 미야꼬부시로 작곡된 일본 색이 짙은 유행가를 비롯하여 저속한 가사로 된 유행가와 영국, 미국풍 비틀즈 노래, 그리고 유행가조로 작곡된 새 국민가요가 쏟아져 나오는 까닭에 애국적이고 건전한 재래의 국민가요가 맥을 못추고 있는 한편 CM송이 더욱 판을 치게 되니 이제는 어린이와 학생들 입에서 국민가요는커녕 창가, 동요마저 불리어지지 않게 된 것은 오히려 당연한(?)일이 아닐까?
   지난번 남북 적십자회담 때 이쪽에서 저쪽 사람들에게 들려준 노래 가운데에는「목포의 눈물」,「동백아가씨」등이 끼어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어찌 된 일인가? 하필이면 일제 때의 유행가인 「목포의 눈물」과 일본 색채가 그 어느 곡보다도 짙은 「동백아가씨」를 그들에게 꼭 들려줘야만 옳은가? 「가고파」도 좋고 「서울의 찬가」도 좋으나 그보다는 남북 적십자회담을 기하여 국민가요를 새로 만들어 온 국민이 부르고 저쪽 사람들에게도 들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는 대대로 이 나라 자손
      예서 내 살과 뼈받고 자랐다
      내 국토 위해서 라면
      물 불 속에라도 뛰어들마
      내 겨레 위해서 라면
      총 칼 앞에라도 달려들마
      자유만이 오직 생명
      어느 뉘도 꺾지 못 하리

   이 노래는 1958년 문교부 위촉으로 작곡한 것인데 작사자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이처럼 피가 끓는 가사도 드물 줄 생각된다. 특히 '자유만이 오직 생명 어느 뉘도 꺾지 못하리' - 이 얼마나 좋은 가사인가? 이제 우리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우리는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항상 외친다. 그러나 우리는 혹시 '자유와 방종', '자유와 무질서', '자유와 퇴폐', '자유와 부패'를 혼동하고 있지나 않을까? '음악(音樂)과 음악(淫樂)'은 다르다. '오락(娛樂)과 오락(誤樂)'은 다르다. 더욱이 '자유(自由)와 자유(恣由)를 잠시라도 분간 못한 대서야  될 말인가?

 1972. 9.  월간 국토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