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슈바이처를 따르라

나  운  영

   육신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 의사라면 영혼의 병을 고치는 사람은 음악가이다. 「약(藥」자와 「악(樂)」자를 비교하여 볼 때 약(藥)자의 모자를 벗겨 버리면 악(樂)자가 된다. 한글로 보면 「약」의 획을 하나 떼어버리면 「악」이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의학과 음악은 너무나 밀접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대학생 중에 의,약 계통의 학생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나라에 있어서 제일 처음으로 관현악단 아닌 교향악단이 조직된 것도 의학도를 중심으로 한 성대교향악단(경성 제국대학 교향악단)이고, 우리나라 양악계의 대 선구자요,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홍난파선생님도 세브란스 의전을 거쳐 나간 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법문 계통보다는 이공계통이 또한 이공계통보다는 의,약계통의 학생들이 음악을 즐긴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요즈음 음악요법이란 말이 가끔 들려오고 있는데 정신 신경계통의 병이나 특히폐병(肺病)에는 음악요법이 특효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의학과 음악의 합작으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을 즐기는 것은 의,약 계통의 학생들의 본능이라고 나는 믿고 있으나 만약에 아직까지도 음악의 진수를 맛보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나는 두 가지 권고를 하고 싶다.

   「첫째, 음악을 편애하지 말라」 고전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 순수음악이든 경음악이든, 성악곡이든 기악곡이든, 종교음악이든 세속음악이든, 양악이든 국악이든 모든 음악을 골고루 즐길 줄 알아야만 폭이 넓은 교양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편식하는 것이 건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편애해선 안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음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고전음악만을 즐기는 나머지 현대음악을 외면해 버리거나 순수음악을 존중하는 나머지  째즈를 절대 배격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다. 이런 사람은 성격상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둘째, 음악을 듣는데 식중독을 일으키지 말라」 음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저속한 음악, 퇴폐적인 음악, 음란한 음악, 유치한 음악 등이 있다. 요즈음 판을 치고 있는 대중가요, 왜색 유행가,  히피족들이 즐기는 광적인 음악 등으로 말미암아 식중독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다. 이와같이 독소를 품고 있는 음악(音惡)은 사람을 타락의 길로 인도하고 말 것이니 이런 것들로 말미암은 공해를 이 땅에서 몰아내야겠다. 즉 「정신위생상 해로운 음악」을 마구 듣다가는 식중독을 일으키게 마련이니 영양소가 담뿍 들어있는 음악을 들어야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의학」과 「음악」이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말과, 음악을 통해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과, 음악을 즐기되 편식, 식중독에 주의하라는 말을 했다.
   끝으로  슈바이쳐를 본받으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주고 싶다. 의학과 음악과 종교의 합작만이 육신의 병과, 영혼의 병을 모조리 고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1972년 6. 27. 성의학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