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교육과 후유증

나  운  영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이 있다. 「쇠뿔을 제멋대로 바로 잡으려다가는 도리어 소를 죽이기 쉽다」는 뜻이다.
   지구상에서 대학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아동 수가 가장 많은 초등학교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무엇에나 세계 제일을 좋아한다는 미국도 이점에 있어서만은 우리보다 못한 것이 분명하니 어찌 우리의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있을손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 볼 때 「우리나라의 교육이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하는 의심마저 생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왜냐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국어, 영어, 수학등 입시위주로 가르치는 까닭에 음악, 미술 등을 포함한 모든 정규과목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교육(矯育)이 아니고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소위 <영수학원>과 별로 다름없는 중. 고등학교를 다니게 마련이니 예술을 모르는 기형적인 인간밖에는 될 수 없지 않은가?

   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면 그 나라의 교육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 유행되고 있는 경박한 노래, 퇴폐적인 노래, 관능적인 노래만을 즐기는 이상아(異常兒)를 만들어낸 그 책임을 과연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실로 교육자(矯育者)아닌 교육자(敎育者)의 사명은 크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별로 음악을 가르치지도 않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레코드업자들은 유행가를 마구 찍어내고, 방송국은 열성적으로 이런 노래를 퍼뜨리고, 주간잡지는 너무나도 섹시한 사진과 기사를 특별취급하고 있으니 윤락위원회(?)라면 또 모르되 우리나라의 각종 윤리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설사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쳤다 해도 사회가 망쳐 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니 한심하기만 하도다.
   살인, 강도질하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잘못 가르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못 배운 것」보다 「잘못 배우는 것」이 더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고르게 - 그리고 바르게 가르쳐야겠다. 흉악범이나 정신병자들 중에는 예술을 이해 못 하는 자가 너무도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음악, 미술 등을 가르침으로써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정상인을 만들어 내야겠다.
   요즈음 예배 때에 비트리듬이나 째즈풍의 성가(性歌)를 부르는 것이 가장 진보적인 교회의 모습인양 일부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모양인데 이것도 과거에 학교에서 음악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데서 오는 - 그야말로 교육(矯育)의 후유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두말할 것없이 교회음악과 사회음악은 달라야 한다.   비트리듬이나 째즈조를 경건한 교회당까지 굳이 끌어들인다는 것은 교회에 대한 모독이요, 교회음악에 대한 모독이요, 또한 교인에 대한 모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교회에서 교회음악을 구해내야 될 때가 왔다.   이런 음악(淫樂)이 교회 안에서 불리어질 때 교회와, 교회음악과, 교인은 타락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교회음악의 현대화와 세속화는 다르다.  하물며 타락화에 있어서랴?

 <1970. 9. 28. 연세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