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제11계명

나  운  영

   『나 외에 다른 신을 위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 등등을 십계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밖에 또하나의 계명이 있으니 즉 주초(酒草: 술이나 담배)에 관한 소위 <제 11계명>이다. 같은 기독교인데 천주교에서는 용납이 되나 개신교에서는 금지되고, 더욱이 외국 개신교인에게는 용납이 되나 우리나라 개신교인에게만은 엄금되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같이 민족차별을 하시는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술이나 담배는 절대로 장려하거나 권할 것은 못되지만 이것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생각은 그 자체가 죄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술이나 담배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절제있게 취한다면 제 11계명이란 말까지는 나돌지 않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침이나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거나 밤늦게까지 마시고 거리에서 갖은 추태를 부린다든가 또는 교회당, 교실, 강당, 극장, 음악회장, 버스 속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이거야 그야말로 야만인은커녕 개, 돼지 이하의 대우를 받아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환경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취한다면 그다지 문제 삼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왜냐하면 필요이상으로 이를 죄악시하는 까닭에 그 반동으로 본의 아닌 새로운 죄를 짓는 결과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소위 주초(酒草) 문제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소견을 피력하고 싶다.
   첫째로 이 문제로 말미암아 개신교 교인이 교회를 중도 퇴학(?) 또는 졸업해 버리게 만들거나 또는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둘째로 소위 11계명에 있어서 제 1계명부터 제 10계명까지는 지키지 않더라도 제 11계명만 지키면 가장 독실한 교인행세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시정되어야겠다.
   셋째로 무조건 술이나 담배를 취하는 것을 단속 정죄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 방법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부작용이 없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술이나 담배는 어디까지나 성인의 것이요 절대로 대학생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만약에 제 11계명이 폐기되기에는 아직도 그 시기가 빠르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제 11계명을 포함해서 모든 계명을 모조리 지키는 신자가 되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1970. 9. 14. 연세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