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어글리 영맨

나  운  영

   문득 신입생 환영회 때의 일이 생각난다. 나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학생들 중에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상당히 있는 줄로 압니다. 즉 공부하기 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다닌다면 무슨 뜻이 있으며 그렇게 해서 4,5년 뒤에 졸업장 아닌 등록금 영수증을 받고 교문을 나서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는 여러분 중에서 평균 1.5 미달로 말미암아 우리학교의 재단이사가 되어주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모두들 장학생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다시말해서 장학금을 면제받는 사람이 되지 말아주기를 부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5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알았던지 쓴 웃음을 짓는 학생들을 본 일이 있었다. 이처럼 나는 신입생들에게 농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것은 그저 농담으로만 웃어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오늘날 대학생들의 상태를 살펴볼 때 아닌게 아니라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문서적은커녕 과목마다 노트도 준비하지 않고 소위 '종합노트' 한 권만 손에 말아 쥐고 학교로, 극장으로, 다방으로, 당구장, 술집으로 몰려 다니는 전위 대학생(?)이나 또는 비틀즈 차림을 하고 비트리듬에 비틀거리고 쏘다니는 사이비 대학생을 볼 때마다 마치 영화 몬도가네를 연상케 된다.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우리는 왜 학교에 다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나?'
  이런 기본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대학을 드나들다가 더 등록금을 낼 의무가 없어지는 동시에 학교에서 내쫓겨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려 해도 일자리가 없어 실업가(實業家)아닌 실업가(失業家)로 결국 고등 룸펜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어 버리니 이쯤 되면 적어도 오늘날에 있어서 대학은 하나의 필요악(?)의 존재라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닐 것만 같다.
  며칠전 히피족의 머리가 잘린 소동이 벌어졌을 때 나는 그야말로 10년 묵은 체증이 하루아침에 떨어진 듯 통쾌하기만 했다.
  보기 싫도록 기른 머리, 불결한 머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식별조차 할 수 없는 머리를 한 - 학생인지, 정신병자인지, 도깨비인지도 분간 못할 장발족들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꼴을 볼 때마다 '과연 말세가 가까웠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되니 말이다.

  '젊은 사자들이여!  Ugly Young Man이 되지 마라. 기성세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학생들이 되려면 먼저 마음의 자세를 바로잡고 좀 더 학문에 열중하라.'

 <1970. 9. 7. 연세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