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집 3 '스타일과 아이디어'
 

청춘의 꿈

나  운  영

   중앙고보 졸업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마라톤 왕 손기정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당당히 우승했다는 보도와 함께 그가 가슴에 단 일장기를 손으로 가리면서 「나는 코리아 사람이다.」라고 외치며 골인하는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나대로의 「청춘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저 손기정 선수처럼 민족의 이름을 빛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은 아마 유태인이 아닌가 싶다. 이는 위대한 과학자와 예술가 중에 유태 계통의 사람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유태인 못지 않게 우리 민족도 개개인이 우수하긴 하나 뭉칠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흠이기 때문에 그만 나라마저 빼앗긴 것이 아니었던가?
   나는 장차 교향곡을 쓰는 작곡가가 되는 것이 그때의 소원이어서 작곡을 전공했는데 지난 4월 미국에 가서 드디어 나의 「교향곡 제13번」을 지휘, 초연하고 돌아오긴 했으나 이로써 청춘의 꿈이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니니 예술이란 힘든 것이며, 더욱이 민족의 이름을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통감하게 된다.
   학생 여러분! 큰 뜻을 품어라! 푸른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배우고 힘쓰라!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그리하여 나와 내 나라와 내 민족의 이름을 빛내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1975. 1. 월간 학원>